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롯데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가 무실점으로 5회 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활짝 웃고 있다.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롯데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가 무실점으로 5회 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가 안방에서 LG를 3연패에 빠트리며 연승을 달렸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승리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월요일 경기가 비로 연기되며 안방에서 완벽한 전력으로 LG를 상대한 롯데는 투타에서 절묘한 조화를 선보이며 5할 승률 탈환에 1승 앞으로 접근했다(28승29패).

롯데는 1번타자로 출전한 손아섭이 3회말 1루주자 민병헌을 불러 들이는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딕슨 마차도가 3안타 2타점, 안치홍도 3안타를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는 7이닝 2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다 했지만 이날 만큼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롯데의 선발투수가 8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15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댄 스트레일리였기 때문이다.

레일리 대신 선택한 스트레일리, 첫 승할 때까진 좋았는데...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고민 끝에 2015년부터 5년 동안 활약하며 48승 53패 평균자책점4.13을 기록했던 좌완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아무리 레일리가 타고투저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해마다 180이닝 안팎을 책임진 '이닝이터'였다 해도 5번 승리투수가 되는 동안 14번이나 패전을 기록하는 투수는 2020년 새로운 롯데를 이끌 에이스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롯데는 레일리와 결별을 선언한 지 2시간이 지난 후 '또 한 명의 레일리'와의 계약소식을 전해 왔다. 2012년부터 8년 동안 빅리그 6개 구단에서 활약하며 통산 44승 40패 4.56의 성적을 남긴 댄 스트레일리였다. 스트레일리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절이던 2013년 10승,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6년 14승,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이던 2017년 10승을 기록했던 '진짜배기' 현역 빅리거 출신이다.

롯데는 2018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작년 이닝관리를 받으며 단 60이닝을 던졌던 박세웅을 3선발, FA 계약 실패로 작년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노경은을 4선발,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2년 차 사이드암 서준원을 5선발로 국내 선발진을 구성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4월 말 미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스트레일리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4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구위를 점검한 스트레일리는 시즌 개막 직전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허리 담 증세로 예정된 선발 등판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예정대로 스트레일리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고 스트레일리는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5.2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펼쳤다.

4일을 쉰 스트레일리는 10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물론 구위도 뛰어났지만 빅리그 44승 경력의 베테랑 투수답게 마운드 위에서의 여유와 자신감이 단연 돋보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든든한 새 외국인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앞날에 불운이 다가올 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9경기 연속 무승의 불운 씻어내고 15이닝 무실점 상승세

스트레일리는 5월 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한화 선발 김이환의 6이닝 1실점 '깜짝 호투'에 막혀 시즌 첫 패를 당했다. 5월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5실점으로 부진하며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스트레일리의 본격적인 불운이 시작됐다. 팀 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가 무려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5월 10일 SK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7월 2일 NC 다이노스전까지 9경기에서 승리 없이 단 2패 만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스트레일리는 55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 17점을 기록, 평균자책점 2.78이라는 준수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무실점 투구가 두 차례 있었고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며 지난 6월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무려 8이닝(2실점)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렇게 2020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운의 아이콘'이 되던 스트레일리는 지난 8일 시즌 첫 패를 안겼던 한화를 상대로 길었던 불운을 씻어냈다. 7이닝 동안 4피안타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통해 팀의 6-2 승리를 이끌며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긴 것이다. 한화 에이스 워윅 서폴드와의 맞대결이었지만 스트레일리는 시즌 4번째 무실점 호투를 통해 6이닝 4실점의 서폴드를 압도했다. 

길었던 불운을 날린 스트레일리는 한화전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4일 LG와의 경기에서 8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연승을 따낸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최근 2경기에서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2.29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을 2.07까지 낮춘 스트레일리는 NC의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2.24)를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3위로 뛰어 올랐다.

최근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스트레일리는 여전히 시즌 3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34위에 머물러 있다. 다승 공동 1위 그룹이 8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일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가 9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긴 터널에서 탈출해 연승의 바람을 탔다는 사실은 스트레일리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롯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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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외국인 에이스 15이닝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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