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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6.3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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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여럿 일어났다.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9살 어린이가 여행가방 속에 7시간 갇혀 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이 그 하나다. 놀라운 것은 사망 사건 한 달 전 이미 이 어린이는 이마가 찢어지고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심해 의료진에 의해 아동 학대 피해자로 경찰에 신고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경남 창녕에서 9살의 여자 어린이가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도로에서 도망치듯 뛰어가다 지나가던 주민에게 발견된 사건이다.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으며 손가락은 심하게 화상을 입었고, 쇠사슬을 목에 찬 채 베란다에 묶여 있다 옆집 베란다를 통해 탈출했다고 한다.

두 경우 모두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폭력을 자녀에게 가한 사건들이며 일반적인 체벌이나 학대 수준을 넘는 고문이라고 한다. 이 사건들은 드러났기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가정 체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아동 학대 사례는 2만 4604건에 달하며, 가해자의 77%가 부모이고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원가정 보호원칙 개정의 필요성

이런 배경에서 아동복지법 제4조 3항의 '원가정 보호 원칙'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이란,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분리해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와는 달리 원가정 보호 원칙은 원가정의 환경 개선에 대한 엄밀한 평가 없이 피해 아동을 다시 원가정으로 돌려보내 재학대를 받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창녕 학대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어린이는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하다 2017년에 친모와 계부의 가정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위 두 학대 사건 모두 친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라는 것이 단지 신화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부모의 징계권 개정을 통해 아동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나선 법무부의 민법개정을 크게 환영한다. 1958년에 제정되어 이제까지 문제가 되어온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사실 오랜 유교적 전통에서의 부모 자녀 간의 관계를 명문화한 것으로, 그동안 체벌을 통하여 자녀를 훈육하는 것이 허용돼 왔고 미화되기까지 한 조항이다. '징계할 수 있다'는 이 조항은 자녀에 대해 '체벌할 수 있다'로 이해되었고, 부모의 체벌이 법원에서 면죄부가 되어 법적으로 정당화되기도 했다.

무척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아동의 양육과 관련된 모든 법 조항들을 개정하여 가정에서의 훈육을 위한 체벌을 일체 금지하기를 기대한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체벌을 사용한 게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분노의 폭발이나 정신질환 상태가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이다.

이러한 학대는 관련법의 개정만으로 예방할 수 없다. 아동 학대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여 분리 및 보호 조치를 취하고 가해 부모에 대해서는 치료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가정 내에서의 체벌들은 체벌금지 조항의 개정이나 체벌금지법의 제정으로 체벌에 대한 사회적 통념 또는 문화의 변화로 예방할 수 있다.

가정 체벌도 금지한 스웨덴

스웨덴이 좋은 사례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동(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한 나라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스웨덴에서는 체벌 문제에 관하여 활발한 사회적 여론 형성과 토론이 일어났다. 1971년 '사회에서의 아동의 권리(BRIS)'란 조직이 만들어졌고 이 조직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체벌 금지'였다. 이 조직은 1980년에는 '아동을 위한 SOS 전화'를 개설하고 이후에는 메일과 문자(chat)로 확장하여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체벌이나 학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의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사회적 토론과 운동을 통해 스웨덴은 국가차원에서 1979년 전격적으로 '부모법(Föräldrabalken)'에 체벌 금지 조항을 삽입했다. 스웨덴 부모법 제6장 1조는 "아동은 안전한 가운데서 좋은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한 명의 인간으로 그리고 개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아야 되고 체벌 또는 기타 굴욕적인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이 법이 제정될 때 적지 않은 부모들이 말 안 듣는 아이를 체벌로 다스려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체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때리는 것을 위시한 육체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함, 욕설, 모욕적 언어 등 정신적인 것이다. 체벌 금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금지하는 것으로 스웨덴과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도 이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래와 같이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당사국은 아동이 부모, 후견인, 기타 아동 양육자의 양육을 받고 있는 동안 모든 형태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 상해나 학대, 유기나 유기적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혹사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및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UN아동권리협약 제19조 1항)

이와 같이 스웨덴은 국내에서의 체벌 금지에 대한 입법, 사회단체에 대한 국가로부터의 행·재정적 지원, 국제적 협력 등을 통해 아동에 대한 체벌은 절대 금지라는 것이 이제 사회적 통념이 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심한 고함으로 꾸지람하거나, 모욕적인 언어로 비하하거나 욕설을 하면, 자녀가 위에 언급한 SOS전화로 신고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체벌 금지가 사회적 통념이 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여론 형성, 사회적 운동, 그리고 학교에서의 교육 등이 다각도로 이뤄져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자녀는 더 이상 부모의 소유물이나 일방적인 훈육의 대상이 아닌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사랑의 매'는 결코 없으며, 체벌은 씻기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황선준님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입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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