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한국 경기 시간을 알리는 본머스  .

▲ sns를 통해 한국 경기 시간을 알리는 본머스 . ⓒ 본머스

 
21세기, 아무리 한류가 대세라고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축구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유럽 구단들은 세계 각 국의 경기 중계 시각을 표시할 때, 동아시아에선 한국(서울)이 아닌 일본(도쿄)과 중국(베이징)의 시각을 표기한다. 이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첼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의 SNS 페이지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하위권 구단 중 한국과 큰 인연이 없음에도, 도쿄와 베이징이 아닌 서울의 중계 시각만을 표기하는 구단이 있다. 바로 그들의 이름은 AFC 본머스. 12년 전, 팬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재정난을 극복한 뒤 6년 만에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쾌거를 이룬 본머스. 이후 그들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부리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즌 종료까지 2경기가 남은 이번 시즌 가장 큰 위기(18위)를 겪고 있다.

에디 하우의 복귀, 칼럼 윌슨과의 만남 
 
2000년 이후 본머스의 역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 듯 지난 2008년, 재정난을 겪으며 리그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팬들이 자발적 모금을 진행한 것이다. 그렇게 가까스로 재정적 위기를 극복한 본머스에겐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그것은 바로 승점 17점을 감점 당한 채 리그에 참여 하게 된 것. 하지만 그들은 리그를 21위로 마치며 아슬아슬하게 잔류할 수 있게 되었다. 팬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팀이 존속되고, 승점이 무려 20점 가까이 삭감되었지만 리그에서 잔류한 것이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2008-2009시즌은 본머스 팬들에게 결코 잊지 못할 시즌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는 바로 팀의 센터백 출신이자, 감독대행 기간까지 합치면 무려 20년 동안 팀을 이끈 에디 하우 감독과의 만남이다.

에디 하우는 지난 2006년 12월, 케빈 본드 감독에 의해 본머스의 플레잉 코치로 활동했다. 이후 2008년 9월 케빈 본드 감독의 경질과 동시에 코치직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미 퀸 감독 체제 하의 유소년 팀 코치로 복귀하였고, 그가 경질된 12월 31일 감독대행,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1월 19일에 정식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본머스는 그와의 긴 동행을 이어가게 된다.

물론 잠시동안의 이별도 있었다. 에디 하우는 본머스가 3부리그로 승격한 지난 2011년 1월, 번리FC의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약 2년 뒤인 2012년 12월 본머스 사령탑에 복귀하게 된다. 이후 그와 팀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강등권이었던 팀이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다음 해인 2013-14시즌에는 리그 10위로 비교적 안정적인 한 해를 보냈고, 2014-2015시즌, 기적같은 우승을 기록하며 125년 만의 사상 첫 1부리그 승격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2012년, 그가 복귀한지 약 2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그들은 아르투르 보루츠, 조슈아 킹 등 실력있는 선수들을 영입했고, 현재까지도 1부리그에서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머스의 핵심선수, 칼럼 윌슨 몸을 풀고 있는 모습

본머스의 핵심선수, 칼럼 윌슨 몸을 풀고 있는 모습 ⓒ Flickr

 
마지막은 팀의 핵심 자원이자 프리미어 리그 승격 1등 공신, 칼럼 윌슨과의 만남이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이중국적자인 칼럼 윌슨은,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본머스로부터 350만 파운드라는 클럽 레코드를 기록하며 부름받게 된다. 이후 그는 리그에서만 20득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되고 1부 리그 승격이라는 본머스 최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이후 그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본머스 창단 이래 첫 프리미어 리그 승리라는 기록을 이끌었다. 뿐만아니라 7경기에 출전하여 5골을 기록하는 등, 프리미어 리그 신입생의 무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두 시즌 연속으로 십자인대 부상을 입어 1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갖게 되고, 모두가 그를 다시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정도로 그의 부상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시련을 딛고 복귀한 2018-19 시즌, 리그 14득점 9어시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게 된다. 당시 본머스는 윌슨의 활약에 힘입어 14위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는 직전 시즌 12위로 시즌을 마무리 한 것에 이어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기록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는 본머스의 핵심자원으로 뛰고 있다. 축구 선수로써 가장 치명적인 십자인대 부상을 두 차례나 겪은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
 
과거 본머스는 서울의 위치를 잘못 표기했지만 곧 수정하였다 .

▲ 과거 본머스는 서울의 위치를 잘못 표기했지만 곧 수정하였다 . ⓒ AFC 본머스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본머스. 그들은 지난 17-18시즌과 18-19시즌에 각각 3-0과 4-0으로 첼시를 꺾을 정도로 빅클럽에게 엄청난 존재감을 선사했지만, 이번 20-21시즌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강등권(18위)에 위치해있다. 2경기가 남은 현재, 그들의 승점은 31점. 그들이 리그에서 잔류하려면 16~17위에 위치한 웨스트 햄 유나이드와 왓포드의 승점을 뒤집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승점 36점을 기록 중인 브라이튼도 강등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순 없지만, 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브라이튼의 강등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음 라운드에서 웨스트 햄이 왓포드와 맞붙는다는 사실과, 왓포드의 남은 상대가 맨시티와 아스널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본머스는 남은  두 경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왓포드 혹은 웨스트 햄의 승점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 중계 시각만을 표기한 여느 구단과는 달리, 시즌 내내 한국 시각만을 표기한 본머스. 심지어 서울의 시간 표기 위치가 조금 틀려 정확한 위치로 다시 수정 하는 등, 한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그들이 과연 이번 시즌에도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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