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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학생들 작품 발표회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학생들 작품 발표회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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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꿈을 찾게 하는 게 목표인 학교.'

경기 꿈의학교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이다. '학생 스스로'가 중요한 가치다 보니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배울지도 학생이 스스로 결정한다. 교장과 교감은 필요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이 또한 학생이 결정한다.

경기 꿈의학교는 학생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에서 만든 '정규교육과정 밖 학교'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기획해 진로를 탐색하며 스스로 각종 교육활동을 운영한다. 지난 2015년 209개교로 시작해 2019년 1908개교가 운영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꿈의학교에는 마을교육공동체 등이 만들어 운영하는 '찾아가는 꿈의학교',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기업과 기관 등이 운영하는 '다함께 꿈의학교'가 있다. 교육활동으로는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문화예술과 스포츠, 과학,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특별하다 보니, 제대로 될까, 효과는 있을까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특별한 학교가 '개교' 6년 차를 지나고 있다. 지난 2015년 꿈의학교를 처음 만난 학생들, 이제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되었다.

그들 기억 속에 있는 꿈의학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꿈의학교가 정말로 꿈을 찾게 해 주었을까. 꿈의학교를 경험한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꿈의학교에서 찾은 꿈, 지금도 진행 중"
 
내 인생의 꿈의학교 토론회 캡처화면
 내 인생의 꿈의학교 토론회 캡처화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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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청소년방송국 <미디어경청> 꿈꾸라 스튜디오(군포 흥진중학교)에서 경기 꿈의학교 졸업생인 엔터테이너스 대표 조성원씨와 명지대 학생(공연영상학부)인 박소은씨를 만났다. 꿈의학교의 어제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내다보기 위한 토론회 자리였다. 기자는 사회자, 그들은 토론자였다. 꿈의학교 담당 장학사와 꿈의학교 행정담당 교육청 공무원 서너 명이 마스크를 쓰고 방청객 역할을 맡았다.

원래 계획은 꿈의학교 운영을 도울 수십 명의 지원단 앞에서 토론회를 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계획을 변경, 토론 모습을 촬영해 지원단에 온라인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잔뜩 긴장한 낯빛으로 앉아 있던 그들. 촬영이 시작됐다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언제 긴장했느냐는 듯 거침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 사람에게 '경기 꿈의학교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들 모두 솔직하고 기발한 답을 내놨다.  

"제게는 캔버스 같은 존재였어요. 그리고 싶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그조차도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대학을 휴학하고 '엔터테이너스'라는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스물한 살 조성원씨가 한 말이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기획 꿈의학교'를 직접 운영한 경험도 있다.

"저에게는 꿈의학교가 나침반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꿈의학교를 만났거든요."

명지전문대 공연영상학부에 재학 중인 박소은(21)씨의 말이다.

[영상보기] 내 인생의 꿈의학교
 

첫 순서는 PPT(파워포인트)를 활용해 경험을 소개하는 '내 인생의 꿈의학교'. 카메라 앞에 선 박소은씨는 "꿈의학교에서 찾은 꿈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꿈의학교가 내게 열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줬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열정을 심어 준 것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는' 꿈의학교 만의 독특한 분위기. 박소은씨가 다녔던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광주)'는 배우, 촬영, 분장 심지어 의상까지 학생이 직접 담당해 작품을 만든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박소은씨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드리밍 뮤지컬(Dreaming musical) 꿈의학교 리더인 '꿈짱'을 맡기도 했다. 그 당시 친구들인 팀원과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이겨냈고, 그러면서 마음의 키가 한 뼘이나 자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갈등의 원인은 무리한 일정이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죠. 팀원과의 갈등에 빠지면서 체력도 떨어졌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렇게 힘들 때는 휴식이 최고였죠. 오전 연습 없애고 공원에 나가 팀원들과 뛰어놀았어요. 저녁에는 과자 파티도 하고요. 웃음꽃이 피면서 결과가 좋아졌어요. 연습도 공연도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그러면서 연습이 아닌 팀원들의 사기와 협동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학생이라서 못해? 다만 해보지 않았을 뿐"  
 
조성원 엔터테이너스 대표
 조성원 엔터테이너스 대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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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씨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이 되니 박수를 보내 달라"는 여유를 보인 뒤, 꿈의학교에서 경험했던 시간들을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고3이라 2학기 때는 꿈의학교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어요. 문화기획과 관련한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그 비싼 학원비를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면서 학원에 다녔는데도 저는 목표로 했던 예술대 입시에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때 학원에서 한 것이 박물관 여러 곳을 견학한 뒤 차이점 설명하기 같은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야말로 꿈의학교에서 할 수 있는 학습이었던 거죠."

조성원씨가 성인이 돼서 '문화예술기획 꿈의학교'를 운영한 이유다.

이 학교에서 하던 수업은 박물관 여러 곳을 견학한 뒤 차이점 발표하기, 연극을 보고 소감 이야기하기, 축제 기획하기 등 이 대표가 학원에서 하던 것들이다. 다른 게 있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서 실천한다는 점이다.

"학생이라서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다만 해보지 않았을 뿐이라 좀 서툰 것뿐이죠."

조성원씨는 "잘 안 돼도 좋으니 직접 해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축제 홍보에 필요한 현수막 디자인부터 가격조사까지 직접하게 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포기한 학생은 없었다. 수업 출석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할 일을 각자 맡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라, 출석 수업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석 수업은 친구들과 함께할 일이 있을 때만, 그것도 필요한 사람만 하게 했다

"중도 포기, 이 또한 의미 있는 일"
 
토론 중간, 뮤지컬 곡을 열창하고 있는 박소은 학생
 토론 중간, 뮤지컬 곡을 열창하고 있는 박소은 학생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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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물음에 토론자가 답하고, 토론자끼리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 마치 리허설이라도 한 듯 그들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지 여러 대의 카메라도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꿈의학교가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됐는지' 묻자 박소은씨는 "꿈의학교 활동을 포트폴리오(자료·작품집)로 만들어 제출했다. 면접관인 교수님한테 꿈의학교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도움이 됐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이었다.

조성원씨는 "참 아쉬운 게, 꿈의학교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왜 내가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비싼 돈 들여 굳이 학원에 갔을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소은씨가 "중간에 포기한 학생도 있었나요?"라고 묻자 조성원씨는 답했다.

"중간에 포기한 학생도 많았어요. 하루 만에 간 학생도 있고, 학원 시간하고 맞지 않아 포기한 학생도 있고요. 하지만 이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자기에게 맞는 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니까요."

조성원씨는 박소은씨에게 "꿈의학교를 운영할 생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연극 꿈의학교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꿈을 찾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타고난 성격인지 꿈의학교를 경험해서 그런지, 토론회에서 만난 스물한 살 청춘들 모습은 거침없고 당당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그랬다. 토론 중 노래를 부탁하자 박소은씨는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유명한 뮤지컬 넘버를 열창했다. 조성원씨는 꿈의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든 뮤직비디오를 흔쾌히 선보였다.

토론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이 모습이 어쩌면 꿈의학교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될까, 효과는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태그:#경기 꿈의학교, #박소은, #조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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