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다시 1부리그(K리그 1)에 올라온 부산 아이파크가 15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울산의 호랑이굴을 뒤흔들어 놓았다. 2015년 11월 28일 이후 실로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의 실력 겨루기는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는 빅 게임이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24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3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 게임에서 2라운드에 이어 또 역전승을 노렸지만 1-1로 비기는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부산 골잡이 이정협의 완벽한 첫 골 작품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부산 김문환이 울산 이청용을 수비하고 있다. 2020.5.24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부산 김문환이 울산 이청용을 수비하고 있다. 2020.5.24 ⓒ 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2강 구도를 이끌고 있는 홈 팀 울산이 예상대로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김태환의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윤빛가람의 감각적인 오른발 슛(5분)과 미드필더 이상헌의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13분)이 부산 골문을 크게 위협한 것이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부산 축구도 만만치 않았다. 하루 전 상주 상무에게 0-1로 패한 광주 FC처럼 세 게임 연속 패배의 수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부산 선수들의 몸놀림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부산 선수들의 그 의지가 통해 55분에 멋진 첫 골이 나왔다. 역습 기회에서 김병오가 오른발로 넘겨준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은 골잡이 이정협이 왼발 슛을 멋지게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꽂아 넣은 것이다.

크로스 타이밍도 좋았지만 울산의 베테랑 수비수 김기희 뒤로 빠져나가는 이정협의 공간 만들기부터 가슴 트래핑 후 왼발 마무리 동작까지 공격수가 갖추어야 할 득점 감각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부산 아이파크가 이 기세라면 시즌 초반 승격 팀들의 동반 부진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승 후보 울산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부산과의 통산 151게임 기록이 53승 45무 53패로 기막힌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기회 또한 바로 이 게임이었다.

'이청용'의 복귀 골 VAR로 취소, 그래도 해결사는 '주니오'

수원 블루윙즈와의 지난 라운드 펠레 스코어 역전승을 거둔 바 있는 울산 선수들은 이번에도 게임을 뒤집기 위해 바짝 집중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역시 거짓말처럼 5분 뒤에 부산 골문을 뚫었다. 그 주인공이 마침 유럽으로 나갔다가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이기에 더 뜻깊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중한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영상 검토는 울산의 동점골을 무효로 만들었다.

60분, 왼쪽 측면에서 윤빛가람이 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주니오의 머리에 맞은 공을 따라가서 이청용이 이마로 방향을 살짝 돌려넣었지만 주니오의 머리에 공이 맞는 순간 이청용의 위치가 간발의 차이로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허탈했지만 울산은 추격을 멈출 수 없었다. 77분에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냈다. 오른쪽에서 김태환의 낮은 크로스가 날아가는 순간 부산 아이파크 센터백 강민수의 오른팔에 공이 맞은 것이다. 상주 상무에서 뛴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2011년부터 지난 해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베테랑 수비수 커리어를 쌓았던 강민수였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으리라.

이 중요한 페널티킥 기회를 주니오가 오른발로 차 넣었다.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김정호가 방향을 읽고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아슬아슬하게 겨드랑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간 것이다.

울산은 3라운드 현재까지 팀 전체 득점 8골의 87.5%나 되는 7골을 후반전에 넣었기 때문에 이 동점골 이후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1부리그 복귀 첫 승점을 1점이라도 확보해야겠다는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들의 집념은 놀라웠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만에 울산 고명진이 결정적인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3년 이상 기다린 K리그 1 첫 게임에 나선 부산 골키퍼 김정호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막아냈고, 추가 시간 4분에 동점골 주인공 주니오가 날린 회심의 중거리슛은 부산 수비수들이 온몸을 내던져 가까스로 막아냈다.

결국 승점 3점의 주인은 없고 어느 것보다 귀한 승점 1점이 양팀 모두에게 돌아갔다. 역대 통산 152번째 대결 기록이 여전히 '53승 46무 53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끝난 셈이다. 이들의 153번째 만남은 8월 2일 일요일 오후 7시 부산 축구의 성지 구덕운동장에서 이루어진다.

2020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24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1-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주니오(79분,PK) / 이정협(55분,도움-김병오)]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김인성(73분↔비욘 존슨), 이상헌(46분↔고명진), 이청용
DMF : 원두재(61분↔신진호), 윤빛가람
DF : 정동호,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FW : 김병오, 이정협, 이동준(63분↔한지호)
MF : 이규성, 박종우, 호물로
DF : 박준강(76분↔윤석영), 도스톤백(44분↔김동우), 강민수, 김문환
GK : 김정호

K리그 원 3라운드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9점 3승 5득점 1실점 +4
2 울산 현대 7점 2승 1무 8득점 3실점 +5
3 FC 서울 6점 2승 1패 4득점 4실점 0
4 상주 상무 6점 2승 1패 3득점 4실점 -1
5 성남 FC 5점 1승 2무 3득점 1실점 +2
6 포항 스틸러스 4점 1승 1무 1패 4득점 3실점 +1
7 강원 FC 4점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 0
8 수원 블루윙즈 3점 1승 2패 3득점 4실점 -1
9 대구 FC 2점 2무 1패 1득점 3실점 -2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1패 0득점 1실점 -1
11 부산 아이파크 1점 1무 2패 2득점 5실점 -3
12 광주 FC 0점 3패 0득점 4실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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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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