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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오래된 책의 향을 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돼 버렸고, 책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배송을 받는 일이 많다. 혹여나 서점을 방문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대형 서점을 방문할 것이다. 중고서적을 사고 싶다면, 대형 중고서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래된 것'을 그리워하고, 요즘엔 보기 힘든 '좋은 책'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헌책방'도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은평구 신사동에 자리 잡고 있는 '살롱 도스또옙스끼'는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오래된 책 냄새, 정리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들, 20대 기자에겐 생소한 골동품들. 누군가에겐 그립고,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 풍경들은 깔끔한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헌책방만의 매력일 것이다.

'살롱 도스또옙스끼'의 주인장은 은평에서 17년 동안 살아 온 김도언(48) 작가다. 그는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한 뒤 12권의 소설을 펴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생업을 위해 출판사 북에디터 일을 병행했지만, 지난해 8월 은퇴한 뒤 헌책방 개업을 준비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책을 사랑하는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김도언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도스토옙스키 책은 없는 '도스또옙스키'
 
 살롱 도스또옙스끼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살롱 도스또옙스끼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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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온라인 유통망이 확대됨에 따라 동네책방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책방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책은 사람의 정신적, 문화적 측면에서 시류를 급속하게 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헌책 같은 경우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측면에서 헌책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기본적인 동경과 호의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특정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헌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도 나무를 베어서 만든 공산품인 만큼, 계속 순환돼야 한다. 책 한 권이 최소한 열 사람은 거쳐야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래야만 생태나 대기에 악영향을 끼친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생태주의적 관점이 헌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한창이던 5월에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초유의 사태지만, 헌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개업 3달째를 맞고 있는데 크게 우려했던 것보다 매출이 나쁜 수준은 아니다. 특히 SNS에서 교류하는 지인 분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고, 구매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3~4년이 아니라 길게 보고 창업을 했다. 오래도록 헌책방을 운영하며 지역에 기여도 하고 싶다."

-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를 상호명으로 정한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하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여서다. 다른 이유는, 상호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하면 다른 명사나 관형사보다 중립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과 평화'라는 상호를 쓴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책방 사장이 '사랑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 이름을 사용하면 아무런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이유는 '도스또옙스끼'를 발음하거나 간판을 보면 깊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하는 의도도 있었다."

- 상호명이 도스토옙스키인데,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역설적이다. 도스토옙스키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판매하지는 못하고 있다. 처음엔 주로 집에 있는 책들을 책방에 가져왔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들은 가져오지 못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직접 소지하고 있거나, 지인들에게 선물해주었다."
 
 김도언 작가 (사진 : 정민구 기자)
 김도언 작가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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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롱 도스또옙스끼와 대형 서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판매 유통 방식 자체가 다르다. 대형서점은 출판사로부터 위탁 판매를 받는 반면, 우리 서점은 위탁 판매를 하지 않는다. 우리 책방의 경우 매주 을지로, 청계천, 동묘, 창신동 등을 돌면서 헌책들을 구해온다. 전적으로 제 안목으로 책을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헌책방의 퀄리티는 주인장의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

시내의 큰 헌책방들에서는 동화책부터 경제경영, 처세서, 어학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갖다 놓는다. 한편 지역의 작은 헌책방들은 공간이 제한돼 있는 만큼, 주인장 안목에 따라 다른 정체성을 도모하는 편이다.

저 같은 경우는 소설과 시를 쓴 사람이기 때문에 문학, 인문, 예술 책을 주로 가져온다. 추후에 우리 책방이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살롱 도스또옙스끼에 가면 옛날의 좋은 문학책, 인문서가 많더라" 각인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문학, 인문, 예술분야에사 지금 구할 수 힘든 옛날 책들을 많이 구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도 하고 전시회도 여는 특별한 서점

- 살롱 도스또옙스끼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지역서점들은 지역 문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한다. 가장 많은 것이 신간 작가를 초대한 뒤 책과 관련된 특강을 열거나, 독자와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다. 주로 신간 홍보가 목적이다.

이런 행사의 한계는 일방향적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연예인이 되고, 독자는 무대 아래서 듣기만 한다. 행사 말미에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방향적이라 작가를 소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문화 트렌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다. 누구나 독자이자 작가일 수 있다. 생산자 소비자, 작가와 독자를 나누는 것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지역주민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자작 낭송회다. 시인 3명과 아마추어 7명 정도가 둥글게 앉아 각자의 자작시를 읽는 것이다. 시인은 물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인은 독자가 돼 보고, 아마추어는 다른 사람의 앞에서 자신의 시를 읽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살롱 도스또옙스키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분하지 않는 쌍방향 행사를 다양하게 기획할 예정이다. 자작시 낭송회를 시작으로 수필 낭송회도 할 수 있고, 독서토론도 할 수 있다."
 
