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 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인사위원회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우리를 가장 절망하고 분노하게 했던 것은 기울어 가는 배에서 학생과 시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나중에는 자신들의 실책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고 최숙현 선수의 참혹한 죽음을 접하며 국가가 적절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체육계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인 폭력 문제 해결을 전담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적 기관이,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최 선수의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선수는 이미 몇 년에 걸쳐 선수단의 감독과 또 다른 지도자에 의해 극심한 폭력과 체벌에 시달리고 있던 자신의 상황을 외부에 알렸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폭력과 체벌, 괴롭힘 속에서 증거자료를 모았고 이를 토대로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경주체육회, 경주경찰서 등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 어떤 곳으로부터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의 상황을 접한 대한체육회는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했고, 경주체육회는 경찰 조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대구지검으로 넘겼다고 방관했다. 그러는 사이에 최 선수는 점점 희망을 잃고 결국 마지막 선택을 했다.

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그 정도 수준의 대응으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많은 대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체육계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문화관광체육부, 대한체육회 등 우리나라의 체육 관련 사무를 주관하고 있는 부처, 기관과 경주체육회, 철인3종 경기협회 등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단체는 당사자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아, 고 최숙현 선수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최 선수가 오랜 기간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는데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원인을 문제의 발생, 해결 절차 등의 전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즉, 자료까지 준비하며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던 최 선수가 어떤 이유로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됐는지 제반 문제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최 선수의 민원을 접한 담당자가 이 건을 어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어떻게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최 선수에게 어떻게 답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철저히 방관적 태도를 보인 대한체육회, 경주체육회, 철인3종 경기협회 등은 이번에 발생한 문제의 해결 주체가 아닌 조사를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독, 닥터(물리치료사), 일부 선수 등 주요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대상자는 법적 절차를 거쳐 엄중히 처벌하고 체육계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화관광체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이 꾸려져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좀더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비체육 관계자, 기관이 주도하는 제3의 기구를 통한 조사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조사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체육인 출신 차관 또한 폭력과 체벌이 일반화 되어 있던 과거의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체육계의 폭력과 체벌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조치로, 진부한 얘기지만 지도자에 대한 상시적인 감독과 관리를 통해 폭력, 체벌을 행사하였을 경우 더 이상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주지시키기 위한 정례적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도자의 폭력, 체벌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각적인 처벌 및 사후 처리를 통해 선수에 대한 폭력과 체벌은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체육인으로 자라나는 선수들이 선수로 성장하는 전 과정에서, 어떠한 폭력과 체벌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선수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도 폭력, 체벌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폭력 및 체벌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 이미 있는데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민원 제기 및 처리의 과정을 외부인, 단체가 주관하도록 하여 이해 당사자인 체육인, 협회 등이 개입할 수 없게 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국제대회 수상과 같은 체육 분야의 성과를 통해 전체 국민이 위안과 자신감을 얻었던 시절, 성과를 위해 폭력과 체벌이 공공연히 이뤄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성과를 비롯한, 그 어떤 이유로도 어린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폭력과 체벌을 당해 몸과 마음이 병드는 상황을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올림픽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자녀, 형제와 같은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 존엄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괜찮으니 선수에게 폭력과 체벌을 가해서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을 분명히 강조해야 한다. 그렇게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가 체육계에서도 실현되게 해야 한다.

'그저 이러다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감독, 물리치료사처럼 훈련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체벌을 습관적으로 행사하며 선수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지도자가 어디엔가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과거의 악습을 끊고 선수의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지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사회적 관심을 상기시키고 개개인 모두가 계속 주시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철인3종경기협회 홈페이지의 체육인권익센터 코너
 철인3종경기협회 홈페이지의 체육인권익센터 코너
ⓒ 강구섭

관련사진보기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체육계뿐 아니라 훈육, 훈련, 교육이라는 이유로 또, 집단 내 기강 유지, 단합 등의 여타 이유로 사회에 곳곳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폭력, 체벌, 괴롭힘 등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논의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젊었을 때는 밤잠도 못 자고 맞아가면서 배웠죠. 월급이요? 그냥 용돈이나 받으면서 기술만 배울 수 있어도 감지덕지했죠.'

요즘도 과거 도제식 방식으로 각종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던 당시의 일들이 언론 매체를 통해 아련한 추억처럼 이야기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의 일부 학과에서 규율과 위계를 이유로 폭력과 체벌이 자행되면서 신학기 초마다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폭력의 악순환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폭력과 체벌, 괴롭힘이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적극적으로 공론화되고 이를 통해 폭력과 체벌이 가능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최 선수를 떠나보내며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