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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감소, 실직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노동 현장 속 쟁점과 대안을 살펴본다.[편집자말]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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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취업자는 2019년 4월 취업자에 비해 47만 명이 줄었다. 그런데 남성 18만 명, 여성 29만 명이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성별을 가리지는 않을 텐데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달 28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를 찾았다. 배진경 대표는 "위기 때마다 여성들이 가장 먼저 쫓겨난다"며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라는 틀 때문에 여성들이 실제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그렇지 않다고 간주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매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정해 여성노동 관련 이슈에 대응해오고 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이란 남성 정규직 대비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1년 기준으로 계산해 결정한 것으로, 올해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5월 18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남성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5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임금차별타파의 날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라는 주제로 코로나19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들여다본 한국 여성노동의 현실을 배 대표에게 물었다. (관련 연재: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코로나19 위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하락 우려

배진경 대표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한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누굴 먼저 자를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여성이 늘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진다"라고 말했다.

"항상 그랬다. 위기 때마다 여성들이 먼저 해고된다. 과거에는 (성별에 따라) 여성이 집중적으로 해고됐다면, IMF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그중에서도)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들이 쫓겨나는 양상이 시작됐다.

그리고 IMF 금융위기는 여성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몰아갔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들이 급격하게 사라졌다. 2019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남성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34.3%고, 여성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50.8%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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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실제로 그런가.
"마찬가지다.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들의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매일 약 1만 31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임시일용직 여성노동자는 3월에 32만 3000명이 감소했다. 4월에는 46만 3000명이 감소했는데, 같은 시기 임시일용직 남성노동자의 경우는 31만 9000명이 감소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가 다른 위기랑 다르게 여성노동자들에게 좀 더 타격을 준 이유는, 여성 노동자가 몰려 있는 산업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여성노동자가 심각하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취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인데 여성 중에서 16만 7000명이 감소했고 남성은 4만 4000명이 감소했다. '위기는 성차별을 악화시킨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모습들로서 시작된다.

이런 식으로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을 때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경제적 지위는 어떻게 되겠나. 심각한 양극화가 만들어지고 성별의 격차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배 대표는 여성노동자들 중에서도 특히 돌봄 노동에 종사하거나, 가정에서 돌봄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위기라고 말했다.

"돌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방점이라고 본다.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감염병 위기다. 사회적으로 노인돌봄이나 장애인돌봄 등 돌봄시스템을 구축해놨는데 일제히 '셧다운'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돌봄은 온전히 가정으로 귀속된다. 정확하게는 가정 내 여성에게 귀속된다.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3월에는 10만 3000명, 4월에는 27만 3000명이 증가한 반면 남성은 오히려 3월에 6000명이 감소했고 4월에는 6000명이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감소 추세였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 대책으로 학생이 있는 가정에 친환경 식재료 쿠폰을 나누어주었다. 그런데 식재료를 나눠주면 바로 밥이 되나? 그것이 조리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은 없다. 여성이 하는 역할을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당연하게 해왔던 일, 당연하게 해야만 하는 일로 몰아붙여왔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 이것이 앞서 말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인가.
"맞다. 여성들은 사회에 진입할 때부터 장래에 돌봄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면접을 본다. 예컨대 결혼과 출산 계획을 묻는다. 안 좋은 일자리로 계속 밀려나면서 결국 비정규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반면 회사에 어렵게 취업을 한다고 해도 업무배치 등에서 여성들에게 중요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업무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는 기회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부터 차단당한 채로 일을 하다가 승진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이만 차고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일자리 때문에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육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든 아니든, 여성들은 기존에 하던 일을 40대가 넘어서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40대가 넘어서면 여성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다. 반면 남성 비정규직 비율의 경우 크게 늘어나거나 줄지 않는다.

또한 여성의 경우 직주근접(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이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집안에서 가사와 돌봄 노동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동시간을 허비할 수 없고 한정적인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인가.
"일단 배우자와 돌봄과 가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결론이 있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안정적으로 회사의 트랙을 밟아나갈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 결혼을 할지 말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결혼을 하는 사람과 가사와 돌봄 분배가 원활하게 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물론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결혼한 둘 중 한 명이라도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면 삶의 선택지가 줄어들게 된다."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호소... 고용불안정성 없애야"

배 대표는 단순히 가정 내 돌봄노동만이 아니라 실제로 돌봄을 통해 돈을 버는 여성노동자들 역시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한국 사회는 저임금을 줘가면서 여성노동자를 부려왔다. 돌봄이라는 건 결국 시설 중심이었지 않나. 예를 들어 어린이집이라든가 요양원이나 유치원에서 돌봄 노동자 한 명이 여러 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돌봄 노동자들의 경우 이런 열악한 현실 속에서 낮은 임금을 받아 가면서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저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끔 사회가 구조화돼있다. 돌봄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 물론이고 열악한 환경에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돌봄의 공공서비스적 성격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시간제 돌봄 전담사의 경우 현재 긴급돌봄으로 4시간 계약을 하고 일하는데, 계약 기간에 절대로 일을 끝낼 수가 없는 구조다. 일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는데 처우는 여전히 시간제다. 시간제 돌봄 전담사가 쿠팡에서 투잡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한다. 돌봄노동을 해서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분명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모든 취약성이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돌봄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돌봄 서비스 체계를 다시 재구조화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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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비정규직사용사유 제한 관련 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노동존중'이라는 말을 꺼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그간 상시지속업무에서도 비정규직을 써왔지 않나. 그런데 이는 절대로 당연한 게 아니다. 노동자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직장 안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게 당연하다.

여성들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너무 많이 내몰렸다. 스스로를 일회용 물티슈 같다고들 말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삶을 벗어나서 내 삶을 설계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고용 불안정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어도 직장에서 나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아 다시 재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그 시스템 안에 노동자들이 들어와야 사회가 탄탄해지는 것이다."

- 재택근무를 하면서 고용형태가 바뀔까 봐 불안해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 같다. 재택근무 기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집이라는 환경이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경제적 수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정해진다. 모든 사람들이 재택근무에 용이한 공간에 살지 않는다. 일률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라는 건 폭력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사무실에 나와서 일할 때 제공되는 노동환경이 있지 않나. 그 노동환경을 추가로 제공해줘야 한다. 노동 도구나 유지비 같은 보상이 노동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노동자들이 돈을 내가면서 재택근무를 하라는 건 맞지 않는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고용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는 정확하게 고용할 필요가 없고 장소를 제공할 의무가 없어지면 특수고용자로 고용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문제까지 고려해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양보호사가 보건의료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 지급에서 제외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부터 제거해야 맞다. 왜 요양보호사가 보건의료 인력이 아닌가.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또한 보건의료 인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근거가 없다. 기준이 틀렸다. 지금의 기준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민 구성원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기준이 틀렸다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

[기획 - 포스트 코로나, 노동의 미래]
① 박점규 "신종코로나 전부터 신종근로자 확산... 정부 말-행동 너무 달라" (http://omn.kr/1njdo)
② 하종강 "코로나19 방역 세계 최고지만... 재난자본주의 벗어나야" (http://omn.kr/1nlfs)
③ 조돈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지 말라" (http://omn.kr/1no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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