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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성별, 장애, 나이, 국적 등으로 차별하지 않을 것을 규정해 놓은 이 법은 2007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바 있으나, 반발을 마주하며 폐기를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14년간 진전과 후퇴를 거듭해온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번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편집자말]
 '2020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 선포 - 대세는 이미 차별금지법! 평등에 합류하라!'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빈곤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20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 선포 - 대세는 이미 차별금지법! 평등에 합류하라!"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빈곤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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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고, 다른 하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4월에 제정되었으며 1년 후인 2008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이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는 이 법의 효과성을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의 주요 내용을 숙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청각 장애인이 교육과정을 거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조 기구를 제공하고, 적절한 교육 및 평가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실제 경험해온 학교의 현실은 달랐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비장애인들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다. 법이 시행된 2008년은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다. 막 대학교에 입학하던 시기에서 법이 시행되었다. 고등학교까지 늘 열악한 교육의 현주소를 경험했기에, 강의를 들을 때 속기통역과 수어통역 서비스를 지원해준다는 대학교를 찾아 입학했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정당한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도 편의를 지원 받지 못하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반 학교에 진학하는 청각장애 학생이 있다면 학교 차원에서 이를 파악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교육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저 학생 개인에게 이런 역할을 떠넘기는 실정이다.

나는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수없이 받았다. '배려'라는 이유로 교실에서 맨 앞자리에 종일 앉아 있어야 했고, 친구들이 공부하는 동안 나는 선생님의 입 모양과 옆에 앉은 친구의 필기 노트를 번갈아 가며 봐야 한다는 부담감과 싸웠다. 부담감은 학습 의욕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불공평한 교육의 현실에 좌절해야 했다.

이런 일은 나만 겪은 게 아니었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할 때 PPT 화면만 나오고 자막이나 수어 통역사가 거의 나오지 않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은 청각장애 대학생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적도 있다.

이처럼 당사자의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실의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상황이 아쉽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제도가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차별을 차별이라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최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언론에서 말하는 내용과 비교해 봤을 때, 이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주 내용은 '성소수자의 차별 반대'라며 반발한다. 성소수자와 관련해 발언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청각장애인이고, 여성이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사회의 숨겨진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청각장애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은 엄청나다. '얼굴은 예쁜데 못 들어서 불쌍하다', '듣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기를 키우냐'라는 말을 하면서도 본인이 차별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앞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오해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이 법을 긍정적으로 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법이다. 이 법안은 25가지의 차별 금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이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부분만 보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가 명확하게 차별인지 몰랐던 내용도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이 같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청각장애인은 본인의 의사소통 수단을 알린 후 정당한 편의 제공을 요청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공통점은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을 통해 모른 채 당한 차별과 알고도 외면한 차별이 있는가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이 법은 꼭 필요하다. 

이 사회는 음성언어를 요구하고 있다. 음성언어로 살아가는 다수 안에서 치열하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청각장애인의 마음은 어떨까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침묵'이라고 한다. 갑자기 음소거 된 텔레비전 뉴스를 본다든지,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호출 버튼이 먹통이 됐을 때, 비장애인은 비로소 '소리'와 '음성언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 수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청각장애인의 수어 통역 요청을 거부하거나, 다른 수단을 마련해주지 않을 경우에 청각장애인 환자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또, 질병 앞에서 어떤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는 차별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차별'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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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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