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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개월째 무기력증과 피로감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3개월이 아니라 훨씬 전부터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코로나19로 아이들 유치원 개원 날짜가 자꾸 미뤄지면서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버렸다. 한동안 버릇처럼 코로나 핑계를 대곤 했지만 이제 그 핑계도 구차하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삼시 세끼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것도 아니고, 매일 집에만 있는데 왜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 걸까. 그러고 보면 단지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집에만 있는다고 쉬는 게 아닌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머리와 마음은 쉬는 법이 없다. 온갖 근심 걱정, 불안으로 과부하 된 뇌의 피로가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조금 슬퍼진다. 세상에 쉬는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 난처해질 줄이야. 하지만 정말이지 잘 쉬는 방법이라는 것이 있다면 누구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이다. 하얗게 빈 표지에 덩그러니 놓인 푸른색 의자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야하기 나오키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2020)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야하기 나오키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2020)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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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의 저자 야하기 나오키는 1981년 가나자와 대학 의학부 졸업 후 마취과를 시작으로 구급, 집중치료, 내과, 수술부 등을 거쳐 2001년부터 도쿄대학교 대학원 의학연구과 구급 의학 분야 교수 및 의학부 부속병원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한계를 느낀 적이 많다고 한다.   
 
의사가 되고 오랫동안 환자를 진찰하면서 항상 석연치 않았던 점이 있습니다. 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해서 돌려보내도 환자는 또 몸을 혹사하여 다시 병원을 찾아오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점차 대증요법(환자를 치료할 때 원인이 아닌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으로밖에 환자를 도울 수 없다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나이를 막론하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가 아닐까요. (4쪽)

퇴원을 해도 또다시 병원을 찾아오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저자는 병원 치료로는 해결되지 않는 휴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어디 환자뿐이랴,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듯, 의사의 삶 역시 쉴 틈 없는 과로의 연속이지 않나.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은 '어렵거나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시시해서 맥이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것들을 하지 않아서 탈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책에 나오는 방법들 중 딱 한 가지씩만 따라 해보는 거야.'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당장 실행에 옮길 것'. 그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계속 눈여겨보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창원시 공용자전거 '누비자'다. 도서관에 왔다 갔다 할 때 저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 본 지도 오래라서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식구들이 잠든 5월의 마지막 밤,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고 '창원시 공용자전거' 홈페이지를 검색해보았다. 자전거 이용 방법과 사용료 등을 살펴보다가 덜컥 '누비자' 1년 사용료 3만 원을 결제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집 앞 자전거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집에서 2km가 채 되지 않는 가까운 도서관까지 조심스레 페달을 밟았다.

참 신기한 게,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본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처음에 조금 비틀거렸을 뿐 금세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6월 한낮의 햇빛은 뜨거웠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온몸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걷거나 차를 탈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상쾌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장기간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신 가능한 짬을 내어 당일만이라도 자연을 만끽합시다. 돈과 시간을 크게 들이거나 빡빡한 일정을 세울 필요 없이 생각났을 때 생각난 곳으로 훌쩍 떠납니다. 마음먹은 그날 바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 저도 응급 의료에 종사하던 시절에는 짬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고 훌쩍 떠나기도 합니다. 교외에 다다르면 그제야 비로소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몸의 변화도 느껴집니다. 항상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그날만은 전철이나 버스 혹은 자전거나 도보로 움직여보면 어떨까요. 차는 편리하지만 의존하면 오감이 둔해집니다. 무엇보다 차로 이동할 때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습니다. (156~157쪽)

요 며칠 나는 매일 자전거를 탄다. 특별히 갈 데가 없어도 자전거 타기 좋은 해안 도로나 가로수길을 1시간 정도 달린다. 땀이 뻘뻘 나고 숨이 차올라도 바다를 옆에 두고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밑을 달릴 때는 행복하다. 걸을 때와는 달리 자전거를 탈 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머릿속이 단순해진다. 오로지 자전거를 타는 내 몸과 바람, 풍경만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니 이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쉬는 방법도 덩달아 따라왔다.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기', '조금씩 운동하기',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을 만들기' 같은 것들. 뿌듯했다. 며칠 자전거를 타면서 비록 가벼운 근육통은 얻었지만 무기력과 피로는 덜었다. '이런 게 진짜 쉬는 거구나.' 비로소 깨달았다.

내일도 나는 자전거를 탈 것이다. 이제는 매일 밤, 내일 자전거를 탈 생각에 설렌다. 자면서도 자전거 타는 꿈을 꿀 정도니 어지간히도 좋았나 보다. 앞으로도 이 책과 함께 제대로 쉬며 에너지를 채우는 연습을 해볼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휴식에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더불어 전보다 시간은 많아졌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고 나면 편안해지는, 계속하면 습관이 될 만한, 에너지가 채워지는 그런 기분 좋은 일을 정해놓고 반복하면 됩니다. 이를 하나의 일과를 만들기 위해 아침과 밤마다 따로 시간을 마련해 주세요. 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사람은 잠시 멈춰 서서 한번 깊게 호흡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것도 괜찮습니다. 나만의 규칙으로 몸을 정돈해 주세요. 스트레스가 한결 풀어져 마음이 평온해질 것입니다. (101~102쪽)

태그:#내마음을쉬게하는연습, #마음챙김, #야하기나오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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