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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일터 중에서도 건설 현장, 그중에서도 추락사를 줄이고자 했다. 시스템 비계 설치 점검, 안전패트롤 운영 등 추락사 예방정책을 시행하고, 행정력을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집중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만약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까? 정말 건설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지난 7월 1일 광화문 부근 카페에서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분과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선택과 집중, 그 너머의 문제들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한 고용노동부의 대응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실제 건설 현장 산재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한 고용노동부의 대응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실제 건설 현장 산재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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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18년 타워크레인 사고 집중 점검, 2019년 건설현장 추락재해 집중 점검, 2020년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질식사고 집중 점검 등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건설현장에서 두드러진 사고유형별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에 관심과 의지를 갖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노동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엔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았거든요. 그러니 현실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선택을 하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사고들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죠.

특정 의제에 집중하더라도 여러 사고 형태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일도 병행이 되어야 해요. 각각의 사안에 대한 세부대책 또한 마련되어야죠. 종합대책이 부실하면 그걸 탄탄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야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건별로 대응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워요. 단편적인 방안만 내놓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이슈화된 특정 사안에만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그만큼 노동부 내 산업안전 관련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요?"


강한수 위원장은 사안별로 집중해서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해당 사안을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집중점을 옮겨갈 때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타워크레인 집중점검에서 추락사 집중점검으로 정책의 강조점을 바꿔 갈 때,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안전수준이 정말 올라간 것인지 평가하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의 역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역량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기만 하는 것이라면, 안전관리가 누적되거나 증대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서 이 점에 유의해서 산재예방정책을 검토·수립·시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19년, 추락재해 예방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효과가 정말 나왔는지도 앞으로 지켜보면서 평가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과연 실제로 추락재해가 줄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죠. 무엇보다 사망재해에 초점을 두고 했던 것인데 추락사로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아차 사고'가 있었을 것이잖아요.

또한 사망자만큼 중경상의 부상자도 많을 것이고요. 추락사가 줄었다면, 그만큼 중경상 사고도 함께 줄어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해요. 집중을 통해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사망사고 외에 다른 추락 관련 산재들도 줄어야 제대로 된 정책효과가 아닐까요?

나아가 파급효과가 있다면, 화재사고, 질식사고 집중점검으로 옮겨갈 때 추락 관련한 안전점검 또한 지속할 수 있을지도 평가가 필요하고요. 결국 중요한 문제는 집중점을 옮겨갈 때, 감독을 안 한다고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집중사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촉발제가 될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요."

   
제대로 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하려면?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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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바로 '자율규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한 조건일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점검, 관리·감독을 통해 현장에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함께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을까?

"한국의 사업주들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관리·감독에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할 거예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근로감독관 나왔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 '이때만 바짝 조심하면 괜찮을 거다' 등. 예를 들어 중대재해가 발생했어요. 해당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이 나오죠. 그러면, 너네 한 번 정신 차려 보라면서, 온갖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물리죠.

이렇게 징벌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아무리 준비해봤자 걸릴 거 다 걸린다, 평소에 신경을 써도 못 피해간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회의적인 정서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집중점검정책이 끝나면, 다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현대건설, 포스코 등 대기업 건설현장의 경우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꾸리고 운영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도 소규모 건설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관리가 되는 현장과 아닌 현장의 차이가 별로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다시 말해 건설현장 간 차이가 없는 것이죠.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제나 시공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에요. 안전조치가 온전히 이뤄지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건 어느 건설현장이 부족한 것이죠. 포스코의 경우엔 CCTV를 설치하고 안전관리자를 곳곳에 두고서 구역별로 상시 점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전조치, 안전교육, 안전설비, 작업현장을 점검한 뒤 작업을 개시하는 안전관리 절차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아요. 안전점검 이후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죠. 작업 자체를 전문건설사에 위임하고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감시·감독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식인 거죠. 결국 강압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게 되죠. 안전패트롤 운영이 그 연장선에 있어요.

문제는 안전관리자는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만 패트롤은 하청을 준다는 점이에요. 안전관리자들이 모든 현장을 다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팀 인력 중 일부를 용역으로 사용해요. 안전팀이 관련한 지시를 하고, 패트롤은 손발이 되어 돌아다니죠. 하지만 건설현장 안전 관련 지식과 권한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점검이 어려워요. 물론 작업자들이 유해위험요인을 일하면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예컨대, 한 건설현장에 패트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고 있죠. 타설 작업할 때, 펌프카가 엄청난 압력으로 콘크리트를 쏴요. 타설 지점에서 도킹을 잡은 사람, 옆에서 라인에 맞게 골고루 뿌리는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 등이 여럿 모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문제는 펌프카의 바퀴가 떠 있는 채로 작업이 이뤄진다는 거예요. 쏘는 방향에 따라 특정 부위에 하중이 쏠리죠. 그때 지반침하로 인한 펌프카 전도가 자주 발생해요. 그러면 이 작업자 서너 명 중 한 명은 늘 사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늘 있다면, 타설 작업 전에 지반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지반침하 위험이 있다면 타설작업을 중지하고요. 작업 재개 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요. 그런 안전점검, 중지 및 재개 의사결정이 현장의 패트롤이나 안전팀을 통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검체계가 갖춰진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럴 권한과 역량이 부족해요. 더욱이 공사기간을 맞추는 게 최우선 원칙이다 보니, 안전점검할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작업중지하고 점검하는 데 따른 책임을 누구도 지기 싫어하게 되고요."


그 결과, 건설현장의 자율안전점검을 하더라도 대부분 작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좁혀지게 된다. 안전패트롤이 상주하면서 돌아다녀도, 노동자들이 안전장구를 잘 착용했는지, 작업자가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충실히 하고 있는지 등 작업자 개인에 대한 규율 위주로 점검한다. 사람의 행위만 통제하려는 방식 말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강조하는 것에 반발감만 생긴다고 토로한다. 작업환경은 별로 바뀌지 않는데 노동자들만 못살게 굴고 귀찮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왜 이런 행위자 규제 중심의 안전조치만 이뤄지게 되는 것일까? 이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원인 분석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박기형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7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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