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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의 여산마을 앞 포구. 비 내리다가 잠시 그친 사이 풍경이다.
 여수 낭도의 여산마을 앞 포구. 비 내리다가 잠시 그친 사이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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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싸목싸목 걸으면서 바닷가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섬으로 간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이 편안하고,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쪽빛 바다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공룡 발자국 화석과 켜켜이 쌓인 해안 퇴적층도 장관이다. 해발 278m의 상산에서 다도해 풍광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낭만의 섬, 여수 낭도다. 우산을 쓰고 뉘엿뉘엿 걸어도 좋은 곳이다.

낭도는 전라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이다. 여수에 딸린 353개의 섬 가운데 하나다. '낭만낭도'로 브랜드화 했다. 마을의 벽화부터 사뭇 다르다. 벽화에서 바닷가 마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여수 낭도의 거리 풍경. 주인의 이름과 함께 캐리커처가 그려진 대문이 눈길을 끈다.
 여수 낭도의 거리 풍경. 주인의 이름과 함께 캐리커처가 그려진 대문이 눈길을 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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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의 바닷가 마을 풍경. 해안을 따라 이어진 집의 담장 위에 소라 껍데기를 배경으로 능소화가 피어 있다.
 여수 낭도의 바닷가 마을 풍경. 해안을 따라 이어진 집의 담장 위에 소라 껍데기를 배경으로 능소화가 피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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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시집 <그대가 있어 더 좋은 하루>에 실려 있는 '커피시인' 윤보영의 시 '모래와 바다'다. 담장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새겨진 이 시의 구절이 낭도의 낭만을 한껏 추켜세운다. 섬여행의 설렘도 부풀어오른다.

낭도는 자동차를 타고 들어간다. 지난 2월 말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4개가 한꺼번에 개통된 덕이다. 국내에 코로나19가 한참 확산되고 있을 때여서 개통식도 하지 못했다. 15년 동안 예산 6684억 원을 들이고도 소리·소문 없이 개통된, 그 다리를 건너서 만난다.
  
여수에서 낭도로 가는 길에 만나는 조발도 전망대. 연륙교와 연도교 준공기념 조형물 사이로 둔병대교가 들어온다.
 여수에서 낭도로 가는 길에 만나는 조발도 전망대. 연륙교와 연도교 준공기념 조형물 사이로 둔병대교가 들어온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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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병대교의 밤 풍경. 조발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둔병대교의 밤 풍경. 조발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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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여수와 고흥 사이에 떠 있는 4개의 섬,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잇는다. 여수 화양면에서 조발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조화대교'다. 조발도와 화양면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 붙여졌다. 화양면 주민들이 요구했던 '화양대교'와 조발도 주민들이 원했던 '조발대교'를 버무린 이름이다.

조발도에서 둔병도로 건너는 다리는 돛단배 모양의 '둔병대교', 둔병도에서 낭도로 넘어가는 다리는 '낭도대교', 낭도에서 적금도를 잇는 다리는 '적금대교'다. 적금도에서 고흥 간은 지난 2016년 개통된 '팔영대교'로 연결돼 있다. 고흥을 대표하는 팔영산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여수에서 고흥까지 4개의 섬을 거치고 5개 다리를 건너는 77번 국도다. 여수 화양에서 고흥까지 거리가 18㎞ 남짓, 길 이름이 '백리섬섬길'로 붙여져 있다. 앞으로 연결될 다리까지도 감안해서 이름 지어졌다.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팔영대교 전경. 지난 2016년 개통됐다.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팔영대교 전경. 지난 2016년 개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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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낭도의 여산마을 풍경. 형형색색의 지붕 위로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비 내리는 낭도의 여산마을 풍경. 형형색색의 지붕 위로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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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만으로도 멋진 섬여행을 선사해주는 도로다. 남해안 바다와 고즈넉한 섬을 잇는 다리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다리가 놓이면서 섬주민들의 생활도 많이 편해졌다. 마을에 버스가 다니고, 상수도 공사도 하고 있다. 여행객 편의시설도 하나씩 늘고 있다.

예전에 여수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걸리던 낭도를 지금은 차를 타고 30분이면 들어간다. 낭도는 연륙·연도교로 연결된 백리섬섬길에서 가장 크기도 하지만 매력 넘치는 섬이다. 여수시내에서 남쪽으로 26㎞ 떨어져 있다. 면적이 5.33㎢, 해안선이 19.5㎞, 인구는 200여 가구 300여 명이 살고 있다.

