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의 주먹 인사 지난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 한화 이글스 경기. 5회 초 롯데 민병헌이 2사후 좌중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 민병헌의 주먹 인사 지난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 한화 이글스 경기. 5회 초 롯데 민병헌이 2사후 좌중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가 두산에게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만들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5-4로 승리했다. 전날 5-10 완패를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리로 설욕한 롯데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전적을 1승1패로 만들며 중위권 추격을 이어갔다(27승29패).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5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비자책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번째 승리를 거뒀고 박진형,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4이닝을 2실점(비자책)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타석에서는 1번타자로 나선 정훈이 멀티 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9번 타순에 배치된 민병헌은 친정팀을 상대로 4회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017년 겨울, 롯데가 강민호 대신 선택한 FA 외야수

2017 시즌이 끝나고 롯데는 외야수 손아섭과 이우민,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1루수 최준석, 내야수 문규현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고 미국에 진출했던 내야수 황재균(kt 위즈)이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FA를 신청했으니 실제로 롯데의 팀 내 FA 선수는 무려 6명이나 됐다. 주전급 선수만 추린다 해도 손아섭과 강민호, 황재균까지 3명이나 됐다.

사실 롯데가 이들을 모두 붙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황재균은 귀국 후 부산이 아닌 서울에 거주하며 LG 트윈스나 kt 등 수도권 팀들과 연결돼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롯데가 2010년부터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간판 외야수 손아섭과 롯데 유니폼을 입고 4번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강민호를 붙잡는데 주력할 거라고 전망했다.

롯데는 2017년11월26일 손아섭과 계약기간 4년, 총액 9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1년 전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와 맺었던 4년 100억 원 계약에 버금가는 초대형 계약으로 롯데가 오버페이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이대호의 뒤를 이을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매년 골든글러브를 노릴 수 있는 리그 정상급 외야수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손아섭 못지않게 롯데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강민호를 얼마에 붙잡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손아섭과의 계약이 있은 지 이틀이 지나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롯데가 FA 외야수 민병헌과 4년 8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미 손아섭에게 98억 원을 투자한 롯데가 민병헌에게도 80억을 안겼다는 것은 강민호와의 계약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민병헌은 두산 시절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엘리트 외야수다. 강견에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평균 이상의 장타력을 겸비한 선수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대표팀에도 자주 이름을 올리는 선수다. 하지만 롯데에게 있어 강민호보다 가치 있는 선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9번까지 떨어진 민병헌, 친정 상대 결승 적시타로 명예회복

사실 롯데는 민병헌 입단 전에도 손아섭과 전준우, 김문호(나경민, 박헌도, 이우민)로 이어지는 좋은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병헌이 가세하면서 외야의 생태계가 흔들렸고 주전 좌익수였던 김문호를 비롯해 백업이었던 나경민, 박헌도, 이우민은 졸지에 경기 출전 기회가 줄어 들었다. 2020년 현재는 김문호만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나경민, 박헌도, 이우민은 모두 그라운드를 떠났다.

물론 민병헌은 홈구장을 잠실에서 사직으로 옮긴 후에도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 나갔다. 이적 첫 해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318 17홈런 66타점을 기록한 민병헌은 작년 시즌에도 타율 .304 9홈런 43타점 13도루로 엘리트 외야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만 두산에서의 마지막 5년 동안 연 평균 126경기에 출전했던 민병헌은 2018년 118경기에 이어 작년 101경기 출전에 그치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민병헌은 올해도 롯데의 주전 중견수이자 테이블 세터 한 자리에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줄 거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첫 8경기에서 .382의 타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민병헌은 5월 중순부터 심각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고 6월 초에는 늑골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올 시즌 타율 .253 2홈런 12타점.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엘리트 우타 외야수라고는 믿을 수 없이 부진한 성적이었다.

민병헌은 친정팀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도 2경기 연속 9번타순에 배치되는 굴욕을 당했다. 전날 2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다가 7회 수비에서 교체됐던 민병헌은 11일 경기에서 드디어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회복했다. 첫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난 민병헌은 4회 1사 2, 3루 기회에서 유희관의 3구째를 받아 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민병헌의 적시타는 롯데를 승리로 이끄는 결승타가 됐다.

사실 매년 3할 타율이 보장돼 있던 민병헌이 9번타순에 배치되는 것이 롯데에게 있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민병헌이 타격감을 회복해 상위타선에 들어간다면 롯데는 다시 개막 5연승을 할 때처럼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롯데 타선이 시즌 초반처럼 허문회 감독이 구상했던 이상적인 라인업을 구축했을 때 롯데는 포스트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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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 결승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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