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며칠 전 맨해튼에 나가봤더니 거리에 차량이 아주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이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이미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늘었다. 식당과 은행을 제외한 길거리 상점들은 여전히 대부분 닫혀 있는데 어떻게 차량이 이리 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6월부터는 지금까지와 매우 다른 길거리 풍경이 나타날 듯하다.

미 연방하원은 지난주에 새로운 3조 달러 경기 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미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씩 가족당 최고 (5명) 6000달러까지 주자는 것. 또한, 세수 감소로 곤경에 처한 각 주 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회성이기는 하지만 개인 소득 7만 5000달러, 부부 합산 15만 달러까지 이 돈을 준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그러나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상당히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자는 지난 21일까지 한 주간 240만 명이 추가됨으로써 총 4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지난 10주새 미국 노동인력의 4분의 1이 실업수당을 신청한 셈이다. 이미 여러 경제 전문가들이 거론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 중 상당수는 다시는 직장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노동시장과 직장환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격리와 봉쇄 기간에 많은 기업이 자택 근무제를 시행했음에도 타격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월세나 시설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 직장환경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늘리게 될 것이다. 직원들도 굳이 출퇴근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회사에서 불필요한 잡담을 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통적 직장환경에 익숙한 완고한 사람들은 어렵지만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훨씬 고립되고 대면 사회생활을 피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업수당은 축복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미 의회가 정한 'Cares Act'에 근거해서 최고 39주까지 신청 가능하며 7월31일까지 매주 6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 미국 뉴욕주 노동부에 있는 팬데믹 실업수당 신청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로 미 의회가 정한 "Cares Act"에 근거해서 최고 39주까지 신청 가능하며 7월31일까지 매주 6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 최인호

관련사진보기

최근 미국의 실업수당에 대해 말이 많다. 현재 실업수당은 두 종류다. 하나는 원래 실업자들에게 주었던 실업수당(Unemployment Insurance, 아래 UI)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를 맞아 신설된 팬데믹 실업수당(PUA)이다.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PUA는 매주 600달러나 된다. 실업수당 신청자가 이전에 얼마를 벌었는지 관계없이 그 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주 정부가 관리하는 UI는 주마다 차이가 있다.

PUA는 팬데믹으로 인해 일을 못 하거나 일이 줄어든 사람만 신청하는 것이 아니다. 구직활동을 하려고 생각만 하던 사람과 지금까지 실업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자영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활동에서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은 거의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그 결과 신청자가 폭주해서 정부는 수혜자 선별 작업으로 바쁘다.

UI는 일반적으로 주 정부가 임금에서 세금 형태로 실업 보험료를 원천징수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주마다 실업수당 규정과 액수는 다르다.

현재 뉴욕주의 실업 수당액은 최고 504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금액은 연간 5만2000달러 정도의 소득자에게 해당하는 금액이다. 실업수당을 잘 받는 사람들은 집에 격리되어 있어도 PUA와 함께 매주 1천 달러 정도씩 받고 있다. 그 실업수당은 징세 대상이라 거기서 세금을 떼면 실수령액은 900달러가 넘는다. 어떤 부부는 작년까지만 일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실업수당을 신청해서 부부가 각각 이렇게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600달러나 되는 PUA를 받는 것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풀타임으로 일해도 그와 비슷한 액수를 받고, 파트타임일 경우에는 더 적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뉴욕주의 경우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이므로 한 주에 40시간 일하면 600달러를 받는다. 하물며 텍사스처럼 최저임금이 7.25달러인 주에서는 저임금 노동자가 매주 600달러를 받게 된다면 대단한 행운으로 여길 것이다.

현지 한인 주민이 전한 바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은 거주지에 현금이 돌면서 식료품점과 미용용품점 등에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흑인 여성들에게 가발이나 액세서리 등 미용용품은 큰 인기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실업수당 수혜자들은 일자리가 생겨도 일할 생각을 안 한다. 팬데믹 때문에 기존 직장에서 일시적으로 해고된 사람들도 다시 복귀할 생각을 안 한다. 가만히 있어도 그만큼 돈이 나오니까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사업주가 직장 복귀를 거부하면서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려움이 많다.

실업수당 증가의 명암

이것은 사실 복지 기금이 증가하면 노동자들이 취업을 기피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경제 논쟁과 연결되는 문제다. 이 대단한 주제의 문제를 여기서 논의할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정부의 복지 기금 증가가 일부 저임금 노동자에게 적어도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후퇴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장기적이고 전반적인 효과를 미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이 문제는 각 국가와 사회마다 다른 노동관습과 사회 규범이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실업수당 문제로 돌아가서 보면, 정부는 앞으로 실업수당 수급 문제에 대해 더욱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할 듯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고용보험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정규 시간 근로자는 일 시간이 뻔하고 고용보험료를 원천징수해서 간단하지만, 예술가들처럼 비정기적으로 일하는 특수고용자들의 경우 고용보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자영업자들도 비슷하다. 나는 그래서 언뜻 고용보험보다 기본 복지 기금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복지 기금과 고용보험의 성격이 전혀 다른 만큼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맞춰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고용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각 국가는 실업수당과 기본 복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전통적 직업은 사라지지만 노동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증가하면서 예전처럼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으면 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이 반드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절대 낙관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되고 있다. 즉 미래 일자리 창출이 생각대로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고용 문제에 있어서 인구감소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정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앞으로 10년 내로 청년 취업층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들면 기업들은 구직난을 겪고 청년들의 취업난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기업들은 해외에서 더 많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을 수입하려 할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한국 노동시장 및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인구 문제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테고, 일단 이번에 겪는 실업수당 문제를 잘 검토해서 빠르면 올겨울에 다시 벌어질 수도 있는 재난지원금과 고용보험 수급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가 미국처럼 막무가내로 돈을 찍거나 세수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현재로서는 소득의 재분배가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예상된다.

태그:#코로나19, #실업수당, #실업률, #자택근무, #자가격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맨해턴 옆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