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40여 경기를 소화한 프로야구가 벌써부터 뚜렷한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순위 경쟁의 흥미 반감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상위권은 6~7할대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고공 비행하는 반면, 하위권은 2할대 승률을 기록할 만큼 강팀과 약팀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선두 NC 다이노스는 40경기를 치른 현재 28승 12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7할대 승률(.700)을 기록 중인 팀은 NC가 유일하다. 그 뒤를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나란히 25승 16패, 승률 .610으로 추격하고 있다. 선두 NC와의 격차는 3.5게임이다. 4위 키움 히어로즈(25승 17패, .595)과 5위 기아 타이거즈(23승 18패, .561)까지도 2위권과의 격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중위권 이하로는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5할 승률을 기준으로 상위 5강과 하위 5팀의 경계선이 나뉘어졌다. 6위 롯데 자이언츠(20승 21패, 승률 .488)와 5위 기아의 격차는 3게임이다. 그래도 7위 삼성 라이온즈(20승 22패 승률 )와 8위 kt 위즈(18승 23패, 승률 .439)까지는 언제든 5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문제는 '2약'으로 전락한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다. 9위 SK는 12승 29패, 승률 .293, 최하위 한화는 10승 32패 승률 .238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SK는 올시즌 10연패, 한화는 18연패(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을 기록하며 나란히 두 자릿수 연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선두 NC와 두 팀간의 격차는 벌써 SK가 16.5게임-한화는 19게임이나 된다. 5강 마지노선인 기아와는 11게임-13.5게임 차이며, 불과 한계단 위인 8위 kt와도 6게임-8.5게임 차나 된다. 현실적으로 두 팀은 순위 반등보다는 벌써 올시즌 서로간의 '탈꼴찌 경쟁'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의 흐름도 별로 좋지 않다. SK는 지난주 중위권인 kt-키움을 상대로 전패하며 다시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 중 4경기가 2점 차 이내의 접전이었다. 특히 주중 kt와 경기에서 이틀 연속(16일~17일) 연장 혈투 끝에 패한 것이 치명타였다. SK는 올시즌 3점차 이내 접전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7차례였으나 고작 9승 18패에 그칠 만큼 박빙의 승부에서 약한 모습을 계속해서 노출하고 있다. 설상가상 이번주에 만날 상대는 리그 공동 2위인 두산과 LG(홈)다.
 
 21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 경기, 7회초 1사 만루에서 한화 최진행이 2타점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2020.6.21

21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 경기, 7회초 1사 만루에서 한화 최진행이 2타점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2020.6.21 ⓒ 연합뉴스

 
강점으로 꼽혔던 불펜의 붕괴가 가장 뼈아프다. 6연패 동안 선발진도 2패 평균자책점 4.99에 그쳤지만 불펜진은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6.35로 더 좋지 않았다. 마무리 하재훈이 벌써 블론 세이브만 6번이나 기록하는 부진 속에 2군으로 내려갔고, 당분간 집단 마무리 체제가 불가피해졌다.

마운드에 가려졌지만 타선도 주간 득점권 타율 9위(.241), 팀 득점 10위(18점)에 그칠만큼 영양가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팀의 최대 강점이었던 장타력은 올시즌 팀홈런 34개로 고작 8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주전 포수 이재원이 지난주부터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는게 작은 위안이었지만, 교체설이 거론되고있는 외국인 투수 닉 킹엄과 한동민의 부상 공백 등으로 아직도 '완전체' 전력까지는 거리가 멀다. 18연패를 당한 한화와도 2.5게임차 밖에 나지않을만큼 꼴찌 재추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자 염경엽 감독을 향한 SK 팬들의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 14일 두산을 상대로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2연승을 거두며 18연패 악몽을 간신히 탈출했지만, 지난주 LG-NC를 상대로 1승 5패에 그치며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두 자릿수 승리 고지에 등극한 데 만족해야했다. 팀이 거둔 10승 중 4승을 홀로 책임진 에이스 워익 서폴드가 고군분투하고 있고, SK와 트레이드 이후 타율 .412으로 분전하고 있는 노수광의 활약이 반갑지만 여전히 매 경기 상대팀과의 전력 차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한화는 최근 2018시즌부터 함께해 온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호잉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타율 .306, 30홈런, 110타점, 23도루의 특급 활약을 펼치며 팀이 11년 만의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데 최고의 수훈을 세웠지만, 3년째인 올 시즌 약점인 몸쪽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34경기에서 타율 .194의 부진에 그치며 복덩이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상태였다.

대체 선수인 브랜든 반즈는 우투우타 외야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84경기에 출전하여 284안타, 20홈런, 타율 .242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194경기에 출전해 1165안타, 154홈런, 타율 .262를 기록한 장타자로 알려졌다. 한화와의 계약 규모는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등 총액 20만 달러다.

절치상 메디컬 체크 및 코로나로 인한 2주간의 자가격리 과정을 감안하면 한화는 빨라도 7월 중순부터나 반즈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남은 시즌 꼴찌 탈출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고 할 만하다. 또한 역시 올시즌 승리없이 자책점 8.44의 부진에 빠져있는 외국인 선수 채드 벨의 교체 역시 검토해볼만하다.
 
 염경엽 SK 감독이 1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홈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2020.6.18

염경엽 SK 감독이 1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홈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2020.6.18 ⓒ 연합뉴스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SK와 한화의 분발은 절실하다. 한화는 두산에게만 2승 1패로 앞선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과는 모두 상대 전적에서 모두 밀리고 있으며, 특히 LG와 키움에게는 6전 전패를 당하고 있다. SK도 NC, LG, 키움에 각각 1승 5패로 뚜렷한 열세를 보이며 상위권 팀과의 천적관계가 뚜렷하다. 두 팀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머지 8개 구단의 '승수 자판기'로 전락하는 상황이 굳어진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순위 경쟁의 긴장감도 자연히 반감될 수밖에 없다.

KBO 역사상 최저 승률팀인 원년(82년) 삼미 슈퍼스터즈(당시 15승65패 .188)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역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꼴찌팀이라도 최소한 3할 중반이상의 승률은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4할대 초반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초반이기는 하지만 2할대 승률팀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동시에 등장했고, 이는 144경기 체제 도입 이후로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에는 KBO 역사에 아직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한 시즌 100패(2002년 롯데 97패가 최다 기록)팀이 둘씩이나 동시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승부근성을 더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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