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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모습. 2020.6.4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모습. 202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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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시간'은 단 하루였다.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형사범죄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무리한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주도했다는 혐의다(관련기사: 삼성 이재용 턱밑까지 간 검찰, 문전 처리 성공할까).

검찰은 이들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은 낮게, 제일모직은 높게 평가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두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는 등 부정거래 및 시세 조종 행위(자본시장법 위반)를 했다고 의심한다. 합병의 사전작업으로 제일모직이 지분을 소유한 삼성바이오의 부채를 감췄고, 후속작업으로 이 부채를 정리할 때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도 어겼다고 본다. 또 김종중 전 사장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 때 삼성물산 합병문제를 두고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추가했다.

하루 만에 끝난 이재용의 시간

전날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2일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이 1년 넘게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이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변호사와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검찰 외부인사 약 250명이 참여한다.

시간은 이재용 부회장의 편 같았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면, 해당 검찰청은 시민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사안을 수사심의위로 보낼지 여부를 정한다. 이 단계마다 위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회의 일정을 정하고, 결론을 내기란 만만찮다. 3일 이 부회장의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 안팎에선 정말 빨라야 한 달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관련기사: "수사심의위 열어달라" 이재용의 승부수 혹은 꼼수).

다음날, 검찰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월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만약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은 20일 안에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 영장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6월 중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점점 더 늘어지던 시간을 구속영장 청구로 틀어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카드는 이제 못 쓰는 패에 가깝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유죄판결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혐의가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더라도 이미 법원이 1차 판단을 내린 사안을 두고 불기소 의견을 내긴 어렵다.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하더라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범죄 혐의를 강하게 의심한 사안인데 기소하지 않을 수 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30일 새벽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20.5.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30일 새벽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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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들이 판단하기엔 삼성의 불법 승계 의혹이라는 사안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록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다"며 "수사심의위에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무작위로 위원을 선정한다고 해도 후보군이 한정됐다"며 "삼성의 로비력이 작용 안 하겠냐"고 했다. 삼성이 처음부터 영장 청구 분위기를 감지하고 시간끌기 작전을 썼을 뿐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셀프 개혁'이었다. 한쪽에서는 피의자가 누구냐를 떠나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구속 위기에 놓인 세 사람의 변호인단 역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4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을 받고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됐다"며 "이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 절차를 통해 사건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결정에 따라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혐의 도저히 수긍 못해" - "죄질 등 감안해 영장 청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20.5.26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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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뒤, 검찰은 또 다시 변호인 주장을 받아쳤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늘 구속영장 청구가 삼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대한 반격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분식(회계)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해 피의자의 신청 전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날 수사팀의 요청을 최종 승인했다. 검찰은 "이후 기록을 만들고 영장청구서 등을 완성하는 절차를 거쳐 오늘(4일) 오전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접수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도 규정됐듯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은 수사심의 대상이 아니고, 소집 신청으로도 수사 절차가 중단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때부터 '이재용 승계작업'을 파헤쳐온 윤석열 총장. 자신을 정조준한 검찰의 칼을 막아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 양쪽의 최종대결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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