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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1960년대 인권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 이어 1일과 2일에도 미국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경찰의 잔인한 폭력과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주의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들마저 시위대와 같이 시위하거나 시위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는 등 시위대에 동조하고 있다. 
 
 맨해튼의 한 상점이 약탈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해 널빤지로 창문과 출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
 맨해튼의 한 상점이 약탈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해 널빤지로 창문과 출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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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와 함께 약탈이 잇따르면서 미국의 여러 도시는 시위와 약탈을 막기 위해 긴급 명령으로 야간 통행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많은 상점은 지난 주말 시위 도중 약탈 행위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다수 상점의 유리창과 출입문이 파손되었고 상점 내 상품들은 탈취되었으며 상점 내부까지 심하게 훼손되었다. 이에 1일과 2일 맨해튼 내 다수 상점은 서둘러 유리창과 출입구를 널빤지로 막는 조치를 취했다.
 
 맨해튼에 있는 선탠더 은행은 약탈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과 창문을 널빤지로 완전히 봉쇄했다.
 맨해튼에 있는 선탠더 은행은 약탈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과 창문을 널빤지로 완전히 봉쇄했다.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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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주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는 것과 관련, "도시와 주 정부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노력을 거부한다면 내가 연방 군병력을 동원하여 당신들을 위해 시위를 진압할 것"이라고 밝히고, "위대한 수도를 지키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한 행동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주지사들은 대체로 트럼프의 이러한 연방 군병력 사용 계획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를 비롯한 다수의 주지사는 대통령의 발언이 안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분란을 일으킨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연방군을 주지사 동의 없이 투입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 있는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 가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성경을 어깨 위에 치켜들기도 하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 경호대는 대통령이 세인트존스 교회로 갈 수 있도록 평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하고 동선을 확보했다. 대통령이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는 동안 참석한 참모들은 모두 백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지 않았다. 한 기자는 "그 성경책이 당신 것입니까?"라고 묻자, 대통령은 "이것은 성경"이라고 대답했다.

매리안 버드 세인트존스 교회 주교는 트럼프의 이런 행동을 두고 성경 모독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버드 주교는 대통령이 교회로 오겠다고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주교는 대통령이 성경에 담겨 있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와 같은 평화의 구절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다고 비난하면서, "나는 정말로 분개했다(outraged)"고 말했다.

버드 주교는 또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유색인종이 겪는 고난에 대해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밝히고,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가 존재하는 지금, 최루가스를 뿌리고 부적절한 언어를 구사하는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교구는 거리 두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교는 특히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맞아 정의를 지키려고 시위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겠다"고 강조했다.
 
'흑인사망' 시위사태 속 이틀째 종교시설 찾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 방문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 "흑인사망" 시위사태 속 이틀째 종교시설 찾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 방문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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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에서는 트럼프가 성경을 정치적 이미지로 팔면서 종교를 악용한 것과 같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수 마일 떨어진 가톨릭교회인 세인트 존 폴 II 국가 성소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이 교회의 윌턴 그레고리 워싱턴 교구 가톨릭 대주교는 "당황스럽고 비난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금요일 시위대가 백악관을 둘러쌌을 때 벙커에 들어갔던 것을 의식, 백악관 밖으로 나와서 교회로 가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교회를 방문하고 성경을 들고 서 있는 대통령의 행위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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