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KIA가 트레이드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마운드와 내야를 보강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IA의 투수 홍건희가 두산 베어스로 이적하고 두산의 유틸리티 내야수 류지혁이 KIA 유니폼을 입는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9일 SK 와이번스와 포수 이흥련과 투수 이승진이 포함된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두산은 열흘도 지나지 않아 KIA와 또 하나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1년 KIA에 입단한 홍건희와 2012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은 팀 내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며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두 선수 모두 기대 만큼의 성장폭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홍건희와 류지혁은 모두 병역 의무를 해결한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두산과 KIA가 아직 폭발하지 못한 유망주 홍건희와 류지혁에게 기대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홍건희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홍건희가 7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홍건희가 7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남 화순고 출신의 홍건희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9순위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던 유망주였다. 홍건희에 앞서 8순위로 KIA에 지명된 한승혁(사회복무요원)이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주무기였다면 홍건희는 '미완의 대기'였던 한승력에 비해 1군에서 더 일찍 활용할 수 있는 '실전용' 투수로 꼽혔다. 실제로 입단과 동시에 수술을 받은 한승혁과 달리 홍건희는 루키 시즌 1군에서 5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에이스 윤석민의 장기적인 후계자가 될 거란 기대와 달리 홍건희는 2012년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2012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사실 당장 1군에서 활발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면 일찍 군대에 보내 병역 부담을 빨리 털어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홍건희는 군 전역 후 2015년 38경기, 2016년50경기에 등판하며 KIA의 1군 전력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31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6.41로 부진한 홍건희는 2018년1패10.26, 작년2승9패7.16으로 반등에 실패했다. 홍건희는 맷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이민우, 임기영 등과 4,5선발 경쟁을 벌였지만 선발 한 자리를 따내는데 실패했다. 결국 전상현,박준표 등이 버티고 있는 필승조에도 포함되지 못한 홍건희는 1,2군을 오가는 롱릴리프를 전전하다가 7일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사실 홍건희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승패홀드세이브 없이 평균자책점6.00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홍건희가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서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올 시즌 두산의 열악한 마운드 사정이다. 현재 두산은 팔꿈치 수술을 앞두고 있는 이용찬의 시즌 아웃이 유력하고 불펜 평균자책점도9위(6.73)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선발 33경기를 포함해 통산 1군에서 166경기 등판 경험이 있는 홍건희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홍건희는 KIA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5일 두산전에서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 퍼펙트의 안정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팬들은 두산을 상대로 씩씩하게 강속구를 던지던 홍건희의 패기가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홍건희의 보직이 선발이 될지 불펜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홍건희에게 잠실 마운드는 분명 '기회의 땅'이 될 거라는 점이다.

광주에서 새 출발하는 두산 왕조의 '슈퍼 유틸리티'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36번으로 두산에 지명된 류지혁은 윤명준과 박세혁(이상 두산), 변시원, 유민상(이상 KIA) 등과 함께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 시절에는 충암고의 주장을 맡으며 팀의 황금사자기 우승에 기여했고 2011년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박민우, 이민호(이상 NC다이노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 등과 함께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루키 시즌 1군에서 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류지혁은 2012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마쳤다. 하지만 류지혁은 군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팀에 복귀한 2015년에도 1군에서 14경기 밖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5년은 두산이 1루수 오재일,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으로 구성된 막강한 내야진을 완성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류지혁은 2016 시즌부터 주전을 노리기 보다는 내야의 빈자리를 채우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2016년 90경기에 출전한 류지혁은 2017년125경기, 2018년128경기, 작년118경기에 출전하며 두산 내야에서 윤활유 같은 활약을 펼쳤다. 류지혁이라는 든든한 백업 내야수가 있었기에 두산의 베테랑 주전들은 돌아가면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의 불펜 붕괴와 이용찬의 부상으로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류지혁은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범호의 은퇴와 박찬호의 유격수 변신으로 핫코너가 허전한 KIA는 장영석, 황윤호, 나주환 등을 번갈아 투입했지만 누구도 확실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 4년 간 3루수로 95경기, 410.2이닝을 소화했던 류지혁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도 류지혁은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다.

류지혁은 올해 표본은 다소 적지만 20경기에서 타율 .417 1홈런4타점10득점OPS(출루율+장타율)1.092로 매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수비가 뛰어나다는 평가와 달리 시즌 초반부터 3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맷 윌리엄스 감독과 KIA팬들을 불안하게 하는 부분이다. 서울 토박이로 살다가 광주에서 야구인생의 새 출발을 하게 될 류지혁은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무주공산이 된 KIA의 핫코너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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