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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을 애도하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민들이 31일(현지시간) 그가 경찰에 연행됐던 현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을 애도하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민들이 31일(현지시간) 그가 경찰에 연행됐던 현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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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령(Lockdown)으로 집에 갖혀 있던 캘리포니아 주민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롱 위켄드를 거치면서 가게들이 차츰 문을 열것으로 기대했는데,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캘리포니아주 시정부가 통행 금지령을 내려 다시 한 번 집에 갖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시에 따라 통행금지 시간을 다르지만,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통행금지인 도시도 있어 밖에 나갔다가 오후 4시가 되기 전엔 집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하러 가는게 불가능하다. 게다가 많은 비즈니스 업종들이 다시 문을 닫아 출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네소타(Minnesota) 주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에서 시작된 공권력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주요 도시 곳곳으로 퍼져 6월 2일 현재 35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5월 25일 한 마켓에서 위조지폐로 추정되는 20불짜리를 쓰려다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되던 중 사망했다. 연행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던 플로이드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 한명이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다는 것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일 발표된 부검 결과를 보면, 경찰 측 부검은 그의 죽음을 살인(homicide)으로 규정짓고, 구체적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우회적으로 보고했다. 반면, 독립 부검관은 살인인 건 분명하고, 사인을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asphyxia)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제의 경찰관은 과거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한다는 민원(complaint)이 수 차례 접수되었지만, 경찰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젼을 켜니 로스앤젤레스 시내 페어팩스 구역(Fairfax District)에 위치한 가게들이 약탈자들(시위대가 아님)에 의해 약탈(looting) 당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현재 미국 곳곳에서 시위와 약탈이 동시에 일어나 시위대가 약탈하는 것으로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속하던 차가 지나가던 행인을 치여 죽였는데, 바로 그 옆에서 운행하던 차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먼저, 현재 가게를 터는 약탈자들은 기회주의자(opportunist)다.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경찰력이 그쪽으로 몰리니 치안이 허술한 틈을 타 가게를 터는 것이다. 그래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도시는 이런 약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치안이 평상시와 다를 바 없으니 가게 털다 바로 경찰에 잡혀갈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탈자들이 훔쳐가는 물건이 진짜 가관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락용 대마초(leisure marijuana)가 합법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마리화나 보급점(marijuana dispensary)이나 담배가게(smoke shop)가 타깃이고, 오락용 대마초가 합법화되지 않은 주의 경우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pharmacy)이 우선 타깃이다.

몇년 전 프레디 그레이(Freddie Gray)의 죽음으로 인해 볼티모어(Baltimore)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대형 약국 체인점인 CVS가 습격당했던 사례가 같은 맥락이다. 그런 곳을 타깃 삼아 터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인지 알만 하지 않은가. 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대리점, 컴퓨터 매장 그리고 푸트라커(Footlocker)과 같은 신발 가게도 주요 타깃이다. 레스토랑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와인을 훔치는가 하면, 안경점에서 안경테를 훔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사유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게를 '보드 업(board up)'하고 있다. 보통 디스플레이 유리창이나 유리문을 깨고 매장 안으로 진입하기에 유리창을 튼튼한 합판으로 막아버리면 매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보드 업' 해주는 비즈니스가 때아닌 성업이라고 한다.

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죽었다. 그 억울한 죽음을 항의하는 그리고 그 죽음을 야기한 공권력을 처벌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는 약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위대는 시청 앞이나 도로 위에서 경찰 및 방위대와 대치 중이다. 가게 근처나 쇼핑몰 옆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이용해서 물건을 훔치려는 기회를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일 뿐이다.

태그:#조지 플로이드, #시위,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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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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