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우승한 김해고 선수들이 박무승 감독을 헹가레하고 있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우승한 김해고 선수들이 박무승 감독을 헹가레하고 있다. ⓒ 박장식


가장 많은 이변을 뚫고 올라온 고교야구 팀과, '누구나 우승 후보라고 예측했던' 고교야구 팀이 첫 번째 황금사자기 우승을 두고 혈전을 벌였다. 제74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김해고등학교와 강릉고등학교의 대결이 22일 오후 6시 30분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승리의 여신은 김해고등학교 쪽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해고는 9회 초 극적인 빅 이닝에 힘입어 4-3의 스코어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해고 야구부 창단 17년 만에 첫 고교야구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 덕분이었다. 

'믿음'의 김진욱이냐, '돌풍'의 김유성이냐

경기는 전반적으로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대회 개막 이전부터 많은 야구 팬들에게 고교 최대어 중 하나로 관심을 받았던 김진욱과, 뜻밖의 돌풍 속 이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우완투수 김유성이 예상대로 맞붙었다. 두 투수 모두 오프너 작전 직후인 2회 초와 2회 말에 올라 비슷한 시기 맞대결을 펼쳤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의 박진영 선수가 득점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선수들이 환영하고 있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의 박진영 선수가 득점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선수들이 환영하고 있다. ⓒ 박장식

 
득점은 강릉고가 먼저 기록했다. 1회 말 리드오프 정준재의 라이너성 타구가 2루타로 연결된 후, 이어 김세민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먼저 득점했다. 2회 초에는 김해고가 4번 타자 정종혁의 내야 안타, 서준교의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그러자 강릉고가 2회 말 최지욱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 달아났다.

양 팀 모두 실점상황에서 에이스를 마운드 위에 올려보냈다. 김진욱이 먼저 2회 초 마운드 위에 올라 7이닝 동안 11번의 삼진을 잡는 괴력투를 펼쳤다. 이번 대회 '라이징 스타' 김유성 역시 2회 말 마운드에 올라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가며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쳤다.

김해고 선수들은 김진욱을 흔들려 애썼다. 출루하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마운드 뒤를 산만하게 만들었고, 볼넷이나 사구에는 적극적으로 배트를 던지며 출루했다. 하지만 6회 말 이것이 독이 되었다. 주자 1,2루 상황에서 2루 주자 천휘윤이 런다운 플레이에 걸리며 아웃이 되었다.

강릉고도 7회 말 한 점을 더 추가하며 우승길을 재촉했다. 이닝 시작과 함께 허인재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정준재가 희생 번트로 허인재를 2루로 보냈다. 이동준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깔끔한 안타를 뽑아내며 1-3으로 달아났다. 8회 초에는 김해고가 또 주루미스로 병살을 기록했다. 이대로 한 이닝만 더 막아내면 강릉고의 우승이었다.

경기장 바깥 부모의 응원... 김해고 선수들이 응답하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등학교 황민서 선수가 홈인한 뒤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등학교 황민서 선수가 홈인한 뒤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박장식

 
8회 말 투구 수 제한에 걸린 김유성이 먼저 주자 두 명을 남기고 교체되었다. 김해고는 대회 내내 무실점을 기록한 김준수를 올렸다. 김준수는 삼진을 기록하며 9회 초로 넘겼다. 김진욱의 투구 수가 넉넉했던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강릉고의 우승을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9회 초 시작 즈음에 경기장 바깥에서 김해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경기장 안까지 들어왔다. 선수들이 그 목소리를 듣고 응답한 것일까. 1아웃 상황 황민서 선수가 김진욱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 허지원이 김진욱의 변화구를 때려내는 극적인 적시타로 황민서를 홈으로 돌려 보냈다. 황민서는 야수선택으로 2루까지 다시 진루했다. 김진욱의 투구 수는 90구. 제한에 15개 공을 남겨둔 타이트한 상황이 되자 흔들렸다. 이어 오른 박진우에게 몸을 맞추는 공을 내주며 역전 주자까지 출루케 했다.

정종혁을 파울 플라이로 내려보낸 직후 김진욱은 투구 수 제한에 걸리며 강판했다. 이어 오른 조경민을 상대로 서준교가 극적인 내야안타를 만들며 이사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민준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동점, 다음 투수 최지민도 김준수에게 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며 김해고가 극적 역전을 달성했다.
 
9회 말 김준수도 강릉고의 상위타선을 상대로 주자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김준수는 이동준을 상대로 1루수 파울 플라이, 김세민을 상대로 내야 플라이, 최정문을 상대로 3루 땅볼을 뽑아냈다. 그러자 정종혁 포수가 김준수를 끌어안았다. 이윽고 김해고 선수들 모두가 마운드 위로 달려들며 대역전극의 승리를 기뻐했다.

"부임 1년차에 우승... 즐기며 야구한 덕분"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 김준수 투수와 정종혁 포수가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

22일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김해고와 강릉고의 결승전에서 김해고 김준수 투수와 정종혁 포수가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 ⓒ 박장식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결승전이라는 부담감은 크게 없었다. 다음 전국대회때는 우승을 달성하도록 하겠다"면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패배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작년에도 준우승을 두 번을 했는데, 만년 2등이라는 별명이 붙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김해고 박무승 감독은 "작년 6월에 부임한 후 오늘이 딱 1년째가 되는 날이다. 1년차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것이 큰 선물인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즐기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못 따라간다고 믿는다. 즐기면서 야구해서 역전승을 이루어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3년도에 창단해서 올해까지 17년 차인데 우리는 늘 전국대회 첫 게임에서 내려가는 팀이었다"라며 "코치들과 체력 훈련에 집중한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장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던 김정호 선수의 어머니는 "우리가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서울까지 왔다"며 "아들이 친구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해서 너무 좋다"고 기쁨을 표했다. 어성길 선수의 어머니도 "경기 내내 마음이 떨렸다. 청심환을 두 개나 먹어도 떨리더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아들, 아들 친구, 후배들 뛰는 모습을 못 봐서 아쉬웠지만, 감독님 덕분에 우승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해고 선수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은 목동구장 중앙문 앞에서 우승을 축하했다. 선수들이 부모들 앞에 일제히 도열했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만세를 외치며 경기장 안에서 누리지 못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코로나19 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된 황금사자기는 방역 수칙을 지킨 덕에 대회 진행 중 선수 및 관계자의 확진이나 의심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고교야구는 후반기 주말리그를 거쳐 7월 말 청룡기로 이어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코로나19 상황 안정화 전까지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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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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