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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라운드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자유
 헤이그라운드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자유
ⓒ 문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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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고교 3년을 마치고 졸업식만 남은)부터 시민단체에서 일했어요. 뼛속까지 활동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하지가 지나자 곧바로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6월 24일 퇴근 후,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일하는 김자유씨를 만나기 위해 전철을 탔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오자 빗방울이 예쁘게 유리창에 맺혔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아직 그치지 않았나 보다.
 
며칠 전 SNS에서 '데이터로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봤다. 인터뷰이가 김자유였다. 나는 김자유를 '공동체IT 사회적협동조합'(이하 IT사협)에서 처음 보았다. IT사협은 '비영리 단체의 부족한 IT 활용 능력을 돕고 기술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2016년에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컴맹에서 조금이라도 탈출하고자 조합원이 됐다. 컴퓨터활용능력을 배운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재미가 더 크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조합에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많다. 하지만 조직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IT사협은 김자유에게 이사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본인의 사업을 꾸려가기도 벅찼지만, 상생하는 관계니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2019년에 IT사협의 이사장이 되었다. 
  
나는 김자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그는 이미 알려진 사람이다.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도 상처받지 말 것을 다짐하고 연락했다. 내 예상과 달리 흔쾌히 오케이 했다. 대신에 그의 사업장이 있는 헤이그라운드로 오라고 했다. 저녁 식사시간이라 배가 고팠다. 센스 있는 김자유는 김밥과 만두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헤이그라운드 10층의 커뮤니티 공간은 김자유의 이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교육감 직선제 선거를 보며 달라진 가치관
   
 2012년 광화문에서 선행학습 금지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자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을때다.
 2012년 광화문에서 선행학습 금지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자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을때다.
ⓒ 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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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았어요. 그때 당선된 사람이 김상곤 교육감이에요. 굉장히 혁신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이 됐어요. 학생인권조례 제정, 혁신학교 모델 확산, 일제고사 반대 등이 핵심 정책이었어요. 충격적인 정책이었어요. 공교육은 당연히 학생의 인권을 억압하고 입시경쟁을 조장하는 곳인데, 이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큰 자극을 받았어요. '알 수 없는 미래를 언제 바꿀 수 있나'에서 '오늘 당장 바꿀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뀐 계기였어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도 임기 내내 맞네, 틀리네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그 일을 봤어요.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를 찾다가 학생회장이 됐어요. 학생회장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선생님들과 싸우기도 했고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당시에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그 단체의 의장을 맡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운동 하는 분들과 만났어요. 

고3이 되니 본격적으로 입시 문제를 고민하게 됐어요. 과연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제대로 된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수능 중심의 입시 교육이 잘못됐다는 걸 안 후, 수능을 본다는 게 용납이 안 됐어요. 그래서 수능 원서를 내지 않고 제 또래의 청소년 활동가들과 '대학 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수능일에 청소년·청년 50여 명이 모여서 대학 거부 기자회견을 했어요. 투명가방끈은 지금 100명이 넘는 회원이 있고 비진학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어엿한 단체가 됐어요.

매년 수능 날이 되면 대학 입시 거부 선언을 해요. 또한 대학에 가지 않은 비진학자들의 자립을 위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택을 건립하기로 했어요. 며칠 전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다다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창립총회를 열었어요. 뜻 맞는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해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려요 (웃음)."


김자유는 1994년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 인권 문제와 입시제도 문제에 눈을 떴다니, 일찍부터 반골 기질이 드러났다. 고교를 졸업할 즈음,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은 더 확고해졌다. 전부터 관심 있었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곳에서 대학정책 담당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곧바로 지원했고 채용되었다. 이때부터 김자유는 본격적인 시민운동가로 산다.

대학 거부하고 활동가로 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온라인 채널 및 홈페이지 등을 관리하는 전담자가 없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IT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그 일을 같이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홍보 쪽 일을 꽤 잘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아예 온라인 홍보 전담자로 일했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녹색당으로 일터를 옮겨 녹색당 전국사무처 온라인 홍보 담당자로 일했어요.   

온라인 홍보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데이터 분석을 알게 됐어요. 구글 애널리틱스라는 무료 홈페이지 분석 툴을 사용하면 마케팅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충격이었어요. 이 도구는 우리 사이트에 몇 명이 들어왔고, 몇 명이 후원했고 몇 명이 서명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이 기술을 활용해서 내가 페이스북에 홍보할지 아니면 이메일 홍보를 할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영리기업에서는 상식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비영리 섹터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내가 데이터 분석 기법을 공부해서 비영리 단체에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때마침 그와 관련한 교육이 있어서 열심히 배우러 다녔어요. 어느 날, 강사님이 채용공고를 냈어요. 용기를 내서 도전했고, 채용돼서 '데이터리셔스'라는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의 한국지사 초기 멤버로 일할 수 있었어요. 1년 반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에 데이터 마케팅을 도입하는 일을 했어요. 일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것을 비영리 단체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어요."


대기업은 데이터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서 돈을 번다. '비영리 단체들도 이 툴을 이용해 홍보를 하고 모금을 하면 훨씬 영향력 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김자유는 창업을 결심한다. 
 
