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대였다면 조규성 앞으로 '가힌샤 클럽' 새내기 가입 확인서가 날아왔을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K리그 1 개막 이후 세 경기 연속 승리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조규성의 퇴장 명령에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4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3라운드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전북, 후반전 두 골로 우승 확인

전반전을 득점 없이 끝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후반전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완승을 확인했다. 후반전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브라질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무릴로 엔리케가 놀라운 첫 골을 기록했다.

47분, 동료 이승기의 횡 패스를 받은 무릴로가 놀라운 가속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먼저 달려든 대구 FC 간판 수비수 홍정운을 따돌린 것도 모자라 드리블 속도를 무섭게 높여 정승원까지 따돌리고 낮게 깔리는 왼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은 것이다.

드리블 방향 전환 타이밍도 좋았지만 마지막 순간 정승원을 따돌리는 가속 드리블이 압권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공격 물꼬를 열어주었던 로페즈를 떠나보낸 뒤 측면을 걱정했던 전북이 무릴로 덕분에 큰 고민을 떨쳐버릴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무릴로의 데뷔골에 이어 또 하나의 데뷔골이 전북의 완승을 알려주었다. 그 주인공은 레전드 이동국 다음으로 전북의 골잡이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조규성이었다.

69분,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도 않고 편안하게 넘어올 때부터 골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은 쿠니모토가 헤더로 골을 노렸고 대구 FC 골키퍼 최영은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앞에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이 기회를 조규성이 놓칠 리 없었다. 긴 다리를 뻗어서 왼발 끝으로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FC 안양에서 다재다능한 골잡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자랑한 덕분에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조규성은 지난 2월 12일 전주성에서 열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게임에서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렸고, 이번에 터뜨린 추가골로 K리그 1 데뷔골 기록까지 완성시킨 것이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전북현대 조규성이 공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전북현대 조규성이 공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징야 없는 대구 FC, 89분에 첫 슈팅 기록

어웨이 팀 대구 FC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노련한 골잡이 데얀이 들어와서 에드가와 호흡을 맞추었지만 퇴장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뒷심을 낼 수조차 없었다. 86분에 미드필더 김선민이 전북 교체 선수로 들어온 김보경을 향해 깊은 태클을 시도하는 바람에 김대용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쫓겨났다.

10명으로 게임을 끝낸 대구 FC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세징야의 빈 자리도 너무 컸다. 하마터면 슛 기록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날 뻔했던 것이다. 

이 게임 대구 FC의 공식 슛 기록은 '2'로 끝났다. 89분에 아주 먼 거리에서 에드가의 무기력한 롱 슛이 첫 번째 기록으로 남았고, 종료 직전 에드가의 헤더가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정면으로 날아든 것이 두 번째 기록일 뿐이었다. 세징야의 빈 자리가 이 정도로 큰 구멍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대구 FC의 보기 드문 슛 기록 말고도 믿기 힘든 기록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나왔다. 69분에 골을 넣은 전북 조규성이 추가 시간 2분에 대구 FC 에드가를 향해 불필요하게 발을 치켜드는 바람에 두 번째 경고로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조규성의 연속 경고 기록 자체도 놀랍다. 1분 전도 아니고 46초 전에 첫 번째 경고 카드를 받고 곧바로 또 받은 것이니 초록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골 넣은 뒤 23분만에 퇴장당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두 장의 옐로 카드 발급 시차가 46초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

2020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24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

전북 현대 2-0 대구 FC [득점 : 무릴로(47분,도움-이승기), 조규성(69분)]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조규성(90+2분-경고 누적 퇴장)
AMF : 무릴로(70분↔벨트비크), 쿠니모토, 이승기(84분↔이수빈), 한교원(64분↔김보경)
DMF : 손준호
DF : 김진수,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73분↔정치인), 에드가, 고재현(46분↔데얀)
MF : 황순민, 류재문(46분↔츠바사), 김선민(86분-경고 누적 퇴장), 정승원
DF : 김동진, 정태욱, 홍정운
GK : 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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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가힌샤 클럽(Garrincha Club) :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뒤 파울로 퇴장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말. 1962년 FIFA 월드컵(개최지 - 칠레) 득점왕이기도 한 브라질의 가힌샤 선수가 칠레와의 준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뒤 퇴장당한 일로 이런 축구 용어가 만들어졌다.
축구 K리그 전북 현대 대구 FC 조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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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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