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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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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는 특정인들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침묵하는지도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7/16 김재련 변호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의혹이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피해자(고소인)의 증언을 의심하거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부정하는 글이 2차 가해로 규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박 전 시장을 향한 추모글이나 '피해호소인' 호칭까지도 2차 가해로 봐야 하냐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거나 의견을 제시한 것뿐인데 '왜 2차 가해냐'라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확립된 2차 가해의 개념을 살펴보면, '2차 피해'를 입히거나 유발하는 행위자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들의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사용하게 된 개념이 '2차 가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2차 피해'를 '성폭력 피해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이외에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의해 피해생존자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피해생존자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런 2차 피해의 개념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성폭력 2차 피해를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기본법이므로 처벌조항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2차 가해 논란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어떤 종류의 언행을 2차 가해로 볼 수 있는지, 현 상황에서 2차 가해 규정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관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정리했다.

①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의 위험성

2차 피해의 법적 개념에는 '폭행 또는 폭언,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도 포함)'도 들어간다. 즉, 온라인 상에서 피해자에게 비난이나 욕설을 가하는 행위, 신상털이, '박 전 시장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는 일 등은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 '나도 비슷한 짓을 했는데 그게 무슨 성추행이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것도, 피해자 증언의 신뢰성을 악화시킬 목적이 있으므로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2차 가해에 대해 "박 시장이 '가해자일 것 같지 않은 가해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반발이 굉장히 크다, (박 전 시장이) 위력을 이용했다는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 그걸 수용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그 말 자체가 피해자가 신고하기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웠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정하거나, 피해자의 증언을 불신하는 태도가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② 정치적 음모론으로 이어지는 '메신저 공격'

김재련 변호사의 이력을 공격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맡았고, 화해치유재단 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이력과 엮어서 성폭력 고소 자체도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메시지를 공격하지 못하면, 메신저를 반박하라'는 정치권의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은 "보통은 피해자의 이력을 거론하면서 공격하는데,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바로 대리인격인 변호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라며 "김 변호사를 향한 비난은 기존에 이뤄졌던 2차 가해의 변형된 형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성폭력 사건은 진영논리에 빠지기가 쉽다"라며 "김 변호사 이력만 가지고 사건에 접근을 하면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가 깔린 태도"라고 꼬집었다.

피해자가 왜 굳이 '정치적 논란'이 있는 김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을 믿고 맡길만한 변호사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라며 "주위의 여성 변호사들도 만약 자신이 성폭력을 겪으면 김 변호사를 쓸 거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업계에서는 인정 받은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③ '피해호소인' 호칭과 '침묵'도 2차 가해?

처음에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는 정치권 등에서 '피해호소인', '피해호소 여성'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왜 '피해자'로 부르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여성계를 비롯해 야당 등에서 이어졌고, 결국 민주당도 '피해자'라는 호칭을 쓰게 됐다. 그렇다면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른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할까?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은 "피해호소인이나 피해주장인이라는 말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지만, 굳이 그렇게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2차 가해이냐 아니냐보다는 피해자라는 호칭을 그대로 쓸 수 없는 분위기를 문제 삼았다. 그는 "피해자에게 무죄추정원칙을 이야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라며 "피해자는 '자기 경험'을 말하면 되는 것이다, 신고단계이기 때문에 피해자일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좁은 해석"이라고 진단했다.

김수경 여성국장은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2차 가해라고 이야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등에서 많이 써왔던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은 피해자성을 의심해서 쓴 말이 아니었다"면서 "피해자의 주장과 발언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이 말을 써서 논란이 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짚었다.

김 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호소자라는 말을 많이 썼고 조사가 끝나면 피해자로 호명했다, 그런 룰이 없는 사회에서는 거부감이 드는 말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호소인'도 피해자의 말을 믿는다는 전제하에 쓰던 용어라며 2차 가해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침묵'도 2차 가해가 되느냐는 주장은 김재련 변호사의 말에서 비롯됐다. 김 변호사는 16일 기자들 앞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침묵하는지도 2차 가해라고 본다"는 말을 하면서 '침묵도 2차 가해냐'는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연구원은 "김 변호사가 (꼬투리 잡힐) 빌미를 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침묵이 가해냐고 되묻는 것은 침소봉대에 가깝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일반인이 침묵했다고 2차 가해가 될 순 없다, 하지만 서울시 등 관련 주체의 침묵은 문제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피해자의 입을 막는가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11일 오전부터 서울시청앞에서 운영되어 시민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오후들어 시민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울광장을 한바퀴 돌아 시청옆 골목까지 밀려서 1시간 가량 기다려 조문을 하기도 했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11일 오전부터 서울시청앞에서 운영되어 시민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오후들어 시민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울광장을 한바퀴 돌아 시청옆 골목까지 밀려서 1시간 가량 기다려 조문을 하기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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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전문가는 현재 일어나는 피해자 측에 대한 공격이나, 박 전 시장의 혐의를 두둔하려는 움직임이 2차 가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2차 가해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수사기관이나 언론 등에 대해선 2차 가해라고 규정하면서 수사나 보도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서도 "피해자 측의 평판을 훼손하는 것 역시 2차 가해이지만 이를 제어할 장치가 딱히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2차 가해라는 개념이 아니라) '가해자일법 하지 않은 가해자'를 계속 이야기 함으로써 피해자의 입을 막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경 여성국장은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겠으나, 그들 모두를 2차 가해라고 명명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면서 "하지만 정치인들의 경우 발언이 잘못되면 꼭 '2차 가해'라고 명시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상숙 연구원은 "현재 2차 피해의 경우 법에도 적시되어있으므로, 2차 가해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조치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있거나,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2차 가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라며 "다만 피해자가 일상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야기하는 등 실제 문제를 발생시키면 정확히 책임을 지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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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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