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구하기가 아직 못 이룬 첫 승 신고보다 더 어렵다. 창단 첫 강등의 위기에 직면해있는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과감한 분위기 반전을 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연이은 헛발질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인천은 올시즌 개막 이후 리그 일정의 절반을 넘어선 14라운드까지 5무 9패에 그치며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 강원(승점 14점)과는 11점 차이고, 불과 한계단 위인 11위 서울(승점13)과도 8점차가 난다. 사실상 하위스플릿 추락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이고 이대로라면 이미 다음 시즌 자동 강등이 예정된 상주와 함께 K리그2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인천은 지난 6월 임완섭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며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 일정을 소화중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감독을 구하기보다는 구단 레전드 출신으로 팀내부사정에 밝은 임 대행에게 잔여시즌 지휘봉을 계속 맡기는게 현실적이지만, 문제는 임 대행이 프로 감독직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P급 라이선스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대행으로 벤치에 앉을 수 있는 기간이 최대 60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급해진 인천은 새로운 감독을 구하고 있지만 벌써 한 달여가 훌쩍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승강제 도입 이후 매년 치열한 잔류 경쟁을 겪어온 인천이 시즌중 감독교체를 단행한 경우는 벌써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경기수가 지난 시즌의 38라운드에서 27라운드로 축소되며 후반기에 성적을 만회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전력상으로도 리그 최약체로 꼽힌다. 새로운 감독이 온다고 단 시간에 팀을 반등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그나마 몇몇 감독 후보군이 물망에 올랐지만 오히려 논란에 휩싸이며 영입이 잇달아 무산됐다. 7월에는 지난해 인천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던 유상철 감독의 깜짝 복귀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원 사령탑에서 사임한 이임생 감독이 인천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최종협의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철 전 감독의 경우, 현재 췌장암 투병중이다.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던 이유로 장기간의 투병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며 오히려 유 감독 측에서 먼저 현장 복귀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인천으로서는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이임생 감독은 과거에도 몇차례 인천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며 지난해 수원의 FA컵 우승을 이끄는 등 경력면에서는 충분히 후보로 거론될 만 했다. 하지만 수원 사령탑에서 사임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즌중에 같은 리그 경쟁팀인 인천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다. 더구나 인천의 전력이나 상황이 이 감독이 이끌던 수원보다 더 나을게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인천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기에 적임자가 맞나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인천 구단의 무능한 일처리에 있다. 보통 협상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투병중인 감독'(유상철 감독)이나 '다른 팀에서 성적부진으로 사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감독'(이임생 감독)의 영입설은 미리 알려져 좋을 게 없다. 

우려한 대로 인천은 영입은 영입대로 무산되고 쓸데없는 잡음만 키운 꼴이 됐다. 이는 앞으로 다른 감독 후보들과 협상을 할 때 구단을 믿고 협상에 임할 수 있냐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강등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단이나 팬들에게도, 과연 구단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인천은 지금 절체절명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똘똘 뭉쳐서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거급된 엇박자는 오히려 맥이 빠지게 만든다. 인천에게 마지막 반전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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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이임생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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