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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54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24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54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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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가) 수요집회 자리를 선점했다.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조차 소녀상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낮 12시 일본군 '위안부' 문재 해결을 촉구하는 54차 부산 수요시위 현장. 장선화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 대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루 전 누군가가 부산 평화의소녀상에 '박정희'라고 적힌 노란 천과 나무막대기 등을 투척하고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인근 일본영사관 주변을 24시간 시설경비 중인 경찰도 시민단체 측의 신고가 진행되고 나서야 이를 파악했다.

[관련기사 : 부산 소녀상에 '박정희' 투척... 시민단체 수사 의뢰]

장 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걱정했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을 틈타 일부 극우단체의 '역사 역주행'에 이어 부산 소녀상을 조롱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봤다.

그는 "수요시위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동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4시간 일본 영사관 주변을 경비하는 경찰을 향해 "우리나라 경찰이라면 그 노력의 반만이라도 소녀상에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장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수요시위와 소녀상을 지켜내는 행동에 더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부산에선 5년 동안 헌신과 열정으로 이를 지켜왔다"며 "정치공세와 왜곡보도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어김없이 열린 부산 수요시위 "일본 사과 받을 때까지 계속"
 
 24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54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24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54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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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수요일인 이날, 수요시위가 열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으로 수십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부산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수요시위가 열려왔다. 이번 집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소속 풀뿌리네트워크가 주도적으로 준비했다.

54차 수요시위 내용은 장선화 대표의 말처럼 수요시위를 향한 공격과 소녀상 훼손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정영수 대천마을학교 활동가 등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친일적폐언론과 친일정치인, 극우세력들이 30여 년 '위안부' 피해자 운동 활동가의 노고와 국민이 지켜온 피해자 존엄·인권·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일부) 언론이 악의적인 거짓보도를 하면 보수단체들이 이에 호응해 정의연을 부패 집단으로 낙인찍었다"며 "여성평화인권운동의 상징인 수요시위와 소녀상을 부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부련 맨발동무도서관 관장은 <사자는 작아졌어>라는 동화책을 들고나와 낭독했다. 사과와 용서를 주제로 한 책을 읽은 김 관장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용서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야 가능하다"며 일본을 꾸짖었다.

참가자들의 마지막 구호는 어김없이 "일본은 '위안부' 문제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소녀상을 끝까지 지켜내자"였다. 이들은 "가해국인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할 때까지 이 운동을 이어가겠다"며 다음 달 돌아올 55차 수요시위의 참여를 또 다짐했다.

다음은 이날 낭독한 부산 수요시위 성명 전문이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54차 부산수요시위 성명서

지난 6월 6일 우리는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님의 안타까운 부고를 접했다. 지난 30여년 간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죄 한마디 끝내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는데, 할머니들의 친근한 동지이자 벗이었던 분까지 잃은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비통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악몽을 그 누군들 쉽게 이겨낼 수 있었겠는가.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고인이 떠난 후에도 정의연과 수요시위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8년 동안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시위 장소를 옮기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여는 경우는 있었어도 아예 집회 장소를 선점하는 형태로 방해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들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벽돌로 훼손했으며, 서울과 대구 등에 이어 며칠 전 부산에서도 소녀상을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6월 23일 누군가가 '박정희'라는 글씨가 써진 천과 이것을 매단 막대기를 소녀상에 투척해 놓은 것이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은 특히 수모를 많이 겪었는데, 건립 이후 수차례 쓰레기가 투척되고 극우단체가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며 난동을 부린 사례도 있었다. 그들의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그저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운동 자체를 없애려는 악랄한 도발이다. 이들의 망나니짓에 일본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일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반발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친일적폐언론과, 친일정치인, 극우세력들은 30여 년 세월 동안 헌신해왔던 활동가들의 노고를, 수많은 국민이 함께 지켜온 피해자들의 존엄과 인권, 명예를 짓밟고 있다. 쓰레기언론 조중동이 악의적인 거짓보도를 하면 보수단체들은 이에 호응해 정의연을 부패 집단으로 낙인찍었고, 여성평화인권운동의 상징인 수요시위와 소녀상을 부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역사를 모독하며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할머니들과 활동가들, 시민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할머니들과 전국의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 역사의 정의를 세우려는 국민들, 평화와 인권을 옹호하는 전 세계인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투쟁의 역사이다. 하기에 친일적폐세력들은 활동의 과정에서 나타난 작은 실수를 침소봉대해 어떻게든 이 운동을 없애고 싶겠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결코 그런 비열한 책동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임을 당신들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아직 가해국인 일본은 단 한번도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운동의 과정에 헌신해 온 활동가들과 양심적인 세력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비난과 갈등에 휘둘리지 않게 우리는 더 많은 국민들과 손잡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이 운동을 이어가고 수요시위를 지켜가야 가야한다. 일본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는 그날까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우리는 언제나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2020년 6월 2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54차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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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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