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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수필가 겸 시조시인이 펴낸 산문집 <남강물, 흐름 위에> 표지.
 김정희 수필가 겸 시조시인이 펴낸 산문집 <남강물, 흐름 위에> 표지.
ⓒ 도서출판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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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를 맞이하여 밟은 진주 땅에서 촉석루가 폭격에 불타는 것을 보아 온 안타까운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진주의 며느리가 되어 살아온 지도 일흔 해가 되었다.

이제 저문 날의 길목에서 생애에 잊지 못할 기억들의 흩어진 산문들을 찾아 모아서 나의 생을 뒤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진주사람 김정희(86) 수필가 겸 시조시인이 네 번째 산문집 <남강물, 흐름 위에>(도서출판 겨남)을 펴내며 한 말이다.

김 수필가는 '진주에 관한 수필'과 '진주에 관한 역사와 문화', '칼럼', '진주 문인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 책을 펴내는 일도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예감을 느끼며 본인의 생애에 있어 가장 오래 살아왔고, 사랑했던 약속의 땅, 진주에서 산 흔적의 작은 글모음으로 삼으려 한다"고 했다.

김정희 수필가는 1934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성장했고, 마산여고를 거쳐 숙명여대에서 수학했으며, 줄곧 진주에서 살았다. 고 김상철 진주농림전문대학(현 경남과학기술대) 학장이 남편이다.

"우리가 남강변 칠암벌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집과 남강 사이를 가로막는 울타리는 대숲이었다. 그때 뒤벼리 산 밑은 낚시터로 유명했었고, 남강물은 쪽빛보다 더 푸르렀다.

그 강물과 하얀 백사장 가장자리를 띠처럼 두른 대숲은 한 촉의 절경이요 낭만이었다. 지금은 비록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된 대숲이지만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화첩으로 남아 있다."

"남강가의 대숲"이란 글의 한 대목이다. 옛 남강가 대나무숲의 이미지가 잘 그려져 있다. 지금은 남강 언덕에 일부 대나무숲이 남아 있을 뿐이다.

김 수필가는 "우수수 나뭇잎 흔드는 갈바람 소리 들리는 날은 그 옛날 내 마음 속에 일던 대바람 소리를 생각해 내고 다시금 그 시절의 순수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옛 진주의 대숲을 다시 넓게 심어 재생시켜서 우리 고을의 풍광을 아름답게 가꿀 위정자는 없으신지?"라며 아쉬워했다.

"흔히 진주사람들은 뒤벼리산을 진주의 금강이라 이르고 그 옛날 한때는 낚시터로, 빨래터로 유명했었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강 건너 대숲 아래 백사장은 투우장이 되기도 했다."

"뒤벼리산을 보며"라는 글의 일부다. 옛 뒤벼리와 남강을 그려볼 수 있다. 지금은 이 수필 속에 그려 놓은 풍광을 찾을 수가 없다.

그는 "지금 산기슭 새로 넓혀진 신작로에 자동차 소리가 끊일 나위 없고 뒤벼리 산신령님도 잠 못 드실까 짐짓 걱정스럽다"며 "그러나 구름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도, 소나기가 한 주름 그의 몸을 적셔도 한결같이 새로운 선연한 자태로 있는 그를 나는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고 했다.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의암별제>를 소개한 글 "시정이 넘치는 제향"에서 그는 "남존여비 사상이 극심했던 시절에 여성의 인권을 존중했던 예술적인 제의는 뒷날까지 이렇게 빛나는 것이다"고 했다.

김정희 수필가는 "지금은 기생의 신분도 없어지고 남녀가 평등을 이루는 세상에 진주의 예인들이 문화재 복원에 땀 흘리고 있다"며 "의암별제는 진주의 하늘 아래 촉석루가 피어내는 한 편의 대서사시이며 한 해에 꼭 한 번 걸리는 오색찬란한 무지개다"고 했다.

책에는 "진주성 이야기", "문학으로 올리는 제례", "선각의 땅, 진주정신을 찾아서", "잊힌 불망비", "천혜의 땅 진주의 풍광", "진주 12경과 신진주 8경", "진주지역의 구전민요를 찾아서", "진조목의 고시조", "진주의 개화기 시조", "진주지역의 현대시조" 등의 글이 실려 있다.

또 고 설창수(파성) 시인, 리명길(기리) 시조시인, 이형기 시인, 이덕 시인, 박재두 시조시인과 조계자 시조시인, 이희규 시인, 김용진 시인, 정강혜 시인, 이동배 시인, 박영숙 시인에 대한 글도 책의 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다.

고 리명길 시조시인에 대해 김정희 수필가는 "한 가정의 맏형은 어느 곳에서든 맏형이었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길을 열어주는 대부가 되셨고 문단 가족에게는 미더운 맏형으로 자처하여 사신 분, 살아계실 때에는 비봉산처럼 든든한 큰 울타리였다"고 기억했다.

김정희 수필가는 <소심> 등 14권의 시조집, <아픔으로 피는 꽃> 등 4권의 수필집을 냈고, 한국시조문학상(1988), 문학의해표창장(문체부 장관, 1996), 경상남도문화상(1997), 허난설헌문학상(2000), 월하시조문학상(2009) 등을 받았다.

태그:#김정희 수필가, #남강,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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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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