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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는 2020년도 하반기를 버틸 수 있을까. 북한 경제의 현실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무역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아직은 버틸만 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무역의 중단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박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올해 하반기 북한이 협력을 택하는 대상국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경봉쇄 조치를 푼 이후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역 협력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한국과의 협력은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관론] 북한 경제, 한계 다다랐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5월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5월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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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주요 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경제성장률을 -6%로 발표했다. '고난의 행군'(1994~1999) 시기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치솔루션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해 북한 경제 역시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2일 <미국의소리>(VOA)는 '피치솔루션스'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매체에 따르면 '피치솔루션스'는 연초 북한 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친 충격 때문에 북한 경제성장률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북한 경제의 가능성을 -9.7%p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이는 북한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보인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1997년 당시 북한 경제성장률은 -6.5%였다. 23년 만에 북한 경제가 최악의 어려움에 닥쳤다는 게 '피치솔루션스'의 분석이다.

피치솔루션스는 "지난해 6.1%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1.1%로 둔화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도 최소한 3% 이상 하락하는 데에 (북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자금 공급원이 상당히 고갈됨에 따라 정부가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비슷한 전망을 했다. <북한경제리뷰> 5월호 '2020년 북한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4년과 북한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짚었다. 2016년부터 대북제재로 수출입이 어려워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북한이 코로나19로 중국과의 무역도 중단된 상황이라는 것. 결국 북한경제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조금 과장하자면 올해의 코로나 사태로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경제권 중 하나가 바로 북한 경제"라고 언급했다.

[낙관론] 북한 경제, 아직 버틸 만 하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5월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5월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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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한 경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근거는 북한 특유의 '자립경제' 시스템이다. 자립경제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해 북한 스스로 경제를 꾸려간다는 방침이다.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지난 5월 12일 '경제적 자립은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중요한 담보'라는 논설을 싣기도 했다.

<로동신문>은 "빚진 종이라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으면 남에게 머리를 숙이게 되고 무릎을 꿇게 된다, 경제적 예속은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면서 자립경제를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민간연구기관인 엘레나 소코바(Elena Sokova)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VCDNP) 소장 역시 지난 5월 8일(현지시각) 북한 경제의 생존력을 긍정했다. 현재 북한 경제가 아직 절박(desperate)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한 국가예산 보고를 낙관론의 근거로 삼았다.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된 2017년 하락했던 예산이 2020년까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 북한이 자국 의존도가 훨씬 높은 자립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의 영향도 덜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지영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역시 '대북제재 강화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2020년 4월)를 통해 북한이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through)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북제재의 부정적 영향이 주로 광업·중화학공업 부문에 집중돼 식량·에너지수급 등의 측면에서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북한경제가 1990년대와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북한은 누구의 손을 잡을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간부들이 공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공장 벽면에 '질제고', '로동안전' 등 문구가 붙어 있다.
▲ 순천 인비료공장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간부들이 공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공장 벽면에 "질제고", "로동안전" 등 문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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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이 하반기 국경봉쇄를 풀면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버틸만한 수준일 뿐, 북한 경제 성장률을 긍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무역 재개 등 경제발전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은 북한이 남북협력이 아닌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 사이의 물량이 최근 급증했다"라면서 "중국의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통제한 상황이라 북중교역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하반기에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걸 공표하며, 북중 교역이 과거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역시 '중국'을 주목했다. 최 실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김정은의 역점사업은 원산갈마 등 관광사업이었다, 이는 당장에 성과가 나기 어려운 분야"라면서 "하반기에는 북한도 국경봉쇄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남북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가 북한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만 북한이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북한의 요구는 한결같다, 우리가 9.19 군사분야 합의에 진전을 보이거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정도해야 북한도 우리 손을 잡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그:#북한, #김정은, #남북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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