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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촬영 김영미 PD의 해외촬영 모습. 독립PD는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촬영으로 보낸다.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인 김영미 PD의 해외촬영 모습. 독립PD는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촬영으로 보낸다.
ⓒ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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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IMF 같아요. 그때  PD들 사이에서 성인물 찍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는데 지금이 딱 그래요.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는 안 좋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제작비가 줄어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방송은 나가야 하니까요. 방송국은 버텼어요. 하지만 지금은 방송국도 휘청거리는 거 같아요."

27년 차 최아무개 독립 P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렸다. 조연출 시절, 성인물을 찍어야 하나 고민했던 때다. 6개월여 보험 텔레마케팅을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했던 시절로부터 23년이 지났다. 교양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던 그가 2020년 다시 PD로 계속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그의 삶에 직격탄을 날렸다. 해외 촬영의 길이 막혔고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편성 시기가 늦춰졌다. 제작이 밀리니 당연히 일거리가 떨어졌다. 그를 포함해 지상파 방송국의 각종 정보프로그램과 해외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던 PD들의 활동무대가 사라진 셈이다.

국내 촬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적게는 5명, 많으면 수십 명의 스태프가 함께 촬영해야 하는 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일거리가 없어도 일거리가 있어도 독립 PD들이 코로나19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6개월 넘게 확산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코로나19와 대치하고 있지만 백신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소한의 방패막이인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2월에 한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공모에 당선됐어요. 전체 촬영의 80%를 유럽에서 해야 했어요. 출국 4일 전, 유럽이 폐쇄됐어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PD는 목소리를 높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해외 촬영이 필요한 다큐멘터리를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6월까지 마쳐야 했던 촬영을 연말로 미뤘다. 하지만 연말이라고 딱히 상황이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음 달이면 가능할까, 또 한 달이 지나면 나아질까 기다리다 이미 6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대량 확산한 지난 4월 13일부터 유럽지역 29개국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각 국가들은 '상호주의'를 내세워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일단 해외 입국도 쉽지 않지만 해외 입국을 한다고 해도 문제에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보다 방역이 허술한 해외에 가서 촬영했다가 코로나19 확진이라도 되면 누가 책임지겠어요? 게다가 촬영이라는 게 해외의 지역 소도시를 다닐 때가 많으니 방역이 덜 되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방송국은 (코로나19에) 책임질 수 없다고 한 상태에요."

최 PD는 "결국 무기한 촬영이 연기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당장 이번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
 
독립PD의 어려움 독립PD의 64.3%가 코로나19로 '사전기획 단계'에서 프로그램이 취소 혹은 연기됐다고 답했다. 52.4%는 '원하지 않는 무급휴직'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독립 PD의 64.3%가 코로나19로 "사전기획 단계"에서 프로그램이 취소 혹은 연기됐다고 답했다. 52.4%는 "원하지 않는 무급휴직"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 한국독립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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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미뤄지니 눈앞에 놓인 건 오늘을 먹고 사는 문제다. 지난 4월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방송스태프지부 소속 스태프(독립 PD 214명, 방송작가 380명) 총 5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도 이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립 PD와 방송작가 절반에 가까운 45.4%(독립 PD 40.2%, 방송작가 48.4%)가 '코로나19로 임금손실을 겪었다'라고 답했다.

지난 4월 한국독립PD협회가 정회원 3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독립 PD의 64.3%가 코로나19로 '사전기획 단계'에서 프로그램이 취소 혹은 연기됐다고 답했다. 52.4%는 '원하지 않는 무급휴직'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독립 PD들은 정부 지원책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김영미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의 긴급함을 인지하고 프리랜서나 독립 PD들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중의 각 은행이 내세우는 대출 상품과 예술인복지재단의 긴급 생활비 대출 등은 모두 계약서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코로나19로 방송을 못 해서 생활이 어렵다는 증빙을 해야 하는데, 독립 PD에게 계약서는 언감생심"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독립 PD가 방송국에 먼저 계약서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정부는 4월 22일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3개월간 월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급여 등을 지급받지 못한 이들이 대상이었다.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소득 감소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계는 여전히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구두계약으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앞서 '방송 스태프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의 응답자 74.3%는 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독립 PD들은 갑도 을도 아니고 병"이라고 호소했다.

"당장 이번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콘텐츠진흥원에서 방송융자사업이라고 제작비를 지원해 주는 게 있어요. 코로나19로 다들 힘드니까 이미 4~5월에 다 소진됐다고 해요. 그래서 하반기는 언제 신청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빨라야 9월에 공고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10월에 신청받고 연말이 돼야 승인 여부가 나온다는 건데, 그때까지 내가 독립 PD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며 최 PD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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