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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he latest available data, which are from the year 2010, 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estimates that 1 in 68 children in the United States has ASD." - Caring for Autism, Michael A. Ellis, DO

2010년 가장 최근 자료에 의거해,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는 미국에 사는 어린이 68명당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지녔다고 추정했다.

[호주] 발달장애 아동의 실종, 정부가 나서다
 
산속에서 실종된 지 이틀 만에 구조되어 아빠 품에 안긴 윌리엄. 자폐를 지닌 윌리엄을 찾기 위해 5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 48시간 만에 구조된 윌리엄 산속에서 실종된 지 이틀 만에 구조되어 아빠 품에 안긴 윌리엄. 자폐를 지닌 윌리엄을 찾기 위해 5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 SB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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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수요일, 호주 멜버른에서는 자폐를 지닌 14살 윌리엄이 산속에서 길을 잃은지 이틀 만에 정상 부근에서 구조되었다. 지난 월요일 산속에서 길을 잃은 후 경찰, 자원봉사자, 탐지견 등 5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된 지 48시간 만에 발견됐다.

윌리엄은 이 산을 잘 아는 동네 자원봉사자인 깁스씨에 의해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윌리엄 구조 작전은 일명 '자폐를 지닌 윌리엄에게 개별 맞춤화된 구조 방법'(tailor-made for autism)이었다.

전체 구조 팀을 이끈 경찰 크리스틴은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윌리엄의 발달을 지원하는 전문가와 교사 그리고 부모의 의견을 자문하여 윌리엄에게 특화된 구조 방법을 전개했다.

윌리엄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동네 주민들은 경찰이 안내해준 대로 윌리엄이 좋아하는 베이컨과 양파를 구워 계속 냄새를 피웠고, 수색대원들은 윌리엄이 평소 좋아했던 음악 '토마스와 친구들'(Thomas the Tank Engine)을 틀며 구조 작전을 펼쳤다. 이렇듯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한 덕분에, 윌리엄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멜버른에서 윌리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날, 한국에서도 일이 일어났다. 내 페이스북에는 한 발달장애 청년이 길을 잃었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안전하게 귀가했다는 희소식이 공유되고 있었다. 멜버른에서 구조대원과 이웃들이 윌리엄을 찾아 나선 장면과 온라인상에서 한국 페이스북 친구들의 활동이 겹치면서 두 나라 간 시공간이 공유되는 경험을 했다.
   
[한국] 발달장애 아동의 죽음, 정부에 호소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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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인, 국가가 책임져라."
   
6월 10일 수요일, 한국의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이 각 국가의 분야별 성적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 이날 현장은 한국이 사회적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약자들을 위해 펼쳐 온 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관련기사] "60세 엄마가 왜 25세 아들과 함께 죽었겠나" http://omn.kr/1nvts )

코로나19 정국에서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한국의 K-방역과 선진 의료기술이 만천하에 위용을 드높이는 순간에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동반 죽음은 반복되었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는 발달장애를 지닌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6월 3일 광주에서도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 5월엔 발달장애를 지닌 26세 청년 노동자 김재순씨가 적절한 안전장치도 없는 곳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기자회견에 나온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재난의 순간에 가장 먼저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당사자와 가정을 방치하고 책임을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한 국가의 책무를 따져 물었다. 

"국가를 바꾸자!"
    
사재기가 극성 부리자 호주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의 쇼핑 시간을 따로 배정했다
 
산속에서 실종된 자폐를 지닌 윌리엄을 구조하기 위해 장애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찰이 지휘 총괄을 맡았다.
▲ tailor-made for autism  산속에서 실종된 자폐를 지닌 윌리엄을 구조하기 위해 장애관련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찰이 지휘 총괄을 맡았다.
ⓒ abc.net.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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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 3살 무렵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예감, 그래서 엄마의 삶도 기존과는 '다르게' 재부팅되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변화의 첫 발걸음은 국가를 떠나는 것이었다. 나의 조국보다 내 아이의 인생을 지지하고 우리 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기대로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자 호주 정부는 가장 먼저 사회 약자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초반, 공포로 인해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노인, 장애인,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 등을 위한 쇼핑 시간을 따로 배정했다. 그 후에는 어린이나 여성들처럼 각종 가정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구성원들에 대한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일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감행하는 반면에,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예외적 규정을 적용했다. 일반 학교나 학원 등에는 봉쇄령을 내리고, 특수학교는 예외를 두어 장애를 지닌 아이와 가족들의 숨통을 트여줬다.

멜버른의 특수학교 중에는 학교 안에 각종 치료 시설과 전문가들이 머물며 교육과 치료를 병행하는 곳들이 있어서 중증 장애아동의 경우는 최소한의 교육과 치료를 중단하지 않게 배려했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 아동들을 위해서 교실을 개방하고,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으나 경계에 선 아이들 혹은 가정 형편상 온라인 수업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을 함께 배치하고 일반 교사와 보조실무사를 한 교실에 투입했다.
   
호주 국가 장애 지원 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에 등록된 장애인이 온라인 장을 볼 때 배달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지원금액을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맞게 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으며, 장애 관련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약자, 기저 질환자, 발달장애인을 위해 가정의학과 의사(General Practitioner, GP)와의 치료와 상담은 면대면 또는 온라인 화상 방식을 병행시켜 당사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대신 온라인 치료나 상담은 국가의 메디케어(medicare,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와 유사한 호주 의료제도)에서 전액 지원해  NDIS 적용 대상이 아닌 경증의 장애아동이나 취약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여러모로 지원의 방법을 모색한다고 해서 코로나19 시대에 호주에 사는 모든 장애인과 가족들이 불평불만 없이 행복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국가나 사회가 외롭고 힘든 처지를 먼저 헤아려 가능한 대처를 미리 제공하는 사회에서는 삶의 극단을 저울질하는 횟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좋은 정책의 선순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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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사람들은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높을까?'
  
초창기 이민 생활 동안 열심히 찾아다닌 끝에 알아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장애와 관련된 제도나 정책이 당사자의 인권과 존엄을 보장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장애 인권 감수성을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정책은 구성원들의 인식을 향상시키고, 향상된 인식은 더 나은 제도를 탄생시키는 선순환의 관계를 이룬다.
  
전 지구적 재난의 시기, 어쩌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더는 애달픈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과 제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면 좋겠다. 온라인 속의 한국 친구들이 퍼뜨리는 좋은 소식에 질투가 활활 불타오르는 날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ASD, #호주이민, #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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