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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차익 5억 원대의 아파트와 월세 50만 원짜리 원룸. 4년의 대학생활 동안 벌어진 격차다. 소위 부모가 스펙인 사회에서 부모의 영향력은 주거 이슈까지 확장됐다. 다수 학생들이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원룸을 전전하는 사이, 누군가는 부모의 돈으로 서울에 집을 매매해 혜택을 누리고 있다. 5평 남짓의 일반적인 원룸에 살며 월세 걱정을 하는 대학생들의 삶이 누군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셈이다.

대학생들 거주환경도 양극화 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고급주택은 아니더라도, 서울 자가 아파트에서 여유롭게 대학생활을 하며 '집값 상승효과'도 누리는 대학생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 일대를 돌며, 대학생 거주환경의 간극을 진단해 봤다.
  
2011년 마포구에 집을 마련한 경우
  
집값 잡기 위한 부동산대책 이르면 내일 발표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이르면 13일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등 너머로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신호등 너머로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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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영준(27, 가명)씨에게 대학 생활의 시간은, 투자의 기간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23평 아파트에 친누나와 함께 거주한다. 부산에 사는 김씨 부모는 2011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그의 누나를 위해 현재 두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3억 원대에 매매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씨는 2012년 홍익대학교에 입학했고, 8년이 지난 현재에도 졸업 후 아나운서로 일하는 누나와 함께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입학한 대학 근처를 골랐지만, 애초 투자 목적이 상당했다. 서강대 역에서 3분 거리였던 점, 200세대 이상인 점 등도 고려했다. 그리고 8년여가 흐른 지금, 성공적인 투자였다. 3억 원에 매수한 아파트는 6월 기준 8억4500만 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김영준씨는 "처음에 매매했을 때부터 투자 개념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집에 계속 살아도 되고 팔아서 다른 지역에 집을 구할 생각도 있다"며 "자세한 증여 계획은 부모님이 계획한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게 물려줄 것은 집 한 채라고 항상 말씀하셔서 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업이 되면 지금 아파트를 팔고 회사 근처에 새로 집을 장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사만 6번... 집값만큼 살기 힘든 원룸족
  
 이사만 6번, 김이영씨가 서울에서 정착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서울에 자기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사만 6번, 김이영씨가 서울에서 정착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서울에 자기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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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이경(29, 가명)씨에게 자기 집 장만은 먼 이야기다. 그는 2010년 대학 입학 뒤부터 직장에 다니는 현재까지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월세는 단년 계약이 일상이다. 연세대에 입학한 김씨는 신촌에 터를 잡은 뒤 이사만 4번 했다. 25살에 강남에 월세로 장기 정착하기 전까지는, 평균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기도 했다. 그가 살았던 주거공간은 원룸에서부터 고시텔, 동기와 함께 산 투룸까지 다양했다. 김씨는 "매년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가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직장을 갖고 난 후에도 그의 떠돌이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논현역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는 직장인이 된 후 두 번의 이사를 했다. 반포동에 위치한 이전 집은 보증금 6천에 월세 45만 원, 현재는 5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에 살고 있다. 집 크기는 5평 정도다. 김씨가 서울에서 정착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서울에 자기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는 그의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김씨는 "부모님이 서울에 집을 사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며 "앞으로도 서울에서 집을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2011년 대학을 다닐 때부터 부모를 잘 만나 자신의 집을 매매해 그 곳에 산 사람들이 부러웠다"며 "똑같이 대학에서 공부를 해도 입학할 때부터 격차는 벌어져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부동산 때문에 시작되는 자산 격차
    
3개월 사이이에 호가가 2억원 넘게 오른 집값   1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세판에 아파트 호가가 3개월 전보다 2억원 넘게 올라있다.
▲ 3개월 사이이에 호가가 2억원 넘게 오른 집값  2018년 9월,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세판에 적힌 아파트 호가를 보면 3개월 전보다 2억원 넘게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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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극심한 자산 양극화는 부동산에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다수 청년은 김이경씨처럼 원룸을 전전하면서 산다. 하지만 김영준씨처럼 부모가 투자가치를 고려해 서울에 직접 집을 구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영준씨가 사는 집을 2011년 중개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성아무개씨는 "증여세를 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전세가 많지만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촌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학생은 대부분 집에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부모의 명의로 집을 매매하지만, 사실상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이라고 했다. 실제로 2007년 당시 대구에 사는 부모가 자신의 명의로 매매한 신촌 아파트를 2016년 자녀에게 증여해 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영준씨가 신촌에 집을 구매할 당시인 2011년은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였다. 그때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두 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봤다. 성씨는 "3~4% 대인 대출 이자보다 부동산이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투자처로도 신촌 대학가 주변은 좋다"며 "요즘 같이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돈 많은 집은 대학 다니는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완공된 신촌의 한 신축 아파트 제일 작은 평수가 13억에 거래됐다. 각종 규제에도 여전히 신촌은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6월 28일 경제정의실천연합회는 여러 규제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 값이 평균 4억 원 인상됐다고 발표했다.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하락한 시기는 총 네 번으로 모두 규제 시행 직후 한 달뿐이었다. 7월 16일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까지 투자... 대학생 현실은 아르바이트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당연하다'고 하지만, 여유가 없는 99%의 대학생에게는 배 아픈 현실이다. 원아무개씨는 "내 현실은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는데 누군가는 수년 동안 넉넉한 지원을 받아가며 공부를 하고 그 결과로 수억 원의 시세 차익까지 얻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당연하다"고 하지만, 여유가 없는 99%의 대학생에게는 배 아픈 현실이다. 원아무개씨는 "내 현실은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는데 누군가는 수년 동안 넉넉한 지원을 받아가며 공부를 하고 그 결과로 수억 원의 시세 차익까지 얻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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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들에 보유세를 늘리자 오피스텔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아파트 매매보다 더 활성화 된 대학생 주거 투자처는 오피스텔이다. 신림, 서울대 입구, 신촌 이대 방면 등 대학가 근처에는 올해 완공된 오피스텔만 10개 동이 넘었다. 분양은 대부분 끝이 났다.
  
서울 마포구 백범로에 위치한 한 공인 중개사는 "대학가 근처 오피스텔은 좋은 매물이기 때문에 대학생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학생들 혹은 부모님 명의로 아예 매매를 한 뒤 훗날 임대료 사업을 계획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닌 임대료 수익을 노리는 것"이라며 "신촌 이대역 방면의 오피스텔은 10년 전에 비해 보증금과 월세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부분 부동산 규제에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피스텔 매물은 인기 상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신촌이나 신림 등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방을 구할 당시 부모님이 아예 자신들의 명의나 자녀들의 명의로 오피스텔을 매매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신림역 근처도 마찬가지다. 신림동에 위치한 부동산의 진아무개 실장은 "최근 자녀들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찾는 문의가 많다"며 "거주 목적도 좋고, 자녀가 학교를 쉬거나 졸업 후에는 월세 등으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6월 신림역 근처 오피스텔 매매는 총 10건이 있었고, 그 중 자식의 명의로 매매한 건 수가 3건이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당연하다'고 하지만,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대학생에게는 아픈 현실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게 하나도 없다는 대학생 원아무개(26)씨는 "대학생 때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넉넉하게 용돈을 받아 살고 싶은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냐"며 "그런데 현실은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수년 동안 넉넉한 지원을 받아가며 공부를 하고 그 결과로 수억 원의 시세 차익까지 얻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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