섬의 모양이 여우를 닮았다고, 이리 낭(狼)자를 써서 낭도(狼島)로 불린다. 여산과 규포 2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주민들은 섬에 있는 산이 아름답고 수려하다는 뜻을 지닌 '여산(麗山)마을'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낭도의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남포등대.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도다.
 낭도의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남포등대.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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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해식애. 따로 깎아서 만든 것 같은 바위가 기기묘묘하다.
 낭도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해식애. 따로 깎아서 만든 것 같은 바위가 기기묘묘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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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가 앞에 내세우며 자랑하는 건 공룡 발자국 화석과 퇴적층이다. 공룡 발자국은 낭도와 사도, 추도에서 3600여 점이 발견됐다. 낭도의 공룡 발자국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주로 드러난다.

공룡 발자국을 찾다 보면 섬 남쪽에 있는 남포등대 주변에서 기묘한 지층과 주상절리가 어우러진 갯바위 지대를 만난다. 낭도의 바닷가 지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름다운 해안과 해식애이다. 깎아서 세운 것 같은 해안의 낭떠러지, 단애(斷崖)다.

침식이나 파도에 의해 형성된 퇴적층과 절리대에 와서 부딪치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귀가 깨끗하게 씻겨지고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드넓은 바다와 어우러진 퇴적층도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신선이 내려와서 살만할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지녔다는 신선대와 천선대도 절경이다. 바다 건너편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발사대와 영남면에 있는 우주발사전망대도 여기에서 보인다.

낭도에 모래 해변도 있다. 모래가 비단처럼 곱게 펼쳐진 백사장이라고 이름 붙은 장사금(長沙金) 해수욕장이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사도와 마주보고 있다. 지질 탐방과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여산마을에서 가까운 데에 캠핑장까지 갖춘 낭도해수욕장도 있다.
  
낭도의 규포마을 풍경. 낭도는 규포마을과 여산마을로 이뤄져 있다.
 낭도의 규포마을 풍경. 낭도는 규포마을과 여산마을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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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의 골목길 풍경. 바닷가 특유의 돌담길을 따라 우산을 든 마을주민이 걷고 있다.
 여수 낭도의 골목길 풍경. 바닷가 특유의 돌담길을 따라 우산을 든 마을주민이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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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과 규포마을 풍경도 섬답게 다소곳하고 아기자기하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지붕을 이고 있다. 돌담으로 이어지는 마을길도 조붓해서 정겹다. 바닷속을 그려 놓은 앙증맞은 벽화도 이 길에서 만난다.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는 구절도 여기에 씌어 있다.

대문마다 집주인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문패도 살포시 웃음을 짓게 한다. 마음결까지 푸근해진다. 섬에서 쉬어 갈만한 민박집도 있다. 저녁에 바다를 보며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바다와 인사 나눌 수 있다. 근사한 식당도 있다. 해초비빔밥이 별미이고, 서대회도 맛있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100년 전통의 막걸리도 있다. '낭도젖샘막걸리'다. 젖샘에서 난 물로 빚은 막걸리다. 이웃하고 있는 섬 사도에 젖샘과 젖샘바위가 있는데, 옛날에 아이를 낳은 산모가 정성을 다해 빌면 젖이 많이 났다고 한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이 샘물로 씻으면 젖이 샘처럼 솟았다고도 전해진다.
  
싸목싸목 걷기 좋은 낭도 둘레길.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싸목싸목 걷기 좋은 낭도 둘레길.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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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의 산타바 해변에서 본 사도 풍경. 낭도와 사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이다.
 낭도의 산타바 해변에서 본 사도 풍경. 낭도와 사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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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찾아 다니다 골목길에서 만난 임연태 시인의 시 '젖샘막걸리'도 애틋하다. 젖샘막걸리의 유래가 고스란히 읽힌다.

'…아이 낳고 젖 모자라는 여인들이 찾아와/ 치성 드리고 마시면 젖이 잘 돌았다는/ 전설의 샘이 바로 젖샘이니/ 그 샘물로 빚은 술은/ 술이 아니라 젖이라 해야겠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잦아드는 파도 끝에 앉은 사내들/ 빈 젖 물고 자라난 탓에/ 유난히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는 사내들/ 밥 삼아 들이켜는 술/ 이름만 들어도 어머니 젖내가 느껴지는 술//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배가 불러지는 술'

술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가고, 맛도 부드럽고 깔끔하다. '낭만낭도'의 격을 한껏 높여주는 막걸리다.
  
서대회와 함께 한 낭도젖샘막걸리. 술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낭도여행의 낭만을 더해주는 막걸리다.
 서대회와 함께 한 낭도젖샘막걸리. 술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낭도여행의 낭만을 더해주는 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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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여수낭도, #젖샘막걸리, #둔병대교, #공룡발자국, #모래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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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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