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4일 만에 열린 경기에서 선두 NC의 덜미를 잡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장마의 영향으로 지난 3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한화는 4일 만에 재개된 경기에서 선두 NC를 잡으며 뒤늦게 20승 고지에 올랐다(20승1무54패).

한화는 선발 김민우가 5.2이닝3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6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김종수가 행운의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는 마무리 정우람도 2이닝을 던지며 8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브랜든 반즈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5번 유격수로 출전한 하주석이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1득점을 폭발시키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하성-오지환-노진혁, 치열한 넘버원 유격수 경쟁

물론 2011년의 이대수와 2017년의 김선빈(KIA 타이거즈) 같은 이변(?)도 있었지만 2010년대 이후 KBO리그의 유격수 계보는 비교적 확실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강정호가 격이 다른 타격성적을 바탕으로 '평화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4번이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독식하며 유격수 자리를 평정했다(물론 이제 강정호는 KBO리그에서 다시 보기 힘들어졌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안정된 수비와 정확한 타격, 그리고 내야 수비를 이끄는 리더십을 겸비한 전통적인 스타일의 유격수 김재호가 뛰어난 팀 성적을 등에 업고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18년부터는 강정호의 해외 진출 이후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 2년 연속 황금장갑을 거머쥐며 '제2의 평화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유격수 포지션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 기존의 강자 김하성은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18홈런64타점73득점11도루로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키움에 빅리그 올스타 출신의 외국인 유격수 에디슨 러셀이 합류하면서 김하성의 3루 외도가 잦아지고 있다. 잔여 시즌 동안 유격수 출전 빈도가 더욱 줄어든다면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때려냈던 오지환(LG 트윈스)은 삼진과 결정적인 실책이 많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도약했다. 73경기에서 타율 .288 9홈런42타점 49득점13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오지환이 올해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한다면 난공불락의 상대였던 김하성과도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다크호스는 역시 NC의 노진혁이다. 상무 전역 후 2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뽐내던 노진혁은 올해도 65경기에서 타율 .284 12홈런42타점39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유격수로서 471.1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책도 단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수비도 매우 뛰어나다. 이처럼 유격수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하주석 역시 건강만 허락됐다면 충분히 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태균 다음 세대를 이끌 한화의 핵심 선수

신일고 1학년 때 이미 아마추어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으며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하주석은 2012년 한화 입단 후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하주석은 2016년 타율 .279 10홈런57타점58득점으로 한화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7년에는 타율 .285 11홈런52타점69득점으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다.

그렇게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내야수로 순조롭게 성장하던 하주석은 작년 시즌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시즌 개막 후 5번째 경기에서 수비 도중 무릎을 다치면서 왼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수술을 받은 하주석은 그대로 시즌 아웃됐고 내야의 야전사령관을 잃은 한화는 작년 시즌 3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물론 작년 한화 추락 원인이 하주석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년 시즌 수술 후 착실한 재활 과정을 거친 하주석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정상적으로 출전하며 건재를 알렸다. 시즌 개막 후 12경기 성적도 타율 .333 7타점2도루로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하주석은 5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허벅지 근육이 손상되며 약 50일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7월 8일 1군에 복귀한 하주석은 아직 타순 정비조차 되지 않은 한화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장마의 영향으로 3일 연속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선수들의 타격감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하주석은 5일 NC전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화의 승리를 이끌었다. 4회 두 번째 타석부터 안타 행진을 시작한 하주석은 6회 선두타자로 나와 강윤구의 5구째를 잡아당겨 한화의 6회 빅이닝의 시작을 알리는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6회 하나의 안타를 더 때리며 3안타 경기를 만든 하주석은 8회에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통산 타율 .267를 기록하고 있는 하주석은 통산 출루율이 .309에 불과할 정도로 선구안에서 고질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극복해 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하주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한화 내야 수비와 공격력의 차이는 이미 작년과 올해 18연패 기간 동안 뼈저리게 깨달은 바 있다. 이제 하주석은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 아닌 현재의 한화를 이끌고 있는 핵심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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