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 최원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으며 과거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 연합뉴스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은 '뜨거운 감자' 강정호의 징계수위가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총재 정운찬)는 25일 야구회관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히어로즈 임의탈퇴선수)에 대해 심의한 결과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3년까지 예상되던 징계기간이 1년으로 결정되면서 강정호는 빠르면 2021 시즌 중반에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09년과 2011년, 그리고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에 적발된 강정호는 지금까지 KBO리그 구단이 아닌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위해 임의탈퇴 해제와 상벌위 개최를 요청했고 유기실격 1년이라는 결과를 받아냈다. 이제 강정호는 원소속구단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 후 구단이 임의탈퇴 해지를 요청하고 강정호를 선수등록하면 징계를 시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계 느끼고 국내 복귀 타진한 강정호
지난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는 재판과 비자 문제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18 시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따라서 2019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1년 최대 550만 달러에 계약한 강정호의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큰 사고를 치고 2년 동안 실전 공백이 있었던 선수가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강정호는 65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타율 .169 24타점으로 부진한 끝에 8월초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강정호는 방출 직후 밀워키 브루어스의 마이너리그팀에서 훈련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비자 문제로 계약에 이르지는 못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플릿 계약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을 통해 빅리그에서 한계를 보인 강정호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가 북미지역까지 번지면서 메이저리그도 시즌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고 각 구단들이 시장에서 모두 철수하면서 강정호는 끝내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다.
사실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여의치 않은 강정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KBO리그 복귀였다. 강정호는 지난 4월 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며 복귀가능여부를 타진했다. 물론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상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라 KBO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개인 자격으로 상벌위를 신청했고 25일 드디어 강정호에 대한 상벌위가 열렸다.
유기실격 1년과 봉사활동 300시간, 2021 시즌 복귀 가능
이번 강정호에 대한 상벌위의 핵심은 역시 징계기간이었다. KBO는 지난 2018년 음주운전에 3회 적발된 선수에게 3년 이상의 유기실격을 내린다는 규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정호의 경우 KBO가 삼진아웃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2016년에 음주운전이 적발됐기 때문에 2018년에 만든 규약을 강정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삼진아웃 제도를 강정호에게 얼마나 적용할지에 대한 KBO의 유권해석이 필요했다.
야구팬들 중에는 KBO리그의 흥행과 경쟁력을 위해 여전히 강정호라는 대형스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아무리 전직(?) 슈퍼스타라도 무거운 수위의 징계를 피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 같은 팬들의 여론은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는 KBO는 물론 강정호 대신 상벌위원회에 출석한 강정호의 변호인측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3시간에 걸친 긴 회의 끝에 KBO는 강정호에게 1년의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2018년에 만든 '삼진아웃 제도'를 적용해 3년의 징계를 준다면 강정호는 최소 37세가 되는 2023시즌에야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다. 공백에 따른 기량저하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복귀 후에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매우 힘들다. 결국 KBO는 강정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한 셈이다.
징계기간이 1년으로 결정된 강정호는 빠르면 2021 시즌 중 복귀도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강정호에 대한 보유권을 가진 키움 구단과 하루 빨리 계약하고 선수등록을 통해 징계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임의탈퇴 해지신청부터 상벌위 개최까지 독자적으로 추진한 강정호가 히어로즈 구단과 얼마나 빨리 계약에 합의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풍운아' 강정호를 둘러싼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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