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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뎅기열 환자 발생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NEA(싱가포르 환경부: National Environment Agency)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주(6월 21일~27일) 싱가포르의 뎅기열 환자 수가 1468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직전 2주도 각각 1000명이 넘게 발생했는데 주간 단위로 1000명이 넘는 환자가 3주 연속 발생한 건 근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6월 29일 현재 누적 건수는 1만4000건이 넘으며 이 추세 대로라면 싱가포르 역사상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던 2013년 연간 2만217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예년의 경우를 비춰 봤을 때 뎅기열 발생이 보통 10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올해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도 벌써 16명이나 됩니다.
 
싱가포르 뎅기열 발생 추세. 빨간선이 2020년 수치인데 지난 주 주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5년의 추세선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싱가포르 뎅기열 발생 추세. 빨간선이 2020년 수치인데 지난 주 주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5년의 추세선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 NEA(싱가포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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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Dengue Fever)이란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 mosquito)에 의해 전염됩니다. 발열과 함께 심한 관절 통증이 함께 해서 '관절을 부수는 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법입니다.

이처럼 올해 특별히 뎅기열 발병 사례가 증가한 데는 코로나 사태도 관련돼 있습니다. 코로나 뒤 싱가포르 정부는 4월부터 두 달 간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국가 봉쇄)를 선포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했습니다. 여기에 날씨도 거들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평균 기온은 그 전 달보다 약 1도 높았고 비도 자주 왔습니다. 이는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모기가 많아진 상태다보니 사람들이 모기에게 노출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모기의 주 서식지가 주택가인 데다 주로 낮이 활동시간인데, 서킷브레이커 동안 회사와 학교의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이 낮에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한편 NEA, 즉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 주거지역의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유충 발생률은 직전 2개월과 비교할 때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는 14일 이내에 150m 거리 안에서 2건 이상 사례가 발병하면 그 지역을 뎅기 클러스터(dengue Cluster)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를 하는데, 6월 29일 현재 총 254개 클러스터가 있습니다. NEA는 해당 지역 가정마다 모기약과 모기서식지 제거를 위한 도구를 나눠 주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건물 주변·을 정비하고 뎅기열 예방 행동요령이 담긴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뎅기열 환자 수는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안 그래도 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사상 최악의 뎅기열 사태까지 겹치자 NEA는 지난 6월 22일 뎅기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6월29일 현재 싱가포르 특별 관리지역인 뎅기 클러스터 현황. 주로 싱가포르 동부의 주거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습니다.
 6월29일 현재 싱가포르 특별 관리지역인 뎅기 클러스터 현황. 주로 싱가포르 동부의 주거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습니다.
ⓒ NEA(싱가포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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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환경부, 모기 서식지 발견시 벌금형... 건설 현장은 작업 중지 명령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화된 처벌입니다. 뎅기열 예방을 한다면서 뜬금없이 처벌은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별칭답게 모기 서식지 제거를 위해 각종 규제를 촘촘하게 만들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NEA는 35만1000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했으며 약 8600개의 모기 서식지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집주인에게 1200건 이상 벌금이 부과됐으며, 건설 현장 73곳에도 소환장이 발부됐습니다. 그중 세 곳에는 작업중지명령(SWO: Stop Work Orders)까지 내려졌습니다. 재판까지 이어진 경우도 4건이나 됩니다.

외부나 공사 현장은 그렇다 치고 가정집에 있는 모기 서식지는 어떻게 조사하는 걸까요? NEA 직원이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해서 조사합니다. 사람이 없어서 조사가 안 될 때는 날짜와 시간을 재고지한 뒤 다시 방문합니다. 그래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아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방문을 해서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는지는 NEA사이트에 있는 아래 사진들로 설명하겠습니다.
 
왼쪽 : NEA직원이 화분 아래 물받침대에 물이 고여 있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오른쪽 : 세면장 배수구 안에 막힌 부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왼쪽 : NEA직원이 화분 아래 물받침대에 물이 고여 있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오른쪽 : 세면장 배수구 안에 막힌 부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NEA(싱가포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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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마당의 쓰레기통 안쪽을 확인합니다
오른쪽 : 꽃병 안에 있는 물에 유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왼쪽 : 마당의 쓰레기통 안쪽을 확인합니다 오른쪽 : 꽃병 안에 있는 물에 유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NEA(싱가포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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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물통에 담긴 물 속에 모기 유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오른쪽 : 배수구를 열어 물이 고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왼쪽 : 물통에 담긴 물 속에 모기 유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오른쪽 : 배수구를 열어 물이 고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 NEA(싱가포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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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모기 서식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처절하게까지 느껴집니다(화장실 변기 안을 확인하는 사진도 있는데 차마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가정집 안까지 이렇게 조사를 하는 건, 뎅기 모기가 도시 환경에 이미 잘 적응한 상태이며 모기 유충이 실외보다는 실내공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이번 대책 발표로 인해 오는 7월 15일부터 적용될 새 규정에 의하면 일단 벌금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벌금으로만 처벌하던 항목이, 앞으론 재판을 통해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게 바뀌었습니다.

집 안에 모기 서식지를 방치하다 적발되면 이제까지는 건수와 상관없이 벌금 200싱가포르달러(약 17만2000원)이었고 네 번 반복되면 기소됐었는데, 이제는 적발 건수에 따라 벌금 300싱가포르달러(약 25만 8000원)에 세 번 반복되면 기소돼 최대 3000싱가포르달러(약 258만 원) 혹은 3개월 징역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Town Councils) 옥상이나 물탱크 등에서 모기 서식처가 발견되면 해당 단지 관리자가 5000싱가포르달러(약 430만 원) 벌금에 처해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임시 폐쇄돼 방치된 건설현장에서 모기 유충 발생률이 2배로 늘어나자 건설현장 처벌 강도도 높였습니다. 처음에는 3000싱가포르달러(약 258만 원) 정도지만, 발견이 세 번 반복되면 벌금 대신 현장책임자가 재판에 회부됩니다. 그러면 최대 2만 싱가포르달러(약 1720만 원)에 최대 3개월 징역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올해 뎅기열 확산은 싱가포르만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6월 15일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올해 뎅기열 감염자 수가 6만 명을 넘겼고, 말레이시아도 5만 명이 넘습니다. 동남아시아 일대가 지금 코로나와 뎅기열 두가지 질병과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싱가포르가 시행하는 새로운 대책이 뎅기열 확산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그:#싱가포르, #뎅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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