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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 것 같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는 두 명의 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홍승은 작가의 '최초의 현재진행형 폴리아모리 에세이'이다. 그간 한국 사회에 폴리아모리에 대한 책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조금 다르거나 새로운 이유가 있다면 진행 중인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마다 해석이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폴리아모리'를 '비독점적 다자연애 관계'라는 해석으로 껴안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다자연애'라는 말만 강하게 들러붙어서 이해하는데 자꾸 이질감이 있었다.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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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폴리아모리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 주거공동체 집에서였는데, 그때는 다자연애라는 말로만 들었고,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남성이 꼭짓점으로 있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긍정적으로 생각되진 않았다. 또한 그때의 내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랑은 일대일 독점 관계가 당연하다는 관념이 존재했기 때문에 더욱 내 몸으로 체화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폴리아모리는 몰랐던 개념에서 물음표의 대상이 되어갔다.

페미니즘을 알아가면서 만난 사람들 중 누군가들은 자신을 설명하는 정체성의 하나로 폴리아모리를 이야기했다. 내게 홍승은 작가 역시 그렇기도 하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을 만나고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기존에 가져왔던 사랑과 연애라는 '불변적인 확신' 같은 것을 조금씩 놓을 수 있었다.

폴리아모리에 대해 다른 생각과 함께 고민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능하게 해 준 것 역시 홍승은 작가 덕분이다. 폴리아모리로 인해 그를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글을 좋아하면서, 그를 이루는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일 (그러나 굉장히 생소하고 낯선 것이었던) 폴리아모리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자연애'에 쏠려 있던 처음의 내 생각은 점차 '비독점적'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결 폴리아모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도, 사랑과 연애에 대한 생각에서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아리송함과 어려움이 많지만, 폴리아모리라는 이름을 만난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넓어질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황정은 작가의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라는 글귀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동안 본 '정상성'과 다르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단정내리면서 무례함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함부로 평가하는 사회를 향해 무려 이 책은 기꺼이 '난리 치는 서사'가 되고 싶어 한다. 개인들이 맺는 관계가 어떤 모습이건 부정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정상'이라는 것의 정의는 무엇이며 누가 왜 그것들을 만들어냈는지, 그 경계를 나누고 있는 권력과 허상에 대해 이 책은 질문한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은 계속해서 드러나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발견하면서 배우고, 인정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다. 폴리아모리는 '정상가족' '일대일' '독점'이 당연했던 사회에서 오랫동안 그려지지 못했던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언어'로서 존재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비정상'이라 욕하는 '이상한' 연애 책이 아니라 다채로운 삶을 위한 연대와 지지를 위해 손 뻗을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낯선 것을 맞닥뜨렸을 때 갖게 되는 혼란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럴 때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는 쉽게 혐오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간의 주저함과 줏대 없음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판단내리지 않고 나에게 질문하며 내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거나 지금 이런 생각을 왜 하게 되는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내게 시간을 주는 것, 그러한 잠시 멈춤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책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일대일' '독점적' '사랑' '관계'에 대해서 조금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지금-여기에 실재하는 이들의 구체적 경험으로 하여금 우리는 사유화하지 않는 관계에 대한 상상을 함께 해볼 수 있다. 당연하다고 해온 세계에 조금씩 균열의 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그건 말이 안 돼!"라는 외침보단 그간 우리가 가져온 상상력의 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그러니 판단은 조금 늦춰도 좋겠다).

책 속의 "저는 사랑을 추구하는 관계가 단지 연애밖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은, 연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 존재하지요. 이 모든 관계는 평등하고 안전해야 하고요"라는 말처럼 '관계'는 연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폴리아모리'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비독적적'인 '관계'와 '관계 맺기'에 대해 곁의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든 관계는 그저 절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어떤 관계든 그 사이에는 분명하게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에 의한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그려보는 공동체와 미래의 삶은 '비독점적'이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음을 안다. '폴리아모리'의 중요한 개념인 '비독점적'인 '관계'는 서로의 안녕을 돌보는 관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게 만들고, 우리를 사랑에 대한 더 넓고 더 깊은 상상으로 갈 수 있게 한다.

물론 폴리아모리가 정답이니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책은 그런 책도 아니고. 다만, 지금-여기에서 '함께'에 집중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 '폴리아모리'에서 말하는 '관계 맺음'에 대해 껴안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습관화된 감정과 관계 방식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가지며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로 관계 맺는 것은 서로 다른 높이와 깊이를 가진 삶의 언어를 임의로 해석하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나를 지우지 않고, 나를 잃지 않고, 또한 상대를 독점하고 움켜쥐지 않고서도 서로의 안전과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넓어질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폴리아모리'에만 집중되어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지금-여기의 삶,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는 이야기이고,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시간을 열어주는 이야기이다.

내 경계는 그대로 두고 그의 경계만 무너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사람이란 이유로 내 마음대로 그를 지우고 있진 않은지, 함부로 섞이고 있진 않은지, 혹은 섞이지 않았다고 타박하진 않는지, 나만이 유일이길 요구하진 않는지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다. 모두 지금의 '사랑'들이 괜찮습니까?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더 많은 질문과 더 넓은 상상으로 나는 당신을 만나고 싶다.

덧붙임 : 목에 걸린 가시를 빼본 적이 있는가. 목에 가시가 걸리면 몹시 괴롭다. 그걸 빼는 과정 역시 괴롭다. 그런 가시가 목에 몇 개나 찔려 있었을까. 가시를 하나씩 빼내는 심정으로 썼다는 글을 쉽게 무시하지 않기 위한 마음을 가지며 읽었다. 그 과정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라며, 홍승은 작가에게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홍승은 (지은이), 낮은산(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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