"2017년에 '누구나데이터'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크게 두 가지 일을 해요. 하나는 조직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할 때 구글 애널리틱스(GA)라는 툴(too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요. 다른 하나는 저희가 만든 '캠페이너스'라는 툴을 이용해 비영리 단체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거예요. 캠페이너스는 구글애널리틱스 툴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초보자들도 쉽게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어요. 

비영리 단체 활동가들은 공익 활동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마케팅과 모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아요. 시민들은 디지털 매체로 옮겨간 지 한참 됐는데 비영리 단체는 아직도 거리 모금, 전화 모금, 후원의 밤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후원자를 모집하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데 거의 없어요. 영리단체는 이와 관련된 직무교육을 엄청 많이 해요. 저는 이것도 사회 문제라고 봐요. 그래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비영리 조직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준비하고 있어요. 

'빅데이터'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 말을 하도 많이 쓰니까 반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거기에 대응하듯, '스몰데이터'라는 말을 써요(웃음). 보통 빅데이터 하면 외부의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모습을 떠올리죠. 소셜 미디어, 검색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가끔 저희한테도 그런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의 영역은 아니에요. 저희는 철저하게 '우리 고객', 우리의 '잠재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중요하게 봐요. 그들이 누구이고, 우리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요. 이것을 '스몰데이터'라고 표현한 거죠.
 
가끔 홈페이지 방문자가 너무 적은데 그래도 데이터 분석이 의미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저는 '사람들이 거의 안 들어온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데이터라고 대답해요. 모든 일은 그걸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니까요." 

 
 2017년 NPO파트너 페어 박람회 '누구나데이터'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는 김자유
 2017년 NPO파트너 페어 박람회 "누구나데이터"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는 김자유
ⓒ 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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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사고에 놀랐다.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니, 아무도 안 들어와도 그 자체로 데이터가 될 수 있다니. 발상의 전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나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며 주먹구구식으로 사는 인간인데 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제의식에 눈을 뜬 사람이라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김자유가 대학을 거부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시작은 입시제도의 문제였지만,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욕구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만약에 대학에 갔다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했을까. 대신에 김자유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저는 RSS(Rich Site Summary·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약자,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최신 정보들을 골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능)라는 앱을 통해서 제가 관심 있는 사이트의 뉴스와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봐요. 보통 사람들은 정보를 접할 때 SNS에 누군가 공유한 필터링 된 기사를 보죠. RSS를 이용하면 내가 지정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받아 볼 수 있어요. 이왕이면 영문 사이트의 정보를 찾아보는 게 좋아요. 더 수준 높은 자료를 볼 수 있거든요.   

주민등록증을 만든 지 얼마 안 됐어요. 피하고 피하다 창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었어요. 한국은 내 지문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요. 대부분의 선진국은 전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와 신분증을 일괄 발급하고 관리하지 않거든요. 전 국민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지문은 대표적인 생체 정보고, 생체 정보는 민감한 정보라서 특수하게 다뤄요. 변경이 불가능하고 고유 식별이 가능하니까요. 이걸 국가가 예외 없이 수집하고 관리하는 행동은 중대한 정보 인권 침해예요.

그래서 지문 날인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았어요. 지금의 시스템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지문 날인 시스템은 독재정권 시절에 간첩을 색출하고 국민을 편리하게 통제하기 위한 취지로 만든 거잖아요."


개명 후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다

나는 지문날인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주민증을 만들 나이가 돼서 만들었고, 지문 날인을 하라고 해서 했는데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김자유는 디지털 세대라서인지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도 스마트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종이신문을 5분에서 10분가량 훑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9시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는데, 김자유는 RSS를 이용해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본다니 격세지감이다. 낡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정보활용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 연식은 자꾸 늘어나는데 아날로그 방식까지 고집하면 꼰대 소리 듣는 건 시간 문제 일 테니까. 영화감독 김곡은 꼰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꼰대에게는 시간의 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라' '나도 그렇게 행동했으니, 너도 그렇게 행동하라' 요컨대,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 너도 이렇게 살아라'고 말하는 게 꼰대다."(2019년 3월 24일 한겨레 칼럼 꼰대란 무엇인가)
 
김자유를 인터뷰하면서 또 한 가지 놀란 점은 그가 개명을 했다는 사실이다. 개명한 이유를 들으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닉네임이 '자유'였어요. 계속 그렇게 불리고 싶어서 법 절차를 밟고 2016년에 '김자유'로 개명했어요. 이름은 내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 평생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자기 이름이에요. 내가 지향하는 단어로 이름이 불리면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개명했어요. 개명하려고 마음먹으면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나를 돌아보게 되고요. 저는 개명 추천해요. 한번 해보세요(웃음)."  

김자유의 대답을 듣고, 스콧 니어링의 말이 떠오른 건 우연일까.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기획 / 활동가 인터뷰]
① 나는 번아웃 된 활동가입니다 http://omn.kr/1ns5c
② '욕받이'도 괜찮다는 이 사람 "너무 미화하지 마세요" http://omn.kr/1nyf1
③ "다시 태어나도 활동가로 살래요" http://omn.kr/1o11c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활동가이야기주간 프로젝트 홈페이지(actvisitweek.net)에도 실립니다. 서울청각장애인 문자통역지원 서비스를 이용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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