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프로농구 2020-21시즌을 앞두고 KBL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팀 중 하나는 바로 창원 LG다. 지난 시즌 LG는 농구팬들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현주엽 전 감독과 함께 선수단이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고정출연하여 큰 화제를 모으며 지난 시즌 프로농구 관중동원과 홍보효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 별개로 팀성적은 9위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못했고, 현주엽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며 지난 시즌을 끝으로 사임했다.

LG가 후임으로 선택한 것은 조성원 감독이었다. LG의 8대 사령탑인 조 감독은 현역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슈터로 활약했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LG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리그 MVP를 한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현주엽 전 감독에 이어 또 한명의 '스타 출신 감독'이면서도 경험이나 색깔 면에서는 또다른 개성을 지닌 조 감독의 등장이 LG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성원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공격농구의 부활'을 선언하여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은 LG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90점을 주더라도 100점을 넣어 이기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자프로농구 1군 지휘봉을 처음 잡은 신임 감독이, 그것도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감독의 공격농구 선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첫째는 수비지향적인 이미지가 강한 KBL에서 공격농구로 성공할수 있을지, 둘째는 LG 조성원호에게 공격농구로의 변화가 실현가능한 목표인지 여부다.

바로 조 감독이 현역시절을 보냈던 당시의 LG는 역대 KBL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공격농구팀으로 꼽힌다. 당시 김태환 감독이 이끌었던 LG는 조성원, 에릭 이버츠, 조우현, 이정래 등 당대 최고의 슈터진을 보유하고 있었고, 3점슛을 앞세운 화끈한 양궁농구로 2000-01시즌에는 1997년 프로 원년을 제외하고 KBL 역사상 유일한 팀 평균득점 100점대를 넘긴 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 시즌에만 평균 25.7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조 감독의 기록은 역대 국내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당시 LG의 화끈한 공격농구를 지금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KBL의 농구트렌드는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수비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왔다. KBL의 정교한 수비전술은 외국인 선수들도 감탄할만큼 해외 리그와 비교해도 수준이 높은 편이다. 조직적인 팀플레이와 활동량, 체력을 중시하는 한국농구 스타일상 수비농구가 더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저득점과 창의적인 플레이의 실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반드시 공격농구만 재미있고, 수비농구는 재미없다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선수들 개개인의 기본기나 공격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공격농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구단들이 이를 팀 수비전술 강화로 만회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수비농구에 올인하게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농구는 어디까지나 다득점 스포츠이고 기왕이면 화끈하고 공격적인 농구가 팬들이 보기에도 더 즐거운 것이 사실이다.

KBL은 그동안 득점력 향상과 공격농구를 장려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몇몇 감독들도 공격적인 스타일로의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책보다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잦은 외국인 선수제도의 변경으로 일시적으로 리그 평균득점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리그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리그의 주역이 되어야 할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이 미미하고 외국인 선수들을 받쳐주는 조연에 머무르는 상황에서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바로 LG의 현재 상황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할만하다. LG는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에 오른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을 보유하고도 팀득점은 72.6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팀 야투율도 41.5%로 최하위였다. 결국 그만큼 라렌을 제외한 다른 국내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여 국내 선수진의 무게가 크게 높아지지 못한 상황에서 조성원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농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오픈 찬스에도 안정적인 확률로 슛을 성공시키기거나, 일대일로 해결이 가능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LG만이 아니라 최근 한국농구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원 감독은 공격농구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이 기대하는 요소는 속공과 국내 선수들의 부활이다. 지난 시즌까지의 LG의 패턴은 라렌이 골밑에서 1대1을 하는 동안 나머지 선수들은 외곽에서 지켜보며 기다리기만 하는 장면이 많았다. 경기 템포가 리그에서 가장 느린 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1대 1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부족한 팀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속공이다. 경기 템포가 빨라지면 그만큼 아군의 공격기회도 늘어난다. 조성원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의 LG도 전 포지션에 있던 선수들이 함께 뛰며 공간을 만들어내는 얼리 오펜스가 기본 전술이었다. 또한 선수들은 공간이 열리면 누구나 과감하게 슛을 쏠 수 있었다.

지금의 LG에도 충분한 슈팅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대형 득점원은 없어도 조성민, 강병현 같은 베테랑에서 정희재와 서민수, 박경상에 이르기까지 언제든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지난 시즌의 LG는 선수들이 공격을 시도하면서도 벤치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슛이 실패하면 어쩌나 라는 두려움을 안게 되면 확률이 더 떨어진다. 명슈터 출신인 조성원 감독에게 기대하는 효과는, 슈팅 메커니즘 같은 기술적인 노하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슛 성공률은 자신감'이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는 데 있다.

더구나 LG는 창단 이후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 1997년 창단 이후 정규리그 우승만 한 차례 있지만, 챔피언결정전은 역대 두 번 올라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조성원호가 공격농구의 부활에 이어 못다한 우승의 꿈까지 이룰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 지난 시즌 '예능'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면, 올시즌에는 '농구'로서 팬들을 사로잡아야 할 조성원호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게 될 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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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감독 창원LG 공격농구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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