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울산 현대 선수들이 날린 10개의 슛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다섯 개가 유효 슛이었다. 그 다섯 개 중에서 네 개가 골로 연결되었으니 근래에 보기 드문 유효 슛 득점 성공률(80%)을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까지 더하여 대승을 거뒀으니 그들의 선두 질주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2005년 이후 15년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울산 현대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게 뻗어가나고 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25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3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5-1로 시원한 역전승을 거두고 한 게임 덜 치른 2위 전북 현대를 승점 6점 차이로 떨어뜨려 놓았다.

'골무원'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도록 13게임 17득점(게임 당 1.3골)의 놀라운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골잡이 주니오를 앞세워 팀 득점 1위(평균 2.46골)에 올라있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170초 사이를 두고 터진 울산의 동점골과 역전골
 
이 게임 홈 팀 상주 상무가 순위 부담 없는 시즌을 보내며 현역 군인 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고 있기에 울산 선수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주 상무가 지난 5일, 울산과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전북을 이겼기 때문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게임 시작 후 3분 13초만에 상주가 먼저 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울산 선수들이 느낀 압박감은 더 심했다.

이번 시즌 상주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강상우가 오른발로 시즌 6호골을 터뜨렸다. 동료 김보섭이 한석종의 역습 패스를 받아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그 공을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잡지 못하고 앞에 떨어뜨렸기 때문에 집중력 뛰어난 강상우에게 걸린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주 상무가 이번 시즌 우승 팀 향방에 가장 확실한 키를 쥐고 있는 듯 보였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전북의 발목을 잡은 것도 모자라 울산 호랑이의 뒷덜미까지 낚아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은 조급하게 덤비지 않았다. 4-1-4-1로 비슷한 모양의 포메이션을 그리며 맞붙는 게임 특성상 반드시 역습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처럼 11분만에 울산의 동점골이 나왔다.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는 그 순간이었다. 어떻게 대응하는가에서 현대 축구의 갈림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골 장면이었다. 울산 미드필더 고명진이 왼발로 찔러준 공을 김인성이 받아서 미끄러지며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미드필드 공 다툼에서도, 골키퍼와 공격수의 마지막 공 다툼에서도 간발의 차이가 드러났다.

역전승을 이끌어 내겠다는 울산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은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 사이가 겨우 2분 50초라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인성의 오른발 끝에서 동점골이 터지고 딱 170초만에 주니오의 역전골이 이어나왔다. 오른쪽 풀백 설영우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를 받은 주니오가 슬라이딩 태클로 슛을 막으려는 상주 풀백 안태현을 가볍게 따돌리고 왼발로 성공시킨 것이다. 

울산, 2005년 우승의 영광을 다시 노린다

울산의 역전승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은 전반전 종료 직전이었다. 44분에도 역시 주인공은 주니오였다. '원두재-이청용-신진호'로 이어진 역습 패스가 매끄러웠고 주니오의 믿음직스러운 마무리 능력이 돋보였다. 이 골을 막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온 상주 상무 골키퍼 이창근까지 따돌린 주니오는 또 하나의 왼발 슛으로 리그 17호골을 확인시켜 주었다. 게임 당 1.31골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쓰면서 독보적인 득점왕 타이틀을 이미 확정한 것처럼 주니오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주니오에게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 기회가 후반전에 찾아왔다. 58분,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설영우가 빠른 측면 드리블에 이은 얼리 크로스를 주니오를 겨냥하여 낮게 깔아 보냈다. 그런데 이 공은 중간에서 걷어내려는 상주 상무 수비수 김진혁이 미끄러지며 내뻗은 왼발 끝에 걸리는 바람에 자책골이 되고 말았다. 

이쯤이면 세 골 차 승리로 만족할 수 있었지만 울산 선수들은 느슨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우승 트로피 주인이 울산에서 전북으로 바뀐 것이 승점(전북 79점, 울산 79점)도 아니고 팀 득점 1골(전북 72득점, 울산 71득점)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득점 기회가 있다면 더 넣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 게임 마무리 골은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합작해냈다. 87분, 이근호가 왼쪽에서 방향 전환 패스를 이동경에게 밀어주었고 왼발잡이 이동경은 상주 상무 풀백 안태현을 드리블 속임 동작으로 가볍게 따돌린 다음, 멋진 왼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2위 전북이 울산보다 한 게임 덜 치른 상태였지만 팀 득점 수 14골을 앞서나가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주니오가 이끌며 김인성, 이청용, 신진호, 윤빛가람, 이동경 등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는 울산이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 얼마나 공들이고 있는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 된 셈이다.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우승을 차지한 후 15년 만에 다시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울산 현대는 오는 수요일(7월 29일) 강원 FC와의 FA(축구협회)컵 8강 게임을 치른 뒤, 다음 달 2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14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뛴다.

2020 K리그 원 13라운드 결과(25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

상주 상무 1-5 울산 현대 [득점 : 강상우(4분) / 김인성(15분,도움-고명진), 주니오(18분,도움-설영우), 주니오(44분,도움-신진호), 김진혁(58분,자책골), 이동경(87분,도움-이근호)]

상주 상무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강상우, 한석종, 이찬동(46분↔문선민), 김보섭(74분↔박세진)
DMF : 박용우(67분↔이동수)
DF : 안태현, 박병현, 김진혁, 배재우
GK : 이창근
- 경고 : 박병현(64분), 박병현(84분-누적 퇴장)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62분↔비욘존슨)
AMF : 김인성, 신진호, 고명진(71분↔이동경), 이청용(81분↔이근호)
DMF : 원두재
DF : 박주호, 불투이스, 정승현, 설영우
GK : 조현우
- 경고 : 김인성(19분), 이동경(88분), 불투이스(89분)

2020 K리그 1 현재(7월 25일) 순위표
1 울산 현대 32점 10승 2무 1패 32득점 9실점 +23
2 전북 현대 26점 8승 2무 2패 18득점 8실점 +10
3 상주 상무 24점 7승 3무 3패 15득점 16실점 -1
4 포항 스틸러스 23점 7승 2무 3패 25득점 14실점 +11
5 대구 FC 19점 5승 4무 3패 22득점 16실점 +6
6 강원 FC 15점 4승 3무 6패 16득점 20실점 -4
7 부산 아이파크 15점 3승 6무 3패 14득점 14실점 0 
8 성남 FC 14점 3승 5무 5패 9득점 14실점 -5
9 수원 블루윙즈 13점 3승 4무 6패 13득점 16실점 -3
10 광주 FC 11점 3승 2무 8패 10득점 19실점 -9
11 FC 서울 10점 3승 1무 8패 10득점 26실점 -1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4무 8패 6득점 18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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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울산 현대 주니오 상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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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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