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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하는 리셴룽 총리. 총리 페이스북 라이브 갈무리 화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하는 리셴룽 총리. 총리 페이스북 라이브 갈무리 화면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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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기존 의회를 해산하고 7월 1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23일 오후 4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TV와 소셜미디어 등으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할리마 야콥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할리마 야콥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법에 의하면 국회의원의 임기는 5년이지만 의회 해산시 임기가 종료되며 의회 해산 3개월 내에 총선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리 총리는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하며, 새로운 지도자들로 구성된 정부가 코로나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어려운 결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총선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사실은 2019년 11월 10일 열린 집권 인민행동당의 전당대회에서 리 총리는 이미 조기총선을 시사했고, 올해 초로 예상이 됐던 그 시기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7월로 미뤄진 것이다.

리셴룽 총리는 초대 총리인 고 리콴유의 장남으로 2004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총선 이후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예정이며, 이는 대를 이른 리콴유 일가의 세습이 끝나게 되는 나름 의미있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아버지 리콴유처럼 선임장관이 되어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의 결과 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많은 이들이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의 압승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싱가포르의 독특한 선거 제도와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제도
 
싱가포르 의회 건물
 싱가포르 의회 건물
ⓒ Parliament of Singa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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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영국식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제도가 많이 숨어 있다.

싱가포르 국회의원은 모두 101명으로 선출방식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뉜다. 먼저 지역구 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단일선거구(SMC: Single Member Constituency)와 한 선거구에서 4~6명을 선출하는 집단선거구(GRC: Group Representation Constituency)를 통해 선출된다.

집단선거구는 선거구별로 최다 득표 정당이 해당 선거구 의석 전체를 가져가기 때문에 인물난에 허덕이는 싱가포르의 군소정당이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운 제도다. 
실제로 야당은 선거 때마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다만 선거구별로 1명 이상의 소수 인종이 후보자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다민족국가인 싱가포르의 현실을 고려한 제도라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무선거구 의원(Non-Constituency Member of Parliament)이 있다. 최대 9명까지 선출할 수 있는데, 야당 의원 당선자가 9명 이하인 경우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야당 후보자를 의원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지난 선거에서 야당 의원이 6명 밖에 당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3명의 무선거구의원이 낙선한 후보 가운데서 선출이 되었다. 선거로 인해 선출되는 야당 의원 수가 워낙 적어서 만들어진 싱가포르만의 특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9명의 전문가를 골라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지명직 의원(Nominated Member of Parliament)이다. 지명직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에 참석은 하지만, 임기는 2년 6개월이며 예산안, 대통령 불신임안 등 주요 법안 의결에는 투표를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선거제도와 독립 이후 이룬 눈부신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마땅한 대안 정치세력의 부재, 그리고 언론자유지수 158위로 짐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탓에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래로 정부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People's Action Party)이 압도적인 지지로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2015년 싱가포르 총선 결과. 인민행동당의 압승. 득표율도 올랐다. 야당은 노동당이 6석을 차지 했을 뿐 다른 야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2015년 싱가포르 총선 결과. 인민행동당의 압승. 득표율도 올랐다. 야당은 노동당이 6석을 차지 했을 뿐 다른 야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 스트레이트 타임즈 선거결과 캡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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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선거인 지난 2015년 총선의 경우만 해도 집단선거구 16개, 단일선거구 13개 등 모두 29개 선거구에서 지역구 의원 89명을 선출했는데 인민행동당은 83석을 획득하고 지지율 69.86%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6석을 얻었다.

이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이변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2011년 5월에 실시된 총선에서는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당시 야권은 역대 최고 득표율(40%), 최초 집단선거구 승리, 역대 최다 지역구 의원 배출(6명) 등의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노동자당은 지역구 의원 6명, 무선거구 의원 2명을 배출했고, 또 다른 야당인 인민당은 무선거구 의원 1명을 배출했다.

당시 여당이 81석, 야당이 6석을 차지한 지역구 선거결과에 충격(!)을 받은 리콴유 고문총리(Minister Mentor)와 고촉통 수석총리(Senior Minister)가 동시에 각료직을 사임하고 물러나는 싱가포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관련기사 : 투표가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물러나게 했다). 1968년 이후 야당의 의석 수는 0석에서 2석 사이, 가장 많을 때가 4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싱가포르는 의무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 선거인 명부에서 삭제되며, 다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한다. 지난 총선의 투표율은 93.56%였다. 때문에 총선을 치르면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부 여당이 차지하는 득표율을 가지고 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리셴룽 총리의 마지막 임기 5년, 그리고 올 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대응에 유권자들이 어떤 점수를 줄지 기대된다.

태그:#싱가포르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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