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오선희 변호사(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손정우의 1, 2심 판결을 놓고 많은 이들이 정말 이상하다고 그러잖나. 근데 선고 당시 판·검사, 변호사 모두 무엇이 이상한지 아무도 몰랐을 거다."

검사 출신의 오선희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손정우 건의 경우 그나마 미국에서 추적이 시작돼 한국에서도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수사도 안 해줬을 것"이라며 "조주빈이 알려지기 전 N번방(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피해자와 경찰에 신고하러 가면 아예 수사 착수도 안 해줬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이후 한국 법정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과 관련해 분노 여론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 불법 영상물 사이트의 운영자'인 손씨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그를 미국에 송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처럼 높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손정우가 재판을 받을 당시 법정형이 10년 '이하'였다. 지금은 5년 '이상'으로 바뀌었다"라며 "예전 법정형은 사람 때린 정도의 법정형이었던 것이다. 이 범죄를 그만큼 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고, 때문에 구형도 형량도 낮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법률가들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영속성에 대해 느끼고 있을까, 여성들이 괜히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한다"라며 "진짜 공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얼굴을 특정인물로 합성한 불법 영상물) 처벌을 위해 법을 만들 때 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이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고 있잖나. '얼굴 합성 갖고 왜 이래'라는 식의 이야기나 하고 있잖나"라며 "여전히 기성세대는 이 사안을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한 것으로 보지 않고 '여론이 난리 치니까 그런가 보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하다 보면 '경찰에서 수사 안 하면 어쩌지', '클라우드(인터넷상 개인용 파일 저장 시스템)는 압수수색 안 하면 어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피해자들이 먼저 '변호사님, 기사라도 나가야 수사해주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최근 홀로 고소를 진행했던 피해자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그 피해자의 첫마디가 '같은 경찰관인데 저 혼자 갔을 때랑 변호사님이랑 함께 갔을 때랑 이렇게 다르네요'였다. 이게 정상은 아니잖나."

"판결문에 '진심으로 반성' 쓰지 마라"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판결 규탄 '사법부도 공범이다'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앞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불허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 시민이 법원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판결 규탄 "사법부도 공범이다"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앞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불허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 시민이 법원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오 변호사는 "판결문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말 좀 안 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문구가 판사가 형량을 낮추며 할 말이 없을 때 쓰는 숙어처럼 돼 버렸다"라며 "실제 재판에선 강제추행의 경우 100번 반성해도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실형이다. 반면 피해자와 합의하고 자백하면 전과가 없는 한 집행유예가 나오는 게 공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피해자와의 합의'만 달랑 쓰기엔 뭐하니까 그런 문구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피고인 입장에선 '반성문이 효과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런 반성문 판타지를 이용해 변호사들이 장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변호사는 "조주빈의 범행을 떠올려보면, 몇 년 전만 해도 텔레그램에서 이런 게 횡행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잖나"라며 "조주빈과 손정우가 탄생한 이유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불법 영상이 전 세계로 공유되고 그것을 위해 돈을 쓰는 구조가 돼 버린 것"이라며 "한편으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취업하고 돈 벌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몇억 원만 주면 교도소도 가겠다고 그러잖나. 그런 의식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돈이 되는 범죄가 근절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많이 연구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범죄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범죄인들의 기술을 쫓아갈 연구와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 또한 '돈 때문에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해야 근절할 수 있다. 손정우, 조주빈이 활용한 가상화폐는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몰수, 환수할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