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5번 지명타자 유한준이 5회 초에 타격하고 있다.

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5번 지명타자 유한준이 5회 초에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정대영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세영은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된 1981년생 노장들이다. 1980년생 이효희(도로공사 코치)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두 선수가 V리그 최고령 선수 자리를 물려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나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 여전히 팀에서는 없어선 안 될 핵심 선수들이다. 실제로 정대영과 김세영은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 각각 7위(세트당 0.55개)와 2위(세트당0.67개)에 올랐다.

축구에서는 '해버지' 박지성과 '풍운아' 이천수(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 등 1981년생을 대표하던 스타 선수들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일찌감치 은퇴를 했다. 하지만 통산 득점왕 3회와 191골로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골에 빛나는 데얀 다먀노비치(대구FC)는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도 여전한 득점 감각을 과시하며 대구의 특급조커로 맹활약하고 있다(물론 K리그에는 1979년생 이동국도 있다).

사실 수많은 점프로 젊은 나이부터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사는 배구나 엄청난 체력이 필요한 축구에 비해 떨어지는 힘을 기술로 만회할 수 있는 야구는 선수생명이 꽤 긴 편이다. KBO리그에도 올해 한국나이로 40세가 된 1981년생 현역 선수가 5명이나 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여전히 팀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kt 위즈의 '소리 없는 강자' 유한준 뿐이다.

1군에서 자취 감춘 윤성환-김주찬-김승회, 이성우만 백업으로 활약

올해 KBO리그 최고령 선수는 역대 최다안타 기록(2478개)을 보유하고 있는 LG 트윈스의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올해도 타율 .317를 기록하며 건재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난 6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다. 1979년생 박용택 밑으로 1980년생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이 있고 송승준의 뒤를 이어 1981년생 선수가 5명이 있는데 이들 중 시즌 전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 노장 선수는 거의 없다.

통산 135승을 자랑하는 베테랑 우완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은 작년에도 8승 13패 평균자책점 4.77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윤성환은 올해도 삼성의 선발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5월16일 kt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2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후 두 달 가까이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최채흥, 원태인, 허윤동 등 젊은 선발 투수들이 즐비한 삼성에서 불혹의 윤성환이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확률은 썩 높지 않다.

2018년 타율 .340 18홈런 93타점 71득점 8도루를 기록하며 KIA 타이거즈의 핵심타자로 활약했던 김주찬은 작년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허벅지 지방종 수술을 받은 김주찬은 한 달 늦게 1군에 합류했고 7경기 만에 허리 통증으로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주찬이 빠진 KIA는 황대인과 유민상 등을 활용하며 1루 자리를 채우고 있고 아직 김주찬의 복귀 일정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2016 시즌이 끝나고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김승회(두산 베어스)는 2017 시즌을 앞두고 친정 두산에 복귀해 3년 동안 13승 6세이브 29홀드를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김승회는 시즌 개막 두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1군은커녕 2군 마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 두산이 시즌 초반부터 불펜 문제로 크게 고전했던 점을 고려하면 경험 많은 김승회의 부재는 두산에게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 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는 이성우는 주전 유강남의 백업 포수로 나서면서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까지 프로 20년 동안 통산 홈런이 4개에 불과했던 이성우가 올해 26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내고 있다는 사실은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불혹의 이성우에게 유강남을 능가하며 주전포수로 활약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나이 고려 안 해도 kt 타선에 반드시 필요한 붙박이 5번 타자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유한준은 2013년까지 프로 10년 동안 3할 타율을 기록한 적도,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적도 없는 평범한 외야수에 불과했다. 경기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와 평균 이상의 준수한 수비 실력을 통해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재능 있는 신예가 등장하면 언제든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입지를 가지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전과 백업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던 유한준은 프로 데뷔 11년째가 되던 2014년 122경기에서 타율 .316 20홈런 91타점 71득점을 기록하며 드디어 '오래된 유망주'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타율 .362 23홈런 116타점 103득점으로 최다안타왕(188개)에 등극하며 '넥벤저스' 강타선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유한준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kt와 4년 60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사실 베테랑 선수가 FA를 앞둔 1,2년 동안 부쩍 분발해 예상보다 큰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리그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유한준은 '30대 중반에 맺은 위험한 계약'이라던 FA 계약기간 4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 그리고 130개 이상의 안타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2018, 2019년에는 각각 83타점, 86타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며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와 함께 kt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20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을 때도 kt가 은퇴가 멀지 않은 불혹의 노장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안긴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한준은 13일 현재 올 시즌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04 6홈런 26타점 24득점 OPS(출루율+장타율).867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361 1홈런 10타점으로 타격감을 바짝 끌어 올리고 있다.

사실 한 팀에서 오래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라면 은퇴를 앞둔 나이의 선수에게 대형 FA 계약을 안겨 주기는 쉽지 않다. 2016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유한준 역시 창단한 지 10년도 안된 kt가 의무적으로(?) 대우해 줘야 할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유한준은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차치하더라도 kt타선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선수로서 불혹의 나이에도 비싼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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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유한준 1981년생 5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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