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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56일 만에 보석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구속되었던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보석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전광훈 56일 만에 보석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구속되었던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보석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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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전광훈 목사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회장 직무정치 판결을 내렸다. 공동회장인 김창수 목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보수 기독교의 아이콘이었던 한기총도 변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5일 한기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사진이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당당히 게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홈페이지 전면 왼쪽에 나란히 올라온 글의 제목들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예배방해를 즉각 중단하라"(2020.3.31)
"교회에 대한 예배중지 행정명령은 위법이며 종교탄압임을 천명한다"(2020.3.26)
"전광훈 목사 목사를 구속시킨 것은 명백한 종교탄압이다"(2020.3.26)


한기총 비대위가 전광훈 목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들은 홈페이지 관리에는 무심한가 보다.

전광훈에게 마이크 준 자 누구인가
 

흥미를 끄는 것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반응이다. 2019년 10월에 (사)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물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개신교인 1천 명과 비개신교인 1천 명을 대상으로 2019년 7월 8일부터 19일에 걸쳐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10.1%는 전광훈 목사에 대하여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3.3%는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의견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의견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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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는 이른바 '빤스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그는 2005년 1월 19일 대구 서현교회에서 열린 청교도영성훈련원 목회자 집회에서 "성도들이 목사 좋아하는 것은 선이 없다. 성경책을 보면 성도들이 사도 바울에게 눈까지 빼준다. 생명도 바친다. 우리 교회 집사님들은 나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빤스 벗으라면 다 벗어. 목사가 벗으라고 해서 안 벗으면 내 성도 아니지. 그런다고 해서 집사들에게 책임을 지우면 되겠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발언은 여러 언론에 지적을 받으면서 논란이 확대됐으나 오히려 전광훈 목사를 유명 인사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2011년 9월 27일 <한겨레>와의 대담에서 "한 언론이 내가 발언하는 곳마다 취재 와서 보도한다. 그런다고 내가 그 말을 한 번 하고 그만두나. 보도하면 그 다음 주엔 더 세게 말한다"며 "전광훈 목사 막을 사람 없다. 난 사역 안 할 생각 하고 말한다. 왜? 난 당당하니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2019년 10월 3일 광화문에서 개최된 '조국 반대' 집회에 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을 대중 앞에서 했다. 이 대회 때문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집회 이후 11일 만인 10월 14일 조국 교수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10.3 광화문집회 주도하는 정광훈, 이재오 3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한국교회기도연합 주최 '한국교회 기도의 날',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자유한국당 주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오 전 장관과 전광훈 목사 모습이 대형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 10.3 광화문집회 주도하는 정광훈, 이재오 2019년 10월 3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한국교회기도연합 주최 "한국교회 기도의 날",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자유한국당 주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오 전 장관과 전광훈 목사 모습이 대형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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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을 띤 세력이 거의 총동원되다시피 한 이 대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매우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본 행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전광훈 목사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국회에서 볼 수 있는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정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단죄하였다.

그가 단상에서 구호를 외칠 때마다 단하에서는 개신교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호응하였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서는 위의 조사에 따르면 71.9%가 반대하고 있다.

과연 개신교인 13.4%(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10.1%, 적극 지지한다 3.3%)의 지지를 받는 목사에게 현 정부의 국정을 심판하는 발언을 할 수 있게 권한을 준 자는 누구인가?
   
그날 광화문 광장에는 태극기 물결이 넘쳤다. 그들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앞에서 말한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가운데 2.9%만이 '태극기 부대'가 주도하는 대회에 참가했다. 5회 미만 참여한 이들은 2.6%, 5회 이상 참여한 이는 0.3%에 불과하였다. 대표성이 의심되는 수준임에도 이 '태극기 부대'가 상징하는 '개독교'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동성애 관련 인식과 태도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동성애 관련 인식과 태도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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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문제에 관하여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는 개신교인의 숫자는 많다. 위의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에 대하여 비개신교인은 25.0%가 죄라고 했지만, 개신교인은 58.4%는 죄라고 보았다. 낙태에 대해서도 비개신교인은 27.4%가 반대했지만, 개신교인는 50.2%가 반대하였다.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난민에 대한 의견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중 난민에 대한 의견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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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 문제에서도 개신교인들이 비개신교인들에 비해 변화와 외부의 충격을 받아들이데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난민들을 '임시 보호한 후 다른 나라로 가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비개신교인은 57.2%가 찬성한 데 반해 개신교인들은 51.3%만이 찬성했다. 그러나 '난민은 이슬람 등 불온한 문화를 전파하므로 임시 보호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한 적극 반대층이 개신교인은 23.0%, 비개신교인은 18.1%로
나타났다.
  
기독교의 변화, 어불성설인 까닭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한기총을 대신하여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이뤄진 정부와 개신교 대표의 만남도 한기총이 아닌 한교총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참석했다. 한교총은 2017년에 세워진 단체이니 한기총에 비하면 역사가 일천하다. 그러나 참여 교단이 30개에 이르고 한국 개신교 인 95%를 포괄한다고 하니 대표성을 가졌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에 대부분 한기총 소속이었다. 한기총 시절 전광훈 목사의 전횡을 막지 못한 교단들이 이름을 바꾼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또 다른 전광훈 목사가 나타났을 때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 두고 볼 일이다.

전광훈 목사를 한국 개신교가 막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보수 이데올로기'이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 연구에서 살펴본 대로 한국 개신교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한국 개신교는 유난히 보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실 어느 사회든 사회적 가치는 크게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서로 건강한 견제를 하는 선순환을 이룰 때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어느 한 가치의 입장이 강조되거나 두 가치가 대립할 경우 그 사회는 정체 혹은 퇴보하게 된다. 따라서 진보만큼이나 보수는 소중한 가치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진보였다. 조선 말기 극도로 보수화된 관료주의 사회에서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평등주의 복음으로 민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970년대와 1980년대 반독재 운동에서도 개신교는 상당히 큰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의 주축이자 장로교의 원조인, 극보수적인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나 보다. 이승만 정권 때 시작된 반공주의를 기치로 한 보수 기독교는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한 직후, 한경직과 김활란 등이 미국을 방문하여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전두환 때도 조찬기도회를 시작으로 독재 권력에 아부하는 일이 지속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학법'을 빌미로 정부와 대립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보수'색을 드러냈다.

사실 한국 기독교의 보수는 앞에서 말한 대로 반공주의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1990년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에도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하다가, 과격한 언사를 서슴지 않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외면으로 일관하던 이들은 사법 판결을 받고 나서야 그와의 본격적인 관계 청산에 들어갔다. 

이제라도 틈만 나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기독교 보수가 사라질 것을 기대해 본다. 사실 전광훈 목사의 행패에 가까운 언행은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개독교 혐오증'을 증폭시켰다. 이제 전광훈 목사를 버린 한국 보수 기독교가 제대로 된 보수색을 보여주면 좋겠다. 물론 사회혁명가였던 예수를 추종하고 가톨릭교회의 기득권에 반발하여 종교개혁을 일으킨 진보적인 개신교에서 보수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 태생적으로 매우 어색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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