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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삶을, 전 세계를 일거에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건강과 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간의 몸은 치열했던 진화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뛰어나고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취약하며,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미지의 우주다. 몸에 대한 다음 퀴즈를 한 번 풀어보자.

1.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이 나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땀이 나는 신체 부위는?
2. 긁었을 때 가장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신체 부위는?
3.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불을 훔친 형벌로 독수리에게 계속 쪼이게 되는 신체 부위는?
4. 몸무게 2%(1.5kg)를 차지할 뿐이지만,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신체 부위는?
5. 유리보다 매끄럽고, 마찰계수가 얼음의 5분의 1에 불과한 신체 부위는?
6. 배가 고플 때 '꾸르륵' 소리를 내는 신체 부위는?
7. '근심 상영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 부위는?
8. 손가락 열두 개를 옆으로 늘어놓은 길이의 신체 부위는?
9. 차단 장치가 없어 언제나 열린, 결코 잠들 수 없는, 사망 후 90분간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신체 부위는?
10. 모르핀보다 6배 더 강력한 오피오르핀이라는 진통제를 분비하는 것은?


정답은 순서대로 손바닥, 발목, 간, 뇌, 연골, 큰창자, 이마, 십이지장, 귀, 침이다. 사람들은 평생 몸을 지니고 살지만, 그 구석구석의 움직임과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수수께끼로 가득 찬 '몸'에 대해 두 권의 책이 전해주는 생생한 얘기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유익하다. 빌 브라이슨의 몸에 대한 전문가적 이해와 탐사의 기록인 <바디-우리 몸 안내서>와 토모스 린치 외 15명의 작가가 쓴 몸에 대한 경험과 시적인 기록인 <살갗 아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이기도 한 빌 브라이슨은 몸에 관한 전문가 인터뷰, 의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 생명 전반의 작동 원리 등 방대한 전문지식을 경쾌하고 명확한 문체로 흥미롭게 풀어간다.

<살갗 아래>에서 15명의 작가들은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콩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또, 의학적 소견에 기반한 상상력을 다채롭게 펼쳐내 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바디>, <살갗 아래>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자신이 거느린 영토인 ‘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 빌 브라이슨의 <바디>와 토머스 린치 외 <살갗 아래> <바디>, <살갗 아래>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자신이 거느린 영토인 ‘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 까치출판사, 아날로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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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몸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렙틴이란 호르몬은 식욕 조절에 도움을 준다. (중략) 그동안 우리 몸이 음식의 과다가 아니라 부족이라는 도전과제에 대처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렙틴은 우리에게 그만 먹으라고 말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 있는 그 어떤 화학물질도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계속 먹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주로 그 때문이다." <바디> 205쪽

"젠킨슨은 사람의 문명이 변하는 속도가 진화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중략) 우리의 소화계는 여전히 수렵 채집인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살갗 아래> 108쪽
 
우리 몸의 진화 속도는 문명의 변화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한다. 우리 몸이 여전히 수렵 채집인의 단계에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늘 배고픔이라는 과제에 대처해야 했던 인류는 지금도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우리에게 '먹으라'는 신호만을 계속 보낼 뿐이다.

진화 초기 인류는 들소 사냥에 성공한 날이면 엄청난 양의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했다. 이런 날이면 담낭은 다량의 담즙을 위장으로 보내는 펌프 작용을 활발히 수행해야 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면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되자, 담낭의 기능이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

위도 불규칙적인 사냥이나 채집에 성공한 인류가 많은 음식을 먹고 보관하기 위해 큰 용량으로 진화했지만, 늘 먹을 것이 준비된 현대인은 그 용량의 10%만 먹는 것이 좋다.

또 위에는 뇌세포가 있고, 인간의 소화기관에는 고양이 머리에 들어 있는 뉴런만큼이나 많은 뉴런이 있다. 음식을 맛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씹지 않고 음식물을 삼키는 실험을 하면,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음식물을 삼켰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온다. 위에 있는 뉴런이 음식물이 무엇인지 감지하기 때문이다. 위 내시경을 할 때 이물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소화기관에 있는 뉴런이 반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 세대, 부모 세대보다 수명 짧을 것?
 
"페니실린의 아버지 알렉산더 플레밍은 1945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미생물이 내성을 띠는 쪽으로 쉽사리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정도로 선명지명이 있는 노벨상 연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바디> 67쪽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수명이 짧을 것으로 예측된다. 체중과 관련된 건강 문제 때문이다." <바디> 251쪽
 
흔히 미래에는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바디>의 저자 빌 브라이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수명이 더 짧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항생제 남용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빌 브라이슨은 항생제 내성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지면 지금 하고 있는 수술이나 치료를 못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앞으로 연간 1000만 명이 항성제 내성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두 번째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로 가득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과체중과 비만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국인 남성의 80% 이상, 여성은 77% 정도가 과체중이며, 그중 35%는 비만이라고 한다.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관이나 계통은 거의 없다. 그 정도로 운동은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점점 이런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과체중과 비만으로 몸의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빌 브라이슨은 우리 모두는 길어야 몇십 년 뒤면 영원히 눈을 감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니, 지금이라도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 최고 기술은 우리 몸 안에 있다, 그러나

10만 년의 진화를 거쳐 최고의 기술로 완성된 인간의 몸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아무리 연구해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지구에 있는 최고의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 몸 안에 있다. 모든 과학자들이 달려들어도 아직까지 만들지 못한 인공 혈액을, 우리 몸은 1초에 100만 번씩 만들어 내고 있다.

과학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는 일을 꽤 잘 해냈다. 하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까지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새로운 병균과 바이러스를 불러왔고, 전 세계가 지금 그 피해를 고통스럽게 견뎌내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출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인류는 사냥 대신 동물을 가까이 두고 기르며 육식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 가축의 질병은 우리의 질병이 되었다. 한센병, 페스트, 결핵,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홍역, 독감은 모두 염소나 돼지, 소 같은 동물에게서 우리에게로 옮겨진 것이다. 모든 감염병의 약 60%가 인수 감염이라는 추정도 나와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약 80%를 가축이 먹는다. 인간은 그 가축을 먹음으로써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 속 세균은 꾸준히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다. 무시무시한 병원균으로 진화한 세균이 모든 약물에 내성을 갖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가려서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해도, 어쨌든 죽는다." <바디> 493쪽

"80세까지는 대개 건강한 생활습관의 산물이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전적으로 유전자에 달려 있다." <바디> 504쪽
 
과학이 인간의 생명을 어디까지 연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불변의 사실은 인간은 어쨌든 죽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가도 관건이다.

환경오염, 가축의 대규모 밀집 사육, 항생제 남용 등으로 바이러스는 과거보다 더 빠른 주기로 창궐하고, 비행기 속도로 세계 전역으로 전파된다.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하고, 진화시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디>, <살갗 아래>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자신이 거느린 영토인 '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까치(2020)


태그:#바디, #살갗 아래, #빌 브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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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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