 살롱 도스또옙스끼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살롱 도스또옙스끼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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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과 그림들도 눈에 띈다.
"살롱 도스또옙스끼는 책을 판매하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구비돼 있는 책을 부담스럽게 생각 말고 마음껏 읽으셔도 된다.

또한, 갤러리의 역할도 하고 싶어 서현종 작가님과 김헌정 작가님의 그림을 벽에 걸어 놨다. 서울에서는 종로는 가야 갤러리가 많이 보이지만, 은평구에서 갤러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집 근처에 나와 그림도 보고, 책도 볼 수 있는 책방이자 도서관, 갤러리라고 보시면 된다."

- 지역에 문화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욕심이 엿보인다. 지역사회에서 책방의 의미는 뭘까?
"저도 은평구에서 17년째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많은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봤다. 유흥시설이 생길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지만, 책방이나 좋은 카페가 생기면 괜히 기분이 좋다. 문화적인 수준이 높아진 것만 같은 착각이 생긴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손님들이 '서점이 생겨서 괜히 기분이 좋다'고 말할 때 기뻤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인 결핍과 허기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서점이 생기면 문화적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평소에 책을 잘 읽진 않으나, 근처에 헌책방이 생겼으니 기왕이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안겨 주는 것이다. 저 스스로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 책을 찾는 사람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어떻게 책방을 운영할 예정인가.
"1970~1980년대 지적, 문화적 욕구가 가장 컸을 때는 웬만한 인문서적도 5000부, 1만 부 이상 판매됐고, 문학서적 수요 역시 많았으나 그때와 비교하면 독서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은 줄었지만 열성적인 독서 인구는 남아 있다. 좋은 책만 있다면 수십 권이라도 읽을 의지가 있는 분들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살롱 도스또옙스끼에서는 좋은 책을 가져 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책을 손님에게 건네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니라, 헌책방이 책을 매개로 손님과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통, 판매만으로는 책방이 살아남을 수 없다. 분명한 개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낮술을 마시는 책방, 빵을 파는 책방, 커피를 파는 책방 등 다양한 개성 있는 책방들이 생기는 추세다. 살롱 도스또옙스끼는 다른 것들도 같이 판매하는 것보다는 책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독자 참여형 헌책방을 만들고자 한다."

"생존만큼 실존도 중요... 성찰 위해 책 읽어야"

- 책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우선 20평이 넘는 면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독서토론과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코로나19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내방하는 손님의 숫자도 너무 적다. 하루 평균 4~5명 정도인데, 꼭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펼쳐보고,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면 지역 문화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

따라서 매출에 있어서는 SNS에 치중돼 있다. SNS에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해당 주제와 관련된 10권 정도의 책을 소개하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이를 택배로 배송해드리고 있다."
 
 살롱 도스또옙스끼 서점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살롱 도스또옙스끼 서점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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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에서 헌책방이 존속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바라는 점이 있다면?
"헌책방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서점연합회와 출판 유관기관 등이 있다.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비를 통해 출판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저도 창업하자마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신생 책방이기 때문에 검증이 안 돼 떨어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심사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아무런 특혜없이 기회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끔 하면 좋을 것 같다.

책방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공무원분들은 직접 발로 뛰면서, 지역의 헌책방들을 방문해보셨으면 좋겠다. 사무실에 앉아서 문서 자료만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책방에 어떤 책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떤 책방이 우리 지역에 필요하고 지원해줄만한지 등을 찾아보길 바란다."

- 살롱 도스또옙스끼를 찾는 손님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식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것이 치열해지고 각박해졌다. 생존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같다. 저는 인간의 삶이 생존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숨을 연명하는, 생존하는 삶은 상생의 삶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반면 실존하는 삶은 생존적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배불리 잘 먹고, 푹 자도 공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실존적 삶에 대한 각성이다. 가치가 있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하는 것은 책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삶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책은 한 순간에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꾸기 때문에,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책 한 권 읽었다고 '왜 그대로지?'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책은 반드시 보상을 해준다."

*살롱 도스또옙스끼
주소: 서울 은평구 가좌로 317 2층(010-2512-7412)
영업시간: 오후 1시~오후 9시(매주 일, 월 휴무)
SNS(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doeon-109672874078222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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