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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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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아래 남측위) 회의실에서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남측위를 비롯해 겨레하나, 양심수후원회,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76개 단체가 참여한 추진위는 한목소리로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남북관계를 파탄내는데 한미워킹그룹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역시 '한미 워킹그룹'을 문제 삼았다. 이 의장은 "미국은 번번이 남북관계를 파탄 낸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8·15 75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남북관계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고 남북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도 남북합의가 '한 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이유로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한 바 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6월 1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언급했다.

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9월 19일 남북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가 체결된 직후인 11월 20일에 만들어졌다. 겉으로는 남북 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자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지만, 미국의 속내는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에 나서기 전에 남북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 발족 기자회견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6.15남측위 회의실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와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남북합의 이행, 외교안보책임자 교체, 한미워킹그룹 해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 발족 기자회견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6.15남측위 회의실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와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남북합의 이행, 외교안보책임자 교체, 한미워킹그룹 해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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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복 의장은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교체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미워킹그룹을 만들고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후순위로 방치한 것을 두고 외교·안보 라인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1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아래 전국연합)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했던 그는 최근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오른 이 의원을 두고 "일 잘하는 친구"라고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외교안보 책임자를 전면교체하며 쇄신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창복 의장은 2013년부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를 맡아 활동했다. 남측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남·북, 해외, 총 3개 지역에 조직이 건설돼 6·15공동선언 정신을 이어받아 이를 계승하기 위한 민간 통일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래는 이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2019년까지 북한과 소통...북한 우리에게 아쉬움 드러내"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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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6월 16일)하는 등 남한을 향해 강경 메시지를 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걸 보고, 남북 협력관계가 정말 단절됐구나 싶었다. 북한은 군대까지 개성으로 복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다행히 보류했다. 남북관계가 이 지경이 된 건 4·27 판문점 선언, 9·19에서 합의한 것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가 지키지 못했냐고? 우리 정부다. 북한이 더 이상 남한에 기대하는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거 같다. 괴롭다."

-남북이 이 정도로 관계가 악화된 적이 있었나.
"2000년, 남북이 6·15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10·4선언 발표된 직후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전혀 남북관계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촛불 정부(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지난 2년 동안 남북 관계 개선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거 같았지만...결국 이렇게 됐다. 속상하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 느끼는 아쉬움도 상당하다. 우리 정부도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알다시피 한미워킹그룹이 남북 관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 2년여,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남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이제야말로 4·27 판문점 선언에 나온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는 민족자주 정신을 따라야 한다."

- 남북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2019년에도 남측위는 북한을 직접 만났다.
"지난해(2019년)까지 북한과 직접 소통했다. 그해 5월에 실무협의하러 중국 심양에 가서 6·15 북측위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다른 민간단체는 북한과의 만남 취소됐는데 우리는 만나서 협의했다. 당시 북한에서 하는 이야기가 '남북관계는 우리끼리 결정해야 하는데, 남한이 주춤거려 답답하다'라는 거였다. 북한이 많이 아쉬워했다. 북한과 만나서 6·15행사와 8·15행사 어떻게 할지 사업 계획을 논의했는데, 그 이후로 북한과의 연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에서 팩스를 통해 문서를 보내는데, (북한의) 답이 없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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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8·15 75주년이다, 남북이 함께 이날을 기념할 수 있을까.
"다시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8.15 75주년 행사를 남북이 함께 치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거고. 적어도 남북이 함께 호소문이나 결의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해보기도 하는데, 지금은 또 막연히 기다리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각계각층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이달 25일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 행동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8월 15일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8·15민족자주대회'를 열 계획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답이 있건 없건 남한 내에서 여론을 모으는 건 중요하다. 남남갈등이 남북관계를 막으면 안 된다."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당연히 취소해야"

-민간단체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대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주의경제의 원조방식과 자본주의의 원조방식은 차이가 크다. 중국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매년 북한에 양곡을 지원하는데, 언제 얼마나 주는지 발표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20~30만 톤을 보낸다고 해도 보내기 전부터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북 퍼주기' 논란에 휩싸인다. 이게 과연 남북에 도움이 되는 교류방식일까?"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6.15남측위 사무실에 1989년 문익환 목사-김일성 주석, 2000년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2019년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회담 사진이 걸려 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6.15남측위 사무실에 1989년 문익환 목사-김일성 주석, 2000년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2019년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회담 사진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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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년, 남북관계를 돌아보며 반성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대통령도 인정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에 남북 관계를 너무 의지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변화시켜 나가야 하고 변화될 거라고 믿는다. 민간 통일운동이 할 일이 이것이다. 북한의 신뢰를 잃었는데, 우리가 이를 회복하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일단 신뢰가 회복되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갈 원동력이 생긴다.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을 지켜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로 했으면, 이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8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해야 한다.

또 한미워킹그룹 해체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2019년) 통일트랙터 40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그대로 창고에 쌓여있다. 군수물자로 쓰일 수 있다며 제재에 걸린다고 북한에 전달하지 못한 거다. 남한의 농민들이 우정과 사랑으로 통일기금을 모아 마련한 트랙터였다. 2018년부터 1년을 꼬박 모아 마련한 트랙터도 북한에 보낼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 전국연합에서 함께 일했던 이인영 의원이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웃으며) 일 잘하는 친구다. 내가 의장을 맡았을 때, 함께 일했다. 지금은 남북관계에 변화를 줄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통일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긴 하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에 쓴소리도 하면서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실,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책임자를 전면교체해 쇄신의 길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 발족 기자회견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6.15남측위 회의실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와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남북합의 이행, 외교안보책임자 교체, 한미워킹그룹 해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 발족 기자회견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6.15남측위 회의실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와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남북합의 이행, 외교안보책임자 교체, 한미워킹그룹 해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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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측위, #8.15, #이창복,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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