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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유엔사, 방위비분담금, 용산공원…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 진행 중이며 그 중심에 '미군'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1950년 6월 25일, 냉전의 한 가운데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한반도는 반세기 넘는 정전위기에 놓여 있으며 전쟁의 상흔은 굴곡진 근현대사에 기생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미군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존재인가, 지우는 존재인가? 세계 속에, 아시아 속에, 한반도 속에 미군은 지금 어떤 얼굴로 누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가. 실재하는 미군을 통해 실재하는 평화를 헤아려본다. - 기자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로슨빌 부품공장을 시찰하며 얼굴 가리개를 들어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각)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로슨빌 부품공장을 시찰하며 얼굴 가리개를 들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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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세계 최강 군사국이다. 경제 규모로는 이미 중국에 1등 자리를 내줬지만 군사력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의 근접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 최첨단 무기체계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 무기들로 무장된 미군을 세계 도처에 배치해놓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아시아·유럽·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밖에 없다.

미국이 이런 군사대국일 수 있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군사력에 퍼붓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국방비는 세계 2위인 중국부터 세계 10위인 한국과 11위 브라질까지 10개 국가의 국방비를 합한 액수보다 많다.

이 정도로 막대한 국방비에 비하면 외교활동이나 미국 내 공중보건 예산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 기회비용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확진자 및 사망자 수 세계 1위라는 아픈 현실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거대한 군사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여러 가지 비용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19에서 재구성.
 출처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19에서 재구성.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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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비용 

미국 의회가 2019년 12월 통과시킨 2020년도 미 국방예산은 7380억 달러(우리 돈 약 887조 원)로, 작년에 비해 200억 달러 늘어난 액수였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비는 단연 세계 1위로서, 중국의 2610억 달러보다 거의 3배, 러시아의 65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한 나라의 군사비가 세계 전체 군사비의 3분의 1을 넘는다. 국민순생산(GDP) 대 군사비의 비율에서도 미국은 G7 국가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액수를 군대에 지출하는 것은 세계 패권국가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다. 미국 2018년 미국 국방전략 보고서는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국방'의 목적이 "세계와 핵심 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유지하는 것" "다른 부처들이 미국의 영향력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인도-태평양 및 유럽, 중동, 서반구에서 우호적인 지역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최고 수준의 전략 군사력인 핵무기에 투입하는 비용에서도 드러난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2019년 핵 개발에만 354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104억 달러나 러시아의 85억 달러를 3배 이상 능가하는 액수로서 '전략무기'에서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Peter G. Peterson Foundation, U.S. Defense Spending Relative to the G7.
 출처 Peter G. Peterson Foundation, U.S. Defense Spending Relative to the G7.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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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규모의 군사비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방산업체의 이해가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 군사예산 중 1460억 달러가 무기구입에 책정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액수가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액수보다 150억 달러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가 F-35 전투기 78대 구입을 희망했는데 의회는 98대를 구입할 예산을 배정한 것과 같이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무기체계의 구입을 의회가 '허가'한 것이다. F-35 전투기 같은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방산업체가 있는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산업체의 이해관계는 무기 수출로도 이어진다. 미국은 무기 수출에서도 부동의 세계 1위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5~2019 기간에 미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의 36%를 차지, 2위인 러시아의 두 배가 넘고 중국의 7배 넘는 무기를 수출했다. 액수로는 2017년에 120억 달러, 2018년에 104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수출했다.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며 미 방산업체와 미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국가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본과 한국이 있다.

미 군사비용의 비용
 
2003년 이라크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지른 이라크 남부 루메일라 유전에서 미군병사가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2003년 이라크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지른 이라크 남부 루메일라 유전에서 미군병사가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2003년 이라크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지른 이라크 남부 루메일라 유전에서 미군병사가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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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정기회기에 통과시키는 국방예산으로 미국의 군사비용을 파악하는 것은 많은 면에서 미흡하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이 추가경정으로 추가되는 예산을 놓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 직접비용 말고 간접비용이 누락된다는 문제점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9.11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수행한 대테러전쟁 비용을 보자. 여기에 투입된 국방부 직접비용만 2조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이지만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5.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브라운대학 왓슨연구소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간접비용에는 육체적 부상이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겪는 참전 군인들의 의료비 4370달러가 포함됐는데, 2059년까지 추가로 드는 의료 비용만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 조세프 스트글릿츠와 린다 빌메스는 대테러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치루는 비용이 3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물론 이 비용은 미국에 국한된 비용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가장 큰 비용을 치른 것은 이라크인일 것이다. 그 비용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로 짐작해볼 뿐이다. 이라크 정부는 2005~2009년에 8만7000명이 전쟁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하고 있으며, AP통신은 전쟁 초기인 2003년과 2004년의 사망자 추산치를 추가하여 총 11만 명 사망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민간단체 '이라크바디카운트'(IBC, Iraq Body Count)는 2019년까지의 사망자 수를 18만~21만 명으로 추산하다. 권위 있는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은 65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군사비용의 또 다른 희생자는 미국 정부 내 다른 부서일 수도 있다. 2020회계연도 미 국방부 예산이 7000억 달러가 넘는 반면 국무부 예산은 그의 7%에 불과한 480억 달러였다. 미국 정부 대외활동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지 예산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산 격차는 미군 군악대에 소속된 대원들의 수가 국무부의 외교관 수보다 많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무부 예산이 다 외교 활동에 쓰이는 것도 아니다. 이 중 74억 달러는 외국의 무기구매를 지원하는 외국군사금융(FMF) 등 '국제안보지원'에 배당돼 있기도 하다.

미 의회예산국의 2019년 연방지출 분석에서도 드러나지만 연방정부의 가용예산 중 절반 이상을 국방부에서 쓰고 있다. 핵무기 관련 비용은 에너지부에 속해 있으니 실질적 군사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다.

미국이 지난해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액수는 교육부 예산의 절반 정도이다. 연방예산에서 국방부 다음으로 큰 액수를 받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그 액수는 국방부의 1/6에도 못 미치는 106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의 보건제도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지만 그 원인은 보건복지보다 군사에 훨씬 많은 예산을 배당해온 미 정부 구조에 있는 것이다.
 
 출처 Ashik Siddique, Lindsay Koshgarian, “Trump’s FY2020 Budget Request Bloats Militarized Spending? and Slashes Actual Human Needs,” March 11, 2019.
 출처 Ashik Siddique, Lindsay Koshgarian, “Trump’s FY2020 Budget Request Bloats Militarized Spending? and Slashes Actual Human Needs,” March 11, 2019.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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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비용과 방위비 분담금

주목할 점은 미 의회는 2020년 예산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14억 달러만을 배정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했던 50억 달러의 1/3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2019년 장벽 건설을 위해 군사시설 건설 예산에서 전용한 36억 달러를 보충할 예산도 배정하지 않았다.

단, 의회는 국방 예산 안에서 다른 항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열어뒀다. 의회에서 받지 못한 예산을 확보해야 2019년에 전용한 군사건설 비용을 보충할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숙원 사업인 멕시코 장벽을 건설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애초에 50억 달러를 한국에 요구한 것이 우연이었을까 의문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재정 님은 일본 국제기독교대학교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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