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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헙법재판소는 6월 1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혐오 콘텐츠를 해당 기업이 24시간 이내에 삭제토록 하는 이른바 '아비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한 조치는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사기업은 수사기관의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2019년 7월 9일 프랑스 하원을 통과한 '아비아법'은 그동안 이미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위헌 결정까지 받게 되었다. 이 법을 발의한 아비아(Laetitia Avia) 의원의 이름을 따서 '아비아법'이라고 불린 이 혐오 표현 근절법에 따르면 혐오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은 기업은 최대 125만 유로(약 16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혐오 콘텐츠에는 테러리즘의 유발 또는 지지 메시지, 모욕, 차별, 폭력, 성폭력, 인신매매, 포르노 등에 관한 것이 있다.

이를 위배한 플랫폼 사업자는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udiovisuel)의 행정 처벌 대상이 되어 전체 수익의 4%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부모가 토고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가정 출신의 흑인으로서 자신이 이미 많은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었던 아비아 의원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되 법률안의 개선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혐오 콘텐츠와 관련된 법제도의 정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프랑스가 모범으로 삼은 독일에서 2017년 9월 1일 제정되어 동년 10월 1일 발효된 '사회적 네트워크상의 법집행의 개선을 위한 법(Gesetz zur Verbesserung der Rechtsdurchsetzung in sozialen Netzwerken)'에서도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나서 24시간 이내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관련 기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이 법 제4조에 따라 50만 유로에서 최고 500만 유로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법은 별 반박 없이 유효하게 발효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연합의 의견 자유 특별 보고자(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인 케이에(David Kaye)는 2017년 7월 이 법이 통과되면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한 바가 있다. 독일 연방의회의 청문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이 법이 위헌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 바가 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가 이 법을 밀어 붙인 이유는 2017년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마스(Heiko Maas)가 검토한 결과 불법적인 가짜 뉴스나 증오 콘텐츠에 대한 삭제조치가 미흡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유투브는 매우 협조적이었는데 비하여 무엇보다도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대처는 매우 안이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독일 정부가 이 법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국가의 제도적 간섭은 독일 사회의 특징적인 면모이다. 독일은 경제 제도도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를 실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를 추구하되 그 폐해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통제의 길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자율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는 이른바 '보조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독일 사회인 것이다. 인터넷의 증오 콘텐츠와 가짜 뉴스의 경우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유럽 대륙의 이웃 국가인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프랑스와 독일은 왜 법체계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국민들의 법감정만에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은 역사가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 법체계 차이

프랑스의 경우 1789년 프랑스대혁명으로 '구체제(Ancien Régime)'의 붕괴가 급진적으로 일어났다. 구체제에서 호사를 누리던 이른바 제1계급 곧 가톨릭교회의 성직자들과 제2계급 곧 귀족들은 전 인구의 2%에 불과하였다. 이들의 사치를 부담하던 제3계급 곧 평민들의 분노는 실제로 교회 건물과 궁전의 파괴와 성직자들과 귀족들의 살해로 이어졌다. 프랑스 국가의 후렴에 나오는 대로 성직자와 귀족의 더러운 피로 민중의 밭고랑을 채운 것이 프랑스의 역사이다. 민중은 귀족뿐 아니라 신흥부르주아의 간섭도 싫었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 간섭이 싫었던 것이다. 그들을 욕하고 필요하다면 물리적 폭력도 동원할 수 있는 민중이었다. 이들에게 개인의 자유는 신성불가침한 것이다.

반면에 독일 역사에서 민중혁명이 성공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 종교개혁의 선구자인 마르틴 루터 조차 그를 믿고 시작된 농민전쟁을 비판하고 귀족의 품에 안겼다. 1848년 혁명도 결국은 제압당하고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는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오늘날의 독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자체에도 그 운영에서 결함은 있는 법이기에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기업과 같은 힘이 있는 집단에 의한 개인의 권리 침해의 경우에는 그러하다. 이러한 국가의 국민을 위한 제도적 간섭은 비스마르크 이후 독일의 정치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이다. 국가주의 또는 국가의 독재라는 비판까지도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법제도의 궁극 목적이 국민의 안녕과 행복인 이상 때로는 민주주의의 원칙도 일부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근본적 인권에 속하는 것이지만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표현의 자유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독일은 한 번 더 하고 들어가며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흑인사망' 시위사태 속 이틀째 종교시설 찾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 방문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 "흑인사망" 시위사태 속 이틀째 종교시설 찾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 방문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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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를 거의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혐오 콘텐츠에 대한 제재도 쉽지 않은 대표적인 나라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의 선거 광고에 쓰인 나치의 집단수용소에서 사용된 표식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 여겨져 페이스북 측에서 '예외적으로' 삭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물론 페이스북은 미국 내에서는 트위터와는 달리 트럼프의 증오를 담은 메시지를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삭제하지 않고 버틴 사례가 여러 차례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이미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가장 터부시 되는 과거 나치 정권의 유대인 차별과 관련된 콘텐츠의 경우에서는 페이스북도 다른 도리가 없게 된 것이었다.

사실 트럼프의 글이 이미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나 최근 '약탈 시작되면 총격'이라는 동일한 글에 대하여 트위터는 콘텐츠를 가렸으나 페이스북은 그대로 노출시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두 회사의 정책이 매우 다르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의 처한 입장과 정치적 성향이 그러한 차이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으로는 앞에서 말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가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스스로 말한 대로 사기업인 페이스북이 진실을 결정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헌법정신인 것이다. 그런데 길게 보면 이 또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미국혁명'으로 독립을 이루어낸 미국의 역사에 긴 뿌리를 둔 것이다. 물론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근본 가치에 표현의 자유도 해당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쉽지 않은 역사적 과정이 필요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 한국의 현실에서 이런 선진국의 증오 콘텐츠에 대한 법적 조치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법감정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위에서 살펴본 각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조치에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근세사는 3.1운동부터 4.19혁명과 5.18운동을 거쳐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풀뿌리 혁명으로 이어져왔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법감정과 그것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법제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은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표현의 자유가 오용될 때에 법제도를 통한 국가의 간섭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인가는 법감정이나 법치주의 가운데 하나로만 해결할 수는 없어 보인다. 현재 선진국에서 이와 관련하여 벌어지는 일이 그런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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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윤리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입니다. 독일에서 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는 '생활과 철학', 공저로는 '생활과 종교', '고등학교 종교 교과서',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 역서로는 '사회윤리', '참행복의 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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