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의도 사옥 전경

KBS 여의도 사옥 전경 ⓒ KBS


"진짜 <개그콘서트> 그리워서 봤던 것 또 보고 하는데... 자꾸 눈물 남. 꿈에서도 '봉숭아 학당'이랑 '대화가 필요해' 코너가 계속 다른 내용으로 나옴. <개콘> 진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2020.08.08)
"개그맨, 개그우먼 분들이 재미없는 게 아닌 것 같음. 문제되는 사람은 빼고. 영상들 찾아보면 재밌던데. 공개 코미디 되게 좋아하는데 정말 아쉬움."(2020.08.19)
"<개그콘서트> 다시 해주세요."(2020.08.21)


20년 역사를 자랑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종영한 뒤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6월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잠정 종영됐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팬들은 <개그콘서트>를 그리워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내 TV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지금도 방송을 추억하는 이들이 실시간 댓글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개콘>뿐 아니라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 등 지난해와 올해 폐지된 여러 장수 프로그램들의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돌아오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년 동안 KBS에서는 7개의 장수 프로그램이 폐지 또는 시즌 종영을 맞았다.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새로 탄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20년 가까이 시청자의 곁을 지켜온 방송들이 1년 사이 우후죽순 사라진 것은 흔한 사례는 아니다.

<추적 60분> (1983년 2월 27일 ~ 2019년 8월 30일)
< KBS 스페셜 > (1994년 10월 23일 ~ 2019년 9월 26일)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 (2010년 11월 22일 ~ 2019년 9월 30일)
<연예가중계> (1984년 4월 8일 ~ 2019년 11월 29일)
<해피투게더> (2001년 11월 8일 ~ 2020년 4월 2일)
<개그콘서트> (1999년 9월 4일 ~ 2020년 6월 26일)
<도전! 골든벨> (2000년 3월 31일 ~ 2020년 6월 28일)


지난해와 올해 종영을 맞은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20년 넘게 사랑받아 온 방송이다(<안녕하세요>는 9년). KBS 외에 다른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국에서도 몇몇 장수 프로그램이 종영됐지만,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폐지시킨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공개 코미디의 시초였던 <개그콘서트>의 퇴장은 특히 많은 화제를 모았다. 박나래, 김숙, 허경환, 장도연 등 수많은 인기 코미디언들을 배출한 <개그콘서트>는 지난 2017년 SBS <웃찾사-레전드 매치>가 종영한 이후 지상파 유일의 공개 코미디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 이 때문에 6월 26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마지막회에서 많은 코미디언들은 눈물을 터트리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6월 26일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KBS가 연이어 장수 프로그램들을 폐지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KBS 신규 시사 다큐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KBS 양승동 사장은 < KBS 스페셜 > <추적 60분> 등을 폐지하게 된 연유에 대해 "30년 이상 방송해 온 KBS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이 갖는 한계점도 있었다. 지금 시대에 KBS가 해야 하는 역할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개선점이 필요했다"고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편이 아니라, 폐지 수순을 밟아야 했던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KBS는 장수 프로그램의 연이은 폐지 결정 뒤에 내놓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새로운 시도들을 모색했다. <안녕하세요> 후속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개는 훌륭하다>가 대표적이다. 반려견 훈련 전문가 강형욱과 애견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이경규는 사연을 보낸 반려견 보호자를 찾아가 문제를 지적하고 함께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과거 반려동물 예능 프로그램이 반려동물보다는 그를 키우는 연예인에 집중했던 것에 반해, <개는 훌륭하다>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올바른 반려동물 양육법을 알려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 이후 <개는 훌륭하다>는 9%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 4월 방송 시간대를 변경하면서 다소 조정기를 거치는 중이다. 

또한 KBS는 <연예가중계> 폐지 이후 7개월 만에 <연중 라이브>를 내놓기도 했다. 제작진은 <오마이뉴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휘발성 강한 연예계 뉴스들은 이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모바일로 충분히 소비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TV를 통해 대중문화계의 소식을 접하려 하는 중장년층의 니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그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중 라이브>가 중장년층만을 위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패널을 활용해 연예 이슈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는가 하면, KBS의 아카이브를 활용해 과거의 스타들과 인터뷰를 나누기도 하는 등 여러 새로운 코너들을 선보이며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명맥을 다시 잇고 있다.

제작진은 "휘발성 강한 이슈들 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지속적인 관심 사안을 다루고자 한다"며 "제작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많은 시청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을 맞추려는 KBS의 새로운 시도들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오래 사랑을 받은 <개콘>이나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들을 다시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또 좋아했던 프로그램을 일순간 떠나보내야만 했던 시청자들의 공허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면 "시대를 읽지 못했다"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6월 26일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KBS가 공영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저울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14년간 사랑 받았으나 지난 2018년 폐지된 KBS <콘서트 7080>을 함께 꼽았다.

"수익성과 예산을 문제로 KBS가 최근 많은 프로그램을 폐지시켰다. 공영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KBS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영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나. <추적 60분> 폐지 때도 공영성, 공공성을 도외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콘서트 7080> 폐지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지 KBS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러한 폐지 수순을 KBS가 시대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개콘>의 문제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의 시청률이 급격하게 빠지지 않으니까. (일부) 팬들이 이런 요소를 여전히 좋아하니까. 그것만으로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고, 변화를 거부한 게 아닌가. 나중에 변화하려고 했을 때는 상황이 애매해진 것이다. 누군가 한 스탠스를 오래 유지하다 보면, 그걸 바꾸기 어렵지 않나.

<해피투게더>는 (2015년 개편 당시) 박미선, 신봉선씨가 하차하시고 모두 남성 MC로 바꿨을 때. 그 지점이 (현재 폐지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남성 MC들끼리 모여서 뭔가 이야기를 하는 포맷이 반복됐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을 때는, 시청자들이 이미 손을 놓았을 때다. 진작부터 지적을 받을 때 보완해나갔으면 <개콘>도 <해투>도 모두 지금까지 사랑받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이 기회를 주지 않은 게 아니다. 스스로 기회를 놓쳐버린 거다."
 
KBS 해피투게더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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