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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도 추억이 담긴다고 했던가. 고등학생 때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지금까지 여러 번 기기를 변경했다. 사용했던 기기는 물론 기계가 고장 나더라도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두었다. 오랫동안 손때가 묻은 휴대폰은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메시지)와 사진들은 추억이 되었다.

폴더, 슬라이드, 터치, 스마트폰으로 계보를 있는 휴대전화의 역사처럼 내 손을 거쳐 간 기기도 방 한구석에 시간의 역사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최근 인생의 큰 변화가 생기면서 내 주변을 정리하던 도중, 쓰지 않은 오래된 물건도 버리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애증어린 것이 휴대폰이었다.

출시연도가 5년 이내이면서 작동 가능한 스마트폰은 통상 중고시장이나 무인 중고 ATM에서 거래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대부분 폐기된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기기들도 너무 오래되거나 휴대전화 기능이 온전치 못한 것 또는 지금 사용하기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고 의외로 의미 있는 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냥 버리자니 왠지 찜찜한 휴대전화
 
 폐기할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기를 분리하여 택배 상자 안에 넣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나는 기계들로 아쉬우면서도 속이 후련하다.
 폐기할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기를 분리하여 택배 상자 안에 넣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나는 기계들로 아쉬우면서도 속이 후련하다.
ⓒ 노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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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곳은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아래 KERC)'이다. KERC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폐전기 및 전자제품을 회수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및 기술도 개발하고 있으며 2014년에 설립됐다. 환경부로부터 공익법인 인가를 받은 비영리 단체로 지역별로 자체 리사이클링 센터를 운영하고 재활용사업자와 연계한 폐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휴대폰은 물론 폐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각종 폐전자품도 처리한다.

이번 이야기의 소재인 폐휴대폰의 재활용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ER는 폐휴대폰을 접수하면 배터리, 케이스 등을 분리 및 분류하는 1차 작업을 거친다. 이후 폐휴대폰 본체는 휴대폰의 형태가 남지 않도록 파쇄한다. 그리고 플라스틱, 철, 구리 등 각 물질별로 선별 및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 해당 자원을 재활용한다. 특히 휴대폰 안에 저장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나는 이 부분에서 큰 신뢰감을 받았다.

휴대폰을 처분하면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역시 개인정보였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정보는 아니지만 내 눈과 마음이 되어준 카메라(사진)와 문서, 그리고 사람들과 오간 다양한 메시지를 혹시 모를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이 껄끄러웠다.

그동안 모아둔 휴대폰은 과거의 수많은 통화기록이나 문자, 그리고 사진들을 담고 있었고 나는 도무지 이것들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내 추억거리 저장소라고 생각했던 휴대전화를 사실상 간직만 하고 싶었을 뿐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안간힘을 내어 수년 만에 작동시킨 몇몇 기기들을 제외하고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거나 더 이상 전원조차 켜지지 않아 개인 자료를 삭제하거나 따로 저장하지 못했다. 이때 KERC의 기기 파쇄 방식이 눈에 들어왔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은 폐휴대폰 기기를 재활용하고, 이로써 발생된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은 폐휴대폰 기기를 재활용하고, 이로써 발생된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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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합은 폐휴대폰에 포함되어 있는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 오염을 예방하고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절약한다. 채굴한 자원으로 자연 파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부분이니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개인정보의 도용을 방지하고 친환경적인 배출 방식을 고수하는 것 외에도 필자의 마음을 이끈 것은 바로 '기부'였다. 폐휴대폰의 재활용으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 돕기에 사용된다. 폐휴대폰의 무게에 따라 정산된 수익금은 등록 시 해당자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기부단체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한다.

여기서 잠깐! 사실 나도 7~8년 전, 한 달에 한 번씩 몇 만원 정도의 기부를 정기적으로 행한 바 있다. 해당 단체를 밝힌 수는 없지만 불우이웃을 돕는 국내 대표적인 단체였기에 나름대로 사회적 헌신이라는 자기 만족으로 기부를 했다. 하지만 단체에 모인 기금을 고위 간부들의 유흥업소 파티에 쓰였다는 뉴스를 접한 뒤 기부를 끊어버렸다. 이후 직접 도와주지 않은 한, 기부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기부에 다시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지난 번처럼 자기 만족 보다는 폐휴대폰을 처분하는 데 기부까지 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합리적인 선택과 괜한 뿌듯함이 좋았다.
  
 접수 시 폐기할 구성품의 개수를 정확하게 기입해야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된다.
 접수 시 폐기할 구성품의 개수를 정확하게 기입해야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된다.
ⓒ 노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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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휴대폰을 처분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그래도 사전에 알고 있으면 용이하다. ▲첫째, 처분할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기를 모두 분리하여 모은다. ▲둘째, 이렇게 분류한 품목의 개수를 각각 세고 KERC 사이트(https://나눔폰.kr)에 접속한 뒤 온라인 접수란을 통해 행정 처리를 하면 된다.

이 단계에서 기부영수증 발행 여부와 품목 개수 및 영수증 발행에 따른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접수번호와 비밀번호를 메모해둔다(이후 접수와 기부금 영수증 발급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다). ▲셋째, 접수가 완료되면 처분할 휴대폰과 구성품을 착불형태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덕성산단1로 68번길 19, 수도권자원순환센터 폐휴대폰 담당자 앞(우. 17130, ☎ 031-323-5740)'로 보내면 된다.

이번 폐휴대폰 처리를 곧 결혼할 사람과 함께 했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집에 있는 옛날 휴대폰 찾아보고 연락줄게"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이틀 후에 "버릴 휴대폰만 10대가 넘는데? 좀 더 찾아볼게"라며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나 역시 10대에 가까운 폐휴대폰이 모였다.

그리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여 온라인 접수를 진행한 뒤 우체국 택배(착불)로 보냈다. 주의할 점은 우체국 택배도 착불은 가능하나 박스값은 창구에서 바로 지불해야 한다. 편의점을 이용할 경우 집에 남는 박스로 자가 포장하면 박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택배(익일특급)를 보내고 하루가 지난 뒤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우체국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수신되었다. 2차 확인을 위해 조합 홈페이지에 접속해 접수 확인을 한 결과 접수도 이상 없이 되었고 추후 입고 여부와 기부금 영수증 발급 현황을 체크하면 된다.
  
 폐휴대폰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에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방문했다.
 폐휴대폰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에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방문했다.
ⓒ 노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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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19년도 기부금 영수증 발행 대상은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2월 13일까지이며, 이후부터는 2020년도 기부금 영수증 발행 대상에 포함된다. 기부금 영수증은 본인이 직접 국세청 홈페이지(www.hometax.go.kr)에 접속해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에서 발행한 건으로 조회할 수 있다. 단, 홈페이지 접수 내역과 입고 내역이 상이할 경우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누락될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 기입이 필수다.

폐휴대폰을 버리면서 친환경 재활용 사업에 참여했고 불우이웃에 기부까지 하는 선행도 하게 됐다. 별 것 아닌 휴대폰 폐기지만 좋은 일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 변곡점의 한 켠을 의미있게 해주었다.

잊힌 나의 추억들을 내보낸 것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묵혀만 두고 있던 어눌한 집착과 기억을 털어놓았다는 개운함도 있었다. 미니멀라이프, 폐기물 재테크 등 다양한 재활용 및 처분 방법도 많겠지만 친환경 사업에 동참하고 기부까지 할 수 있는 이 방식도 한 번쯤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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