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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다 싶지만, 뜻밖에 이해하면 간단한 문제다
 복잡하다 싶지만, 뜻밖에 이해하면 간단한 문제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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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과가 모양은 그래도 먹을 만하다.
(2) 화를 낼
도 하다.
(3) 아기가 주먹
하다.

위의 세 문장에서는 모두 '-만 하다'라는 부분이 들어 있다. (1)과 (2)의 다른 점은 (1)은 '만하다'를 붙여 썼고, (2)는 '만'과 '하다'를 띄어 쓰고, '만'에 조사인 '도'가 붙은 것이다. (3)은 '만'이 앞말에 붙었고, '하다'는 띄어 썼다. 이들의 문법 명칭은 다음과 같다.
 
(1) 사과가 모양은 그래도 먹을 만하다. ➜ 보조 형용사
(2) 화를 낼 만도 하다. ➜ 의존명사
(3) 아기가 주먹만 하다. ➜ 조사

1. 만하다 : 보조 형용사

(1)의 '만하다'는 보조 형용사다. 보조 형용사란 본용언 아래에서 그것을 돕는 구실을 하는 형용사다. 이를테면 '먹고 싶다', '누워 있다' 에서 '싶다', '있다'와 같이 앞의 본 용언(먹고, 누워)을 도와주는 구실을 하는 형용사다.

보조 형용사 '만하다'는 "① 어떤 대상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할 타당한 이유를 가질 정도로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과 "②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등으로 쓰인다. 
 
만-하다
「보조 형용사」
(용언 뒤에서 '-을 만하다' 구성으로 쓰여)
「1」 어떤 대상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할 타당한 이유를 가질 정도로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
  · 가 볼 만한 장소.
  ·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문화재.
  · 주목할 만한 성과.
「2」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 그는 차를 살 만한 형편이 못 된다.
  · 내겐 그를 저지할 만한 힘이 없다.
  · 그런 것쯤은 참을 만하다. 
- <다음한국어사전>

2. 만 : 의존명사

문장 (2)에서 '만'은 앞의 '관형어' '낼(내+ㄹ)'의 꾸밈을 받아 쓰이는 의존명사다. 뒤에 붙은 '도'는 체언에 붙여 쓰는 조사다. 조사 다음은 띄어 써야 하니 서술어인 동사 '하다'는 띄어 썼다. 의존명사 '만' 뒤에 붙을 수 있는 조사는 '-도' '-은' 등이 있다.

실제로 이 문장에서 '만' 뒤에 붙은 조사 '도'를 빼면 (1)과 같아진다. "화를 낼 만하다"에서 '만하다'는 (1)과 같은 보조 형용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조사가 이 '만'의 문법 기능을 결정하는 셈이다. 
 
만2
「의존명사」
「1」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
  · 그가 화를 낼 만도 하다.
  · 듣고 보니 좋아할 만은 한 이야기이다.
「2」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 그냥 모르는 척 살 만도 한데 말이야.
  · 그가 그러는 것도 이해할 만은 하다.
- <다음한국어사전>

3. 만 : 조사

문장 (3)에서 '만'은 조사(보조사)다. 조사는 윗말에 붙여 써야 하니, 당연히 '주먹만 하다'가 되는 것이다. '만'은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낸다. 그래서 '집채만 하다'나 '짐승만 못하다' 등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만12
「조사」
「4」 (('하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온다.
  · 청군이 백군만 못하다.
  · 안 가느니만 못하다.  
- <다음한국어사전>

정리

뭐가 뭔지 어지러운가. 정독하면 간단히 이해되는 일인데, 대부분 정독은커녕 "아이고, 한글은 어려워"하고 도망치기 바빠서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고 새로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한다.  
 
 - '만하다'는 무조건 띄어 쓰는 보조 형용사
 - '만'에 조사가 붙으면 '의존명사'
 - 체언 뒤에 붙여 쓰면 '조사'!

국어 문법, 어렵지 않고 충분히 공부할 만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태그:#보조 형용사 '만하다', #의존명사 '만', #조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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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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