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일 인도의 항구도시 비사카파트남에서 살고 있는 라오(Ch. Narasinga Rao.)씨가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하고있다
 5일 인도의 항구도시 비사카파트남에서 살고 있는 라오(Ch. Narasinga Rao.)씨가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하고있다
ⓒ 강홍구

관련사진보기

  
"시리샤(10)는 집에서 뛰쳐나와 검은 탄소 구름에서 대피하던 중, 엄마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습니다. 근처의 탱크로 대피하던 여섯 살 스레야도 부모님의 품속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 찬드라모울리(19)는 100m를 달려갔지만, 끝내 가스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도의 항구도시 비사카파트남에서 살고 있는 라오(Ch. Narasinga Rao)씨. 그는 담담하게 이름을 호명했다. 그는 사고현장의 주민 대표다.

"고빈다 라주, 산카르 라오, 벤카얌마, 나니, 바라라스미, 압팔라나라삼마, 강가라주, 강가드하르, 크리스나 머티…. 스틸렌 가스 누출로 인해, LG 폴리머스 공장 인근 지역에서 현재까지 14명이 숨졌습니다." 

라오씨는 사고에 노출된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최근 유명을 달리한 두 명의 희생자는 사고발생 20일 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화학물질에 노출된 누구라도 심각한 건강피해를 겪을 수 있고, 또 사망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5일 여의도 LG화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LG화학인도공장가스누출사망사고시민사회네트워크와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가 공동주최한 이 행사에는 당사자인 인도주민이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해 LG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기도 했다. 1972년 6월에 스웨덴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을 당부하며 제정한 날이다. 하지만 환경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새벽, 인도남동부에 위치한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스타이렌 가스가 누출됐다. 주민 14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병원이 후송됐으며 수만 명이 대피했다. 5월 19일에는 LG화학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련의 화학 사고들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5일 여의도 LG화학 본사 앞에서 인도에서 벌어진 화학물질참사에 대한 LG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5일 여의도 LG화학 본사 앞에서 인도에서 벌어진 화학물질참사에 대한 LG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강홍구

관련사진보기

  
유해물질추방국제네트워크(IPEN)의 과학기술 선임고문인 조 디간지(Joe DiGangi)씨는 인도 국립녹색재판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참사의 원인을 지적했다. 해당 기관은 인도의 환경분쟁에 서 최고의 법적 권위를 갖는 곳이다. 노후한 탱크들이 모니터링 없이 방치됐고 장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 누출 당시 별도의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는 점(No alarm to warn of releases)과 주민대피 훈련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고 짚었다.

"화학사고를 일으킨 기업의 경영진을 엄벌해야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그는 LG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하고, 치료비지원과 배상을 비롯해 건강모니터링과 환경복원까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손수연(종로구)씨는 큰아이를 위해 제품을 사용했는데, 아이의 폐가 손상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녀는 "LG는 옥시와 애경에 이어 세 번째로 가습기살균제를 많이 판매한 기업"이라며 (기업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다루지 못했고,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인도의 비극과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국내에서 피해인정과 배상에 소극적이던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LG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아시아 10여 개 국가 100여 명의 시민들이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국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각, 인도의 사고지역에서는 주민집회가 열렸다. 아시아 각지에서 LG의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벌어졌다. 인도 구자라트 섬유공장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단체 활동가, 네팔 카트만두의 환경단체 회원, 베트남 하노이의 산업보건단체 회원, 인도네시아 베카시의 시민단체 회원, 홍콩 시민단체 회원, 일본 동경의 안전센터 활동가 등이 LG에 책임을 물었다.

태그:#LG화학, #비사카파트남,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참사, #환경운동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일까요? 항상 고민하고 묻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