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가장 안전하고 재충전의 공간이 돼야 할 집, 그리고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할 가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건 수십 년 전 실종된 동생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다. 게다가 가장 노릇을 하는 한 남자는 최근 뺑소니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마저 잃었다.

영화 <침입자>는 어쩌면 그간 할리우드에서 변주된 가족 스릴러물의 갈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품은 채 딸과 부모님을 바라보며 겨우 일상을 버티는 서진(김무열)에게 자신이 친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유진(송지효)이 다가온다. 건조하고 다소 침울했던 집안 분위기가 빠르게 밝아질수록 유진에 얽힌 비밀들이 드러나며 묘한 공포감이 든다.

다소 괴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유진은 <침입자>에서 각종 사건 사고의 주축으로 자리한다. 따라서 이 캐릭터의 탄탄함이 영화적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여고괴담3> <썸> 이후 약 16년 만에 이야기 전면에 나선 배우 송지효가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서브 캐릭터 성격이 강했기에 그의 진면목이 궁금했던 팬 입장에선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유진의 과거사가 영화에선 모호하게 처리되는데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좌절감으로 오랜 시간 복수심을 키워온 인물로 추측할 수 있다. 서진에게 접근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유진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가족의 허상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혈연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울타리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 또한 중요하다는 게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신경증을 앓고 있는 서진은 영화에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궁지에 몰린다. 겉보기엔 성공한 건축가지만 가족 간 유대관계는 깊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후반부로 갈수록 무력해지는 그의 모습과 강해지는 유진의 모습이 대비된다는 게 흥미롭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은 손원평 감독의 소설 <아몬드>에도 일부 담겨 있다. 손 감독은 '가족'이라는 화두를 품고 여러 구성으로 소설과 시나리오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십수년 넘게 시나리오 각색, 각본가로 활동한 손 감독은 8년 전부터 가족 이야기를 구상해왔다고 한다. <침입자>는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각 인물 설정과 이야기에 담긴 사건은 흥미롭지만, 영화적 구성에선 여러 약점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와 등장인물 몇 명이 관련되어 있다는 설정이 좀 더 세련됐다면 어땠을까. 등장인물이 벌이는 범죄의 이유를 설명하는 인서트 컷도 과한 편이다. 명확하게 전후 관계를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관객에 따라선 흐름이 끊긴다고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 보인다. 

또한 가족 개념의 재정의라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사건과 인물에 다소 관념적이고 도식적으로 접근한 흔적이 있다. 장르 영화로 만들기 위해 여러 스릴러 요소를 넣기 위함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도식화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도발적인 인물 설정이 아쉽다.

<침입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으로 닻을 올린 한국 상업영화다.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침임자>가 국내 극장가에 다시금 활기가 돌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인가. 일단 기대해봐도 좋겠다.

한 줄 평: 섬세하게 건드린 가족의 개념,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평점: ★★★☆(3.5)

 
영화 <침입자> 관련 정보

연출 및 각본: 손원평
출연: 김무열, 송지효, 예수정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및 배급: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러닝타임: 102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6월 4일
 
침입자 김무열 송지효 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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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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