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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히는 건 상당히 중요하지만 법령, 규정 내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역할과 범위 내로 이뤄져야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답한 대목이다. 피고소인이 사망할 경우 공소권이 사라지므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같은 날 서울지방경찰청이 출범을 알린 '고 박원순 수사 태스크포스(TF)'의 조사 예정 목록에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은 빠져있었다. ▲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임 및 묵인 ▲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 사자 명예훼손이 그 대상이다. 경찰이 청구한 박 시장의 개인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 영장 또한 지난 17일 모두 기각 됐다.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는 가능한가. 논쟁의 시각은 둘로 나뉘었다. 김 후보자의 답변처럼 법리적 현실성에 근거해 "선례가 없다"고 보는 주장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췄을 때 "선례를 만들면 왜 안 되느냐"는 반박이 이어지는 상황. 한국여성변호사회(아래 여변)는 특히 지난 19일 강제수사를 촉구하며 수사기관 중심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여변은 또 서울시가 합동조사단을 주관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8일 (서울시로부터) 공문이 왔는데, 조사 위원의 역할은 정확히 언급돼 있지 않았다. 급조된 공문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서울시) 사람들을 수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서울시가 이를 주관하는 것은 틀렸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수사 요구에 대한 입장은 여변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망했고,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체 규명이라는 제3의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다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이에 "선례를 만들어 나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공무상 기밀 누설이나, 서울시 관계자들의 사태 방조 등의 책임을 물어서라도 진상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국민 대부분이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건이라고 판단 한다면, 수사기관은 늦지 않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그 이상 이 사건을 확대, 폄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아래는 윤 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진상규명... 늦지 않게 수사해야"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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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수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공무상 비밀 누설 관련 의혹도 있는 상황이다. 피의자가 사망했다고 하나, 사건의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더군다나 명망 있는 서울시장의 사망이 무엇에 기한 것인지도 의문 아닌가. 보궐선거 등 다른 상황을 염두에 두지 말고, 사건 자체로만 보면 오히려 조사는 오래 걸리지 않을 사안으로 보인다."

-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강제수사가 진행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는데.
"'공소권 없음'은 최종 검찰의 처분이다. 그러한 처분이 있다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는 당연히 진행돼야 한다. 피의자의 말을 단지 듣지 못한다는 것은 진술을 근거로 한 주장 아닌가. 진술 외에 다른 증거도 있지 않나. 휴대전화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다면 조금 더 (진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경찰이 박 시장의 개인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 영장을 다시 청구해야한다는 건가.
"통신 영장부터 발부해 사실관계에 대한 의혹을 어떤 형식으로든 해소해야 한다. 이렇게 (수사기관을 통해) 해소가 안 된다면, 야당은 당연히 특검을 하자고 할 거다.그걸 원하지는 않는다. 2년 전부터 '미투'로 제기돼온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 다 스며들지 않았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지하도록 해야 반복되지 않을 것 아닌가.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이 사건을 좀더 명백하게 규명해서 봐야 한다는 거다. 피의자가 사망했으니 공소권 없음, 그리고 끝? 이런 결론은 여당에도 부담이 될 거라고 본다."

- 애당초 경찰이 영창을 청구할 때, 사인 규명 외에 어떤 이유를 제시할 수 있었을까.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든가,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든가. 오히려 좀 더 폭넓은 이유였으면 어땠을까. 고인이 되셨기에, (통신기록은) 유일한 증거나 마찬가진데, 이에 대한 영장도 발부 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진상을 규명하나. 살아있는 사람의 말로 (모두)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을까. 양심에만 맡겨선 안 되는 상황 아닌가. 그렇게 하다가 결국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거니까."

- 참고인 조사가 더딘 상황에도 비판을 제기했다.
"이해가 안 된다. 적극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권력기관이 지나치게 (진상규명에) 미온적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여변에 보낸 공문에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언급했다. 더 이상 실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규명해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 고인이 아닌, 또 다른 책임자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 행위를 몰랐을 리 없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은 다 계신다. 이분들이 하나 같이 입을 맞추지 않는다면 진실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말에 의하면 7번이나 전보를 요청했고, (피해 상황이) 4년이나 됐는데 이를 몰랐다고 이야기한다면... 몰랐어도 문제고,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서울시 상급자 조사? 주체가 틀렸다"

- 서울시가 여변에 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 서울시가 언급한 조사위원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지난 18일에 공문이 왔다. 조사위원의 역할은 정확히 언급돼 있지 않았다. 참여해달라는 것만 있었다. 제가 보기에 급조된 공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 여변은 참여를 거부했다.

"비서실 업무를 결정한 사람들이 다 윗분들 아닌가. 그 사람들을 수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서울시가 주관하는 것은 틀렸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 사건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

-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0일 인사청문회에서 법령을 이유로 해당 사건을 경찰이 적극 수사하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청장 후보자가 그렇게 진술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 대부분이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한다면, 늦지 않도록 수사해야 한다. 이 의도치 않은 죽음은 피해자에게도, 온 국민에게도 충격이다. 전 그분이 스스로 죄를 치를 만큼의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그럼에도 무슨 문제가 있었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과연 서울시만 그런 건지, 다른 지자체는 온전한지. 살필 필요가 있다. 그 이상 이 사건을 확대, 폄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가 없다."

- 피의자의 사망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3의 이유로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건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선례를 만들어 나쁠 건 뭔가. 가해자가 죽는 게 제일 좋지 않은 선례다.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행위에 대한 책임만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안전한 법정에서 '이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는데, 그게 맞는 말이다. 이런 저런 논란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영을 떠나 가장 힘든 사람은 피해자 본인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하급자는 누구나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 측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한 단계 나아가도록 모든 권력 기관이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돌아가신 분의 명예도 오히려 지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사람의 기반